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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까 해야할일

나니까 해야할일

책 쓸거고
돈 벌거고
잘 죽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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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있다면

신이 있다면


나 한사람은 의미없이 살다 죽어도 덜 억울하니까, 우리 엄마 인생이나 펴줬으면.불쌍한 우리엄마.나는 가끔 우리집 강아지보면서 강아지가 오래살까 엄마가 오래살까 상념한다.엄마에게 물어보기도한다.엄마 엄마가 강아지보다 오래살수있을것같아?그럼 그런다 이년아 내가 빨리 죽지.둘이 바람기 빠진 웃음으로 대화는 끝나지만 나는 발가락을 까닥거리며 또 생각한다.진짜 강아지보다 엄마가 더 빨리 죽을수도있겠지.


나는 이렇게 태어났으니까 이렇게 산다고쳐도 엄마는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살까.아무리 생각해도.결혼밖에 없는것같아 엄마가 이렇게 된 이유는.진짜로 남자 하나 잘못만나서 평생 팔자를 말아먹고 빌어먹을 자식까지 속썩이는거야.남자 잘못만난 여자인생.너무 두려운 인생.내가 보고 자라고 느껴왔던 두려움의 근원.엄마가 될 수 없잖아.엄마를 봐 왔는데 나한테 엄마가 되라니.엄마가 되고싶지 않은데.어쩌면 그거 벗어나려고 이렇게 발악하는건지도 모르는데.내가 아이를 예뻐하고 잘 놀아주고 이런 차원이랑 달라.나는 조금 더 나한테 집중하고싶어.내 위로 집중하고싶어.나를 만들어준 엄마.그거 방빼서 혼자산지 얼마나 됐다고 자꾸 엄마가 불쌍해진다.엄마는 한달에 6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우리 둘을 어떻게 가르치고 생활하고 살았을까.까맣게 타서 전에 뭐였는지 모르겠어.엄마를 보고있으면 예전 엄마가 생각나지 않는다.그냥 숯덩이같은 마음과 탄력을 잃은 다릿살과 굽어가는 어깨.야위어가는 몸.갈수록 대화할때 자기이야기만 하는 엄마를 보고있으면 정말 할머니 다 되어가는구나.그 생각한다.할머니지.몇년 있으면 일흔인데.


왜 내 배고픈 청춘과 노년이 맞닿아서, 그렇게 결혼도 늦게해서 낳아놓고 재미도못보고.아빠는 간 사람이니 이제 어쩔 수 없고 엄마라도 세상재밌는거 많이 하고 살 수 있게 내가 잘했으면 좋겠다.사실 나는 잘 버텨왔잖아.몇번씩이고 무너질뻔한 나를 자의 혹은 타의로 다잡고 일어나고 절뚝이면서라도 걷고 기고 했잖아.그렇게 더 해볼테니까 그중에 한두개는 운이라는게 나한테도 따라주면 좋겠다.그 운이라는거.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거.오천명이 넘는 전교생중에 나를 편부모로 만드는 불운같은거.장례 다 치루고 수업들으러 학교갔더니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빠를 떠나보내는 가족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게 됐을때.내가 방금전에 그러고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교과목선생님은 자기가 열심히 준비한 수업으로 애들을 가르칠때 그속에서 친구가 건네준 휴지가 너무 수치스럽게 느껴져 당장 치워버리고싶었을때.그런 불운들의 연속.불운의 몽타주.


운이라는건 줄줄 꿰어있어서 사람을 미치게한다.나도 저때 미쳤을걸.나보다 전인가 후인가 아빠를 여의게 된 애가 한명 더 있었다.다른반 친구라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몇번 얘기나눠보던 아이였다.그 아이의 아빠가 죽었는데, 동네방네 현수막에 걸렸다.누구라도 한명이라도 더 유감을 표할려고.그 친구 아빠 국회의원이었거든. 똑같은 죽음인데 누구는 현수막에 걸리는 인생을 살고 누구는 잡부로 만나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도 외면한 장례식을 치룬다.개새끼들.내가 너네를 정확히 모르는게 한이야.어떻게 그사람들에게 연락이 닿은 큰아빠가 식장으로 부르며 부고를 전했지만, 그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핑계들과 무미건조한 목소리들.나는 니네들을 기억하는데.내 집앞에서 어디서 얻어 빌린것같은 대포차를 세워놓고 건달행세하며 술친구로 내 아빠를 끌고다니던 니새끼들이 기억나는데.우리집에서 매일 술상차려먹던 너희들의 차림이 다 기억나는데.아마 도박하고 있었다지.노름판이 재밌어서 식장에 올 이유가 없었다지.나는 중학생때 이미 죽음의 값을 배웠다.죽음에도 팔리지 않는 싸구려값이 있다.모두에게 위로받고 조명받던 그 애의 아픔.그리고 오천명 속에 조용히 묻혀야했던 내 아픔.아무것도 아니지.이런건 아무것도.


막연한 생각이지만 꿈은 이룰 수 있을것같아.느리게 이뤄도 꿈이니까.일흔쯤에 이뤄도 이루는거겠지.그럼 가능은 하겠다.근데 내가 일흔이 되면 엄마가 살아있겠냐 이거지.그 불쌍한 여자의 인생을 내가 좀 다림질해주고싶은데.구겨진부분도 펴주고싶은데.내가 너무 나약하고 외로운 청춘이네.외로운 중년만 하겠냐만은.누구 뜻대로 요즘 이런사람없어 할때 이런사람한테 팔려갔어야했나.장사도 양심이 있어야하지.요즘 사람같지 않을만큼 착하고 좋은사람한테 나를 팔면 돼 안돼.안되는거지 그거는.잘했어.


신한테 하나 물어보자.너 왜 뭘 만들때 생각없이 만드냐? 창작의도도 설명 못하는 작가는 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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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뛰쳐나온 나에게 박수

일단 뛰쳐나온 나에게 박수


어째 민원처리 하면할수록 법과 꼼수를 알아갈수록 방을 잘 얻은것같다는 생각이 들진않는다.사회 초년생의 실수 혹은 몰라서 얻는 훈장.그래도 난 이런 기회가 내게 좋은교훈이 되는것같아 이번을 기회삼아 다음엔 안 그럴것같아. 이런건 연애랑 다르지.연애는 교훈을 얻어도 다음에 꼭 적용되는법이 없잖아.이건 타율이 달라.다음엔 어떤 순서로 부동산과 말할지,집주인과 어떻게 말할지.적당히 말하면 내 권리 지킬줄 아는거 뾰족하게 말하면 약게구는거.조금 배울 수 있을것같다.머리는 좀 아프지만.이제 시끄러운 밤도 내꺼야.내 무대야.커튼 내려져있어도 너머에 관객은 있잖아. 열심히 몸 풀자. 그래야지.


책상 조립해 넣고 의자 조립해넣고 옵션이었던 티비는 선 정리해 옷장안에 넣어두고 진짜 엄청났다.땀이 뻘뻘나는데 에어컨은 가스떨어졌고.기사는 언제부르지.미친놈 미친놈.원래 이렇게 사기당한느낌 무서운느낌으로부터 시작하는거겠지?


전에 친구가 독립한 아파트에 얹혀살 기회가있었다.월 20주고 들어갈수있었다.내가 좋아하는 친구기도하고 내 작업실이 없는 답답함에 뭐든 들어가서 방하나 만들고싶었다. 입시학원일하면서 쉬는날에 모든에너지 다 써서 이삿짐 옮겨놓고도 그 학원은 항상 버스 막차가 끊길때까지 쉽게 퇴근시켜주지않아서 존나 이상한 두집살림을 하게됐다.


두달 채 안돼서 결국은 이건 안된다.결론을 내렸고 짐을 빼는데 나 뭐 우리집에 차굴리는 사람도없고 뭐 없잖아.그전에도 내가 몇번씩 옮기고 그랬는데.용달 불러서 책장부터 온갖 무거운 짐, 데스크탑 다 포장하고 들고 날라서 1층앞에 세워두고 기사님만 기다렸다.트럭 뒤에 짐 올리고.기사님은 운전석에 나는 조수석에.솔직히 그 느낌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모르는 중년남자와 갇혀서 몇십분 차타고 갈때 괜히 내 허벅지가 민망해지고.이럴때 여자라서 불편하다고 생각했다.남자가 나를 불편하게한다.그니까 그사람이 어떤 의도가 있건없건 그 자체가 공포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항상 살아간다고.여자면 다 공감할걸.이걸 내가 나쁘다고 할 수 있어?


게다가 비슷한또래의 중년남자가 나한테 정성스레 껄떡대던 그 때가 생각났다. 괜찮다고 극구 사양하고 거절하는 날 반강제로 자기 차에 태우고 퇴근시켜주던 알바사장.대화도 몇번 한적없는 나에게 과일을 몇박스씩 사주던.자기어필하고 자꾸 헛소리하고.그러고 나중에 내가 복학한지 몇개월 지나 모르는 번호로 얼굴 보고싶다 맛난밥 둘이 한번먹자.이모티콘 남발한 문자가 와서 난 대체 누구지? 싶었다.그 사장이었다.진짜 개쓰레기같은 새끼 한밤중에 소름이 끼치다못해 죽이고싶어서 미치는줄알았다.그때 같이 있던 룸메도 소름끼친다고했다.웃긴게 그 사장은 내가 어려운 형편인걸 알았고, 자긴 우리 아파트단지내 복지관에 기부도 많이하고 착한사람이라는걸 어필했다.그 문자를 보고 씹은지도 몇주뒤에 또 하트와 함께 말도안되는 내용의 문자.진짜 화가났다.난 피씨방에서 진짜 일만하는 성실한애였다 진짜로.얼굴 한번 볼까말까 하는 사장은 관심도없었다.그냥 일해야해서 일한거였다.나는 그 사장이 나에게 지나치게 베푼호의를 처음엔 정말 사람이 착해서 그런줄알았고 나말고 다른알바생에게도 다 그러는줄알았는데.이상하단건 금방눈치챘다.진짜 음흉한새끼.그냥 베푸는 호의라는건 없다.속내가 다 시꺼멓고 음흉해. 내가 누굴 어떻게 가려낼지 아무 판단도 안설때,그렇게 백치일때 그지랄을. 처자식 다 있는 놈이 왜 그러고사는지 그게 유혹이라도 될줄알았던건지. 더 비싼 과일 더 맛있는거 내가 내돈으로 존나잘처먹고 다니는데.싫다고 정중하게 거절해도 거절하는사람 예의없게만들어 거절도 더 못하고 가만히 조수석에 앉아있던 몇번의 날들.그러고 시장에 들러 과일을 턱턱 안겨주는 말도안되는 상황. 진짜 기분 더러웠다.내가 니 첩이냐? 일끝나고 버스타고 집가는게 끝이었던 날 붙잡던 인상좋던 그 어른. 가난하기만하면 유혹에 넘어갈줄 아나봐.그게 진짜 사람을 흔들정도로 힘든여자들은 넘어가겠지.그니까 그 돈좀 만지고 사업장 여러개있던 그 개새끼사장은 감옥가야된다.나 전에 몇명한테 저지랄했을까.


더럽다.더러운 일 진짜 너무많다.적자면 적을수도 없을만큼 많은일 진짜 여자라서 당한게 아니라면 뭐라고 생각할수있을까.불편한건 당연한거다.편하게 냅두질 않으니까.내가 얼마나 그 문자들이 소름끼쳤는지 보자마자 지워버렸었다.아니 내가 왜 지랑 밥을먹어 지가뭔데 그만둔 알바할때 사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면서.개시팔.진짜 주위둘러봐 너무많아 이런 어른도 어른이라고 숨쉬고 돈만지고 사장소리 들으며 사는거보면 참, 신이 왜 있냐.


어쨌든 수많은 도전이 공포고 생경함이라는 말이 하고싶었다. 가끔은 정말 생명에 위협을 느낄정도로 무서운 공포같은것도있다.택시 잡아탔는데 성희롱하는 택시기사를 앞에두고 쭉 달릴땐 큰일나는건 아닌가 생각을한다.저기앞에 내려달라하고 내린다.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어쩌다 죽을수도 있겠다는 느낄수있어.


공포는 여자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느끼며, 남자들 지들입으로 스스로 말하는 가장의무게,책임감 동시에 짊어진 나는 뭘로 설명할래? 남자라서 어깨가 무거워? 야 너 등본이나 떼놓고 나랑 비교해볼래? 그 단순한 서류가 그 몇줄이 가정을 얼마나 자세하게 그려내는줄 아냐.니가 호주야? 난 내가 호주야. 내가 호적의 주인이라고. 이런게 무게아니야? 꼭 뭣도 아닌애들이 부모밑에서 지원 다 받고 남자로 태어나 인생이 무겁대. 그럼 나도 남자로 태어난거야? 니들 치켜세워주는 편견들이 무거우면 버려.왜 살아.편견도 방향이 있는데 권력을 쥐고있는 쪽에서 나온 편견은 아주 호화로운 편견이다.그냥 왕관의무게다 그건. 진짜 편견속에 살아가야하는건 약자들이지.왕관써놓고 왜 찡찡대지? 살기힘들어서? 나도 살기힘들어 고만해.나는 왕관쓴약자라니까 인생이 모순이라서 나도 살기힘들어.

내말이 무슨말인지 하등 모르겠으면 16살에 아빠 잃고 화장터 사무실에서 중요한 서류 마다 다 싸인해봐.아빠였던 사람 뼛가루로 만드는거 동의하냐에 예 체크하고 뭐 그런거였던거같아.직원이랑 나랑 단둘이 그 방에서 서류확인하고 체크하고.숨이 막히다못해 목구멍이 눌러붙겠더라고.문밖에 수많은 어른들이 있는데.나는 잘 모르는데. 몰라도 상관없어 갑자기 짊어지래.그 상황이 주는건 공포였고 예고였어.앞으로도 수많은 어른들을 대신해 내가 뭣도모르는 내가 계속 이런일을 할거라는거. 공포. 예감. 이상한느낌. 잊혀지지 않는 느낌. 그런게 무게야.무게 뜻을 알고나 써.책임질 무게라는게 그런거야. 그러니까 내가 아직도 그거에 짓눌려 살잖아.봐봐 사람들아 여기 이런 여자의 인생도 있다고.나는 어떻게 설명할거냐고.여자라서 당하는 좆같은일과 니들말로 남자라서 책임질무게에 동시에 눌려죽는 나를 보라고.조언해줄거없지? 그래도 조언하고 싶으면 조언해.대신 돈주고. 난 남조언 꽁으로 안들어줘.나한테 조언하고싶으면 먼저 입금부터해.


근데 나는 그런생각도 해.용서도 안되고 미워할수도없는 아빠를 그상태 그대로 보내서 힘든것도 사실이지만, 엄마가 죽었다면 난 정말 아빠를 죽어도 용서할수없었을거야.그리고 엄마죽었어도 어차피 난 내가 가장이 됐을거야. 알콜중독으로 코가 비뚤어지는 아빠를 챙기고 나중엔 입원시켰겠지.엄마를 잃고 우리를 보고 정신차려서 더 열심히 사는 그런건 아빠한테 기대할 수 있는게 아니었지.아빠였으면, 내가 아빠를 잘아니까 말하자면 술먹고 그야말로 객사했을거야.도로에 누워 잠들다가 혹은 시비가붙어 맞아죽었을지도 몰라. 오히려 이렇게 간게 하늘의 배려일까. 불쌍한 사람. 나도 이렇게 맺히는데 친할머니 가슴엔 얼마나 맺힐까.거슬러 올라가보면 친할아버지가 죄인이다.잘 알 수 없지만 친할아버지는 좋은 아빠가 아니었으니까.동네에 여자두고 두집살림을 했단다.남들 다 보는데서도. 그때 아빠가 받아온 상처들을 집안의 누군가가 돌봐주었을까? 아빠는 어릴때 많이 비뚤어진것같았다.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나와 동생을 낳고 똑같은 짓을 했다. 할머니를 상처입힌 할아버지의 행동을 똑같이 했다. 목소리가 떠오른다.그여자는 나보다 조금 어린 아들이 있었다.다방여자.저녁식사를 다같이 하는게 소원이었던적이있었다.그만큼 아빠 얼굴보기가 힘들었다.내 기억속 얼마만큼이 진짜 일하러나가서 못보던 때인지, 그 여자네 집에 땀뻘뻘 흘리며 행거를 걸어주며 동네방네 소문내고 있을때인지 구분하지 못하게됐다.원래 구분할이유가 없었는데 알고 난 이후로.더 모른척 했다.


동네에 초등학교가 두개였다.나는 A학교에 다녔고 그 여자아들은 B학교에 다녔다. 불행이었을까 다행이었을까.내 기억은 그렇다. 이쯤에서 역시 또 이해안되는거.대체 왜 그렇게 살았을까.왜 그따위로 살아서 여자 셋 인생을 송두리채 흔들고 힘겹게 만들었을까 심지어 죽어서까지.
(지금 생각해보니 워낙 이사도 자주다니고 지역도 자주옮겨서 동네가 헷갈리는것같다.학교가 두개였는지 한개였는지 확실하지않은데 일단 기억은 그렇다)

나는 사람의 단면만 보질않는다.죽을만큼 미운 아빠지만 그만큼 불쌍하다고 하는데에는 이유가있다.심지어 엄마마저 그런다 니애비도 불쌍한 사람이라고. 애증. 애환. 울화.밉지만 나에게 가장 순수한 사랑을 퍼준 아빠.내가 하는 모든일에 단한번도 구박한적이 없었다. 못됐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하고 욕을하고 나쁜습관이 있는 아빠지만, 나에게 사랑을 줬다.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고. 목마를 태워주고.그냥 나는 아빠가 좋았다. 잘 따랐다. 판박이라는 말도 웃기고 기분이 좋았다.보통은 부모가 자식을 바라볼때 자기의 반쪽을 떼어 만든것같다는데 난 내가 그랬던거같다.그래서 아빠가 가족을 아프게하면 두배로 아팠다.몇배로 더 그랬던것같다.자식 보는 느낌의 아빠라니.웃기긴 하네. 나는 아빠를 쉽게 미워할 수 없었다. 난 정말 내 나름대로 노력중이었고,우리가족이 괜찮아지기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걸 다했다.근데, 거기까지였다.


어쩌면 제대로 된 환경만 마련되었다면 누구보다 사랑을 퍼주고 실천하고 살아갈 사람.손재주도 좋았다.모두가 인정할 정도였다.엄마도 니애비가 못배워서 그렇지 본성은 착하고 미련해.라고 말한다. 나는 동의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사기도 쳐먹었겠지. 웬수. 웬수같은 아빠놈.

아빠는 현장기술이 워낙좋아서 왠만한건 전부 만들어줬었다. 책장부터 침대비슷한거랑 젓가락까지도. 직접 절단하고 갈아서 내 손가락 길이에 알맞게 만들어줬었다. 몇번씩이나.손이 커져서 짧은 젓가락이 불편해지면 다시 길고긴 어른젓가락을 절단하고 갈아서 만들어줬다.나는 그런게 특별하게 느껴졌다.우리집은 다같이 해외여행을 가거나 그런 집은 아니지만 어른젓가락으로 아이젓가락을 만들어냈다.똑같은 모양을 한 젓가락이 수저통에 수북했는데,그걸 헹궈낼 때 플라스틱통과 쇠젓가락이 부딪히는 착착 소리가 화목의 노래처럼 들렸다.남들이 말하는 일상으로 가는 한 단계같았다.그런 순간 순간만 떼놓고 보면 우리집 참 행복해보였다.



느리게 생각하자.내 어깨위에 미래 배우자를 위한 무게는 없어. 생각 해 본 적 없어.대신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를 쓸고닦고 다시 재건할정도의 무게는 있어. 어쩔수 없이 무너졌던 내집, 내가 다시 세울거야.나에게 큰 동기이자 어쩌면 죽고싶은 이유.다시 세우는 작업.이런게 무게고 이런게 책임감이잖아.내인생 절대 너보다 가볍지 않아. 확실한건 확실하다니까. 확실해 난.


천천히 가자. 두번 다시 사고 당하지 않으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튼튼하게.그래도 무너지겠지만.그 다음은 조금 더 수월하게 고칠수있도록.요령이 생기잖아.이건 타율이 다르거든.그러니까 뛰쳐나온 나에게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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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변의 엄청난 소음

대로변의 엄청난 소음


자다가 깜짝놀라 몇번을 깬다.경적소리.오토바이가 빠르게 질주하는 마찰음.밤공기를 가로지르는 트럭의 육중한소음,앞 편의점에서 시비붙은 행인들의 욕짓거리와 경적소리까지.


이틀째에 씨발 이 집 못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삼일째엔 그래 작업실로 생각하자라는 마음을 가졌더니 잠잠해진다.지금도 쌩쌩 지나다니는 차 소리들을 들으니 오히려 사는냄새난다.귀로도 냄새를 맡나.


더 살다보면 저 소리가 자장가가 되겠지.뭐.나는 부적응 환자지만 부정에는 적응 잘해.구정물에 산다고 물고기 아닌가 뭐. 집이 집만되면 집으로 느낀다면 애정에 생기니까 좋아질수있어.난 이미 답답해죽겠던 그 본가가 생각나거든.


웃기지만 해외출장이라고 생각하고 돈좀벌어서 우리 세식구 어디 살만한 작은 아파트라도 구해야지.잊고살았잖아 내가 깜빡.나는 가장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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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인데 아프니까

청춘인데 아프니까


같이 우울한 내 친구한테 너는 마음깊은속에서 화나는감정이 안올라오냐고 물었는데 안올라온다고한다.신기하다.신기했다.


나는 우울함고 신남도 모든감정이 다 화에서 시작하는것같은데,다르긴 다르구나.나같은애가 더 위험한가.내가 위험한가.내가 뭘 했다고 위험하지.내 병이 위험한걸까.내 병이 위험한건 맞는걸까.내가 병은 맞는걸까.내가 병이면 다른사람들도 각자 병 하나씩은 있을텐데 왜 그중에서 내 병이 더 아픈걸까.더 아프다는것도 내 착각이겠지.다 아프겠지.다 아플텐데 나만 아파보이면 역시 그것도 착각이겠지?


부숴진줄 알았는데,아직 남아있는어깨에 하나씩 삶의 무게를 올려두는중.스스로 반신반의하며 버틸수있을까.실험하는 과학자의 눈빛으로 내 어깨에 젠가질.2018년 7월이 다가오는중.아직은 버틸만하대.살만하대 내가.화는 나는데 왜 나는지 모르겠지만 잘하면 이 화를 어디다 풀 수 있지않을까 생각도한대.좋은쪽으로.감정을 풀어내는게 밥이되고 돈이되고 집이되는일.너 뭐 얼마나 큰 예술가가 된다고 이렇게 난리굿을 치고,개지랄 발작을 해가며 사냐고 묻지마.누가 대단해지고 싶댔냐.나는 그냥 나이고 싶어.나한테 알맞는 물로 들어가 헤엄치고싶어.아가미열고 숨쉬고 물살을 타고 혹은 거슬러서 잘 죽고싶어.


사람들이 그렇게 살더라.그니까 나도 흉내는 내볼려고.조금씩 아장아장 걸어가는중.귀엽지.

인생 이제 기저귀차고 걷는다 아장아장.나사하나 빠진채로 양복입고 정갈한 사람들 사이를 어기적 어기적 걸어간다.


조급한 성격, 보상심리같다.자꾸 이만하면 된거 아니냐는 말이 머릿속을 부유하는거보면. 자꾸 빨리 보상받고싶은것같다.뭐 칭찬받을일 한적도없는데 말이다.웃긴일이지.그냥 벌받았으니 상도 받고싶은거다.유치하게도.하루빨리빨리.근데 살아봐서 알겠지만 원하는 보상은 그렇게 빨리 떨어지지도않고 아예 안떨어질수도있다.벌 뒤에 또 벌 벌,벌 계속 될수도있고.근데도 나는 뭘 기다리는걸까? 아프니까 청춘이래.그말에 위로받았던적도 있었는데 안아픈 청춘도 너무많은걸 본 뒤로 왜 청춘인데 아파야하나.그 생각이 들었다.나라고 뭐 별걸까.나 별거없어.그냥 돈좀만지는거.제발 돈.썩은 내 정신을 치유해줄 아주 순수하고 착한 돈.그거 하나.


9월까지 끝내야 할 프로젝트와 18년에 끝내야 할 프로젝트.죽이되든 밥이되든 쓰레기가되든 누군가는 먹겠지.나라도 주워먹고 자라겠지.기운내.행복했으면 좋겠어.과정에서.그냥 그 과정에서 많이 상처얻고 흉을 지고 나이테 하나씩 넓혀가라고.그렇게 스스로.힘내.힘내란말이 제일 듣기싫지만 힘내.나는 나한테 그런말 할 자격있으니까.용기내.용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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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 참치김밥

맛있어 참치김밥


사람은 역시 밥을 먹어야 기운이 나는구만.일끝나고 와서 씻고 누워있는중.발목엔 파스 뿌려놓고 쭉 뻗어서 한개씩 입구멍에 김밥을 떨궈준다. 고소한 참기름냄새와 짭조롬한 양념된밥.맛있다 진짜.


집주인이 보증금 넘어가니까 집 보수해야하는 부분에서 자꾸 흐지부지하다.미루고.애초에 제대로 손봐놓고 들어갈걸.이런거 진짜 개질색인데,대학생때랑 성격이 또 바뀐것같다.대딩땐 느긋하고 우유부단했는데 지금은 조급하고 예민해졌다.확실한게 좋아졌어.말할때도 말투에서 느껴져.대화속에서 내가 확실한걸 좋아한다고 느낄때가 많다.좋지 확실한거 좀만 더 이런 나로 살았으면.


아 배도 차고 햇빛은 길게 침대를 비추고 좋네,좋아.요기할 간식거리도 약간있고.글을 써볼까 이모티콘 구상을 해볼까.그전에 책상부터 주문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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