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 대한 이야기

동생에 대한 이야기


할 이야기가 없다 사실은.어릴때는 나를 졸졸 쫒아다니며 노는데 끼워달라고 하던 애였고,나보다 깐깐하고 나보다 딱부러지는 성격이고.예전에 둔포에 살때 나는 초등학생이고 동생이 유치원을 다닐때였나.같이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동생이 노란 학원차 바퀴에 발이 밟힌 사고가있었다.내 기억으로 그때 나는 깜빡거리는 신호를보고 냅다 뛰었고,나보다 조그맣던 동생이 날 따라 빨리 뛰어오다가 그렇게됐던것같다.뒤를 돌아보니 동생은 없고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서 있는 학원차와 울부짖는 언니! 언니! 그 소리가 생각나는것같다.


비가 오던날이라 우리 둘 다 아마 장화를 신었을거다.동생의 장화는 아예 눌렸고 자기 발 붙잡고 엉엉우는데 그 기사가 내려서 발 빼주고,울지말라고 오천원인가 우리한테 주고 그냥 가버리려는걸 주변 어른들이 막았다.그건 기억이난다.젊고 마르고 안경을썼던 남자.당황한듯 과자사먹으라고 돈을빼서 달래려고.그 이후에 뭐가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어른들 영역이고 기억도 안난다.


쩄든 엑스레이도 찍고 이것저것 검사했는데 그때 의사선생님은 발가락에 금이갔고 발 전체적으로 충격도 가고 발바닥에도 성장판이 있는데 그게 다쳤을수도있다고,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알고 계시라는 말을 했겠지? 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고학년이 될때까지도 키가 그렇게 크지않았다.그때마다 엄마는 성장판 이야기를 했던것같고 키크는 보약도 동생 지어먹이고 그랬던것같다.아님말고.확실히 저학년때까진 작았다.고학년때도 삐쩍마르고 키도 작은편에 속했는데, 지금은 우리집에서 제일크다.168이던가.이젠 그런다.니가 제일 안클수도 있었잖아, 근데 니가 엄마랑 언니보다 더 컸네.내 동생은 치장하는것도 좋아하고 밖에 나가서 노는것도 좋아하고 친구들과 술자리도 좋아하고,무엇보다 외국여행을 무척 좋아한다.억척같이 벌어서 여행경비 예산 다 짜고 친구모아서 같이 여행가고.나는 얠 보면서 청춘을 느낀다.웃기지.대리청춘.그리고 얘라도 이래서 다행이다.그런생각을 한다.나는 여권도 없거든.만들 이유를 모르겠어.글쎄 아직은 진짜 모르겠어.맛들리면 재밌겠지만 아직 맛본적이 없고 맛볼려고 준비해야 할 이유도 모르겠어 잘.


그렇다고 얘가 마음에 상처가없는건 아니지.나도 얘한테는 죄인이다.아니지 엄마한테도 죄인이다.근데 따지고보면 엄마도 나한테는 죄인이다.죄의 굴레에 갇혀버린것같아 내가 생각하는 우리가족은.여튼 다 따지고나면 동생이 제일 참은게 많았을수도있겠다싶다.예전에 동생이 그런말을 했다.엄마는 언니한테만 기대하고 언니만 생각한다고.나는 무슨말인지 어느정도 이해갔다.근데 나는 그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라서 항상 피하고만 싶었는데, 얘는 그게 또 고팠나보다.나를 철이 든 맏이로 철썩같이 믿으면서도 무언가가 눈을 뗄 수 없었나보다.진짜 생각해보면 나는 하고싶은건 꽤 해왔다.엄마가 빚을 지어서라도 내가 하고싶어하는건 해주고싶어했다.학교 학원 어딜가도 그림에 재능있다는 말을 듣고 학원오래다녔다는 애들보다 훨씬 잘그리고 어디 나가면 상 타오고 그냥 그런 소소한 즐거움같은게 나도 좋았고 엄마도 좋았던거다.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내모습부터 지금까지 나는 예술말고 다른걸 생각해본적이 없다.6살때도 그림그리던 기억밖에 없고.그러니까 엄마는 꼭 그걸 이뤄주고싶었던거다.그래서 예고 나오고 미대도 나왔지.이 형편에. 나는 진짜 죄인이다.갈아마실 죄인.


동생은 그런다.언니는 그래도 언니가 하고싶은게 있잖아.좋아하는것도있고.원래 예체능하는애들이 자주 듣는말이다.그래도 넌 하고싶은거 하잖아.그런가? 이게 하고싶었던건가.가만히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는데도 말이다.동생은 인문대에 들어가서 그냥 보통의 학부생으로 지내고있다.알바는 정말 죽어라고 열심히하면서.남들 다 하는 토익공부 자격증공부 인턴 그런거 하면서.나도 대학나왔는데 이런건 다 다른세계이야기같아.나 대학나온건 맞냐.친구들한테도 그런다.난 대학을 나온게 아니라 그냥 스친거라고.뭐 한게 없어 부끄럽지만.


내 대학생활만 힘든게 아니라 동생의 대학생활도 정말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얘도 단 한번도 알바를 쉰적없고 나처럼 세탕을 뛰어가면서 어떻게든 용돈이라도 벌고 부담안되게하려고 노력했으니까.그래서 그런지 주사도 좀 처량하게 들었다.나는 그런 동생이 안쓰러울때가 많았다.나는 술 입도안대는데 동생은 일부러 힘들땐 술을 먹는것같다.새벽늦게까지 연락이 안되고 운좋게 착한 택시기사를 만나면 동생을 봐주다가 전화걸어서 데리러오라해주고.우리 가족은 술에 트라우마같은게 있는 사람들이다.근데 동생이 또 그러니까 엄마나 나나 가슴이 철렁하다못해 타들어 가는것같았다.대학때문에 내가 타지생활을 할때 엄마한테 울면서 전화가 온적있었다.나는 엄마가 우는소리내는걸 딱 세번들어봤다.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아빠 돌아가셨을때, 내가 대학 때려치겠다고 할때. 이렇게 딱 세번이었는데 동생때문에 엄마가 나한테 울면서 토로하며 부탁했다.동생 있을때 만나면 니가 언니니까 잘 얘기좀 하라고.술먹고 한두번이 아니라고.보니까 한 일년반이상을 혼자 속 태우다가 나한테 전화로 그렇게 부탁했던거다.나는 종종 본가에 들렀지만 그런 사실은 전혀 모르고있었다.걔가 자꾸 그랬던 이유는 결국엔 자기도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걸테지만.말한것처럼 우리 가족은 정말 술에 트라우마가 있어서.


몇년을 더 질질끌고 볶다가,이젠 술도 거의 안마신다.입만대면 집이 어딘지 자기가 누군지 아예 모르는 그 무서운 주사를 못본지도 꽤 됐다.아빠 뒤치닥거리하듯 동생 따라다니며 전화에 불내고 친구들한테 전화걸고 하는일도 이제 거의 없다.나는 동생이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가 많은 안정을 주고있다고 생각한다.둘이 초등학교때부터 알고지내던 친구에 동갑인데.진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그러다 헤어지면 헤어지는거겠지만.서로 안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면 내 동생은 무조건 잡아야지.그래도 걔는 연애하고,여행다니고 그런 재미라도 있어서 다행이다.정신과 약 안먹어서 다행이고.이걸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다.


뭐 얘기하다가 보니까 얘를 까는글이 된것같은데 그런건 아니고,그만큼 우여곡절 많고 얘도 힘든 역사가 큰 애라고.그걸 내 스스로 다시 상기하려고.나보다 더 어릴때 아빠를 잃어서 초등학교 졸업식도 엄마랑 나랑 자기랑,이렇게 셋이만 사진찍고 그랬던애다.동생을 좀 더 나처럼 불쌍해하고 좀 더 돌보려고했어야됐는데 나도 참 이기적이었다.여기 좀.이 방 뭐.고해성사가 가능한곳인가.자꾸 이렇게 되네.잘 돌아보게 되네.나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보통의삶을 이미 벗어난지 오래지만 동생은 그냥 그 길대로 갔으면 좋겠다.자기가 원하는 삶이 그거기도 하고.얘는 그래야 행복할것같고.그니까 같은 배에서 나왔어도 성향이 이렇게 달라서.뭐 아마 내가 먼저 조카보겠지.나중에라도.나중에 나이 더 먹고나면 동생같은 친구가 또 있을까 싶다.예전에 초등학교다닐때 누구한테 괴롭힘당하면 내가 얘네 반 찾아가서 난리치고 그랬는데.얜 그런면에선 좋았을거다.지 언니가 학교에서 설치고 다니는편이어서.그것도 뭐 초등학교때까지고.맨날 내 옷 물려입어서 그런가 그래서 옷 욕심이 그렇게 많은가.한번쯤 동생일기나 훔쳐보고싶다.나도 내가 이런 블로그를 4년동안 글써오며 축적한게 놀라운데, 동생은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저장해놓고 살까.가장 가까우면서 참 가장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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