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7


나의 'ㄱ'

나의 'ㄱ'


뜬금없이,그러나 기다렸다는듯이 ㄱ이 말했다.그가 몸에 지닌 염세적인 태도는 이미 그를 휘감고있었다.돌같은 그를 누가 뚫을 수 있을까.나는 그의말에 생각에 빠진척했다.피하고싶었다.그와 대화하는건 피곤한일이었다.


"평범하다는건 지루하고 따분하고 재미없는걸 다 견뎌내야 가능한거잖아.그렇게 사는건 재능이야"


휘적휘적.빨대로 이미 녹은 음료를 저어대고있는 그를 바라보았다.반복적으로 둥글게 원을 그려대고있었다.그의 손짓은 나에게 주문을 거는듯했다.빨려들어라.빨려들어와라.그래 어쩌면 그의 말대로 평범하게 사는것은 쉽지않을일일지도 모른다.비범하다라는 뜻과 많이 다른가.평범하다는 뜻이 순탄하다는 뜻과 같은가.쓸모 없는 고민은 항상 그 때문에 시작된다.이런 고민은 내가 밥을먹을때도 목욕을 할때도 심지어 영화를 볼때도 날 지배한다.그리고 끝내 생각은 내가 어쩌다 그와 깊어졌는지 의문을 가지는것에 다다른다.주문을 거는 그의 손만 빤히 바라보다가, 결국은 피했다.눈치채지 못한것같았다.그는 계속 자신의 신념들을 주절주절 늘어놓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음료너머를 바라보며 한귀로 흘려버렸다.결국 그는 폭발한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진짜 중요한 얘긴데, 진심없는 너랑은 같이 못있겠다"


나는 갑자기 턱뼈를 쳐맞은 기분에 그를 올라다보았다.내가 무슨 잘못을했을까 생각하기도전에 그는 이미 화가나있었다.미안하다고 먼저 말했지만 뭐가 그렇게 성에 차지않는지 씩씩대는 그를 난 어쩔수없었다.그러니까 맞장구라도 쳐줘야했던걸까.그렇게 하기엔 너무, 너무 패배자 같아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그의 말에 동의하는 순간 난 평범을 벗어나는 사람이 되는것같아서.그 혼자만 그러라고 놔두고 싶었다.항상 나서고 떠들고 격양되어있는 그는 매력적인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위험하고 불안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이었다.그래서 자꾸 주문을 거는 그를 피해버렸고 눈치빠른 그는 금새 알아채고 빈정이 상해버린것이다.나는 다시 한번 미안하다고 사과했다.그러나 동의한다는말은 하지않았다.세번째로 미안하다는 말을 뱉을때 그는 눌러참는듯, 져주는 듯 자리에 앉았다.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항상 이런식이었다.익숙해질만도 하지만 그건 내게 어려웠다.찌푸린 눈썹만 눈에 들어왔다.주위의 사람들이 무슨이야기를 나누는지 이제서야 들리기 시작했다.어느 대학원에 진학했더라 누가 무슨 차를 뽑았더라 다음달엔 외국으로 여행갈예정이다 등등 그들이 내 옆에와서 떠드는듯했다.우리 둘 사이는 조용함으로 채워졌고 다른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변을 뱅뱅 돌았다.오른쪽 귀에서 왼쪽귀로 돌고 도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목소리로 주문을 거는듯했다.빠져들어라.빠져들어라.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내 귓가를 춤을 추었다.


"그만 나가자"


놀란척하지 않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났다.원래부터 그랬다.생각을 던지는것도 접게만드는것도 모두 그가 나에게 해주었다.그를 슬쩍 바라보았다.아까처럼 인상을 찌푸리고있진 않았다.원래 그런건가.말이라는건 흩어져서 계속 이어가지 않으면 그냥 공중에 퍼져나가기 마련이다.그는 내가 이어주길 바랬겠지만, 나는 그러고싶지 않았다.그래도 화가 풀린것같아 다행이었다.


따뜻하고 나른한 음악이 공간을 채우던 카페와 달리 거리는 춥고 한산했고 바람소리만 가득했다.서로 말없이 앞뒤로 걷기만했다.그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다시 생각했다.평범하다는게 무슨뜻인지, 그리고 내가 왜 그와 관계를 맺었는지.반갑지만 불편한마음이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그가 한발 한발 내딛을때마다 나의 기쁨과 불안이 교차되어 앞으로 나아갔다.바람만큼이나 차갑고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동질감을 느꼈다.내가 그와 친해진 이유는 사실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평범해서 혹은 평범하지 않아서.




'Essay > Bullsh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ㄷ'  (0) 2018.04.21
나의 'ㄴ'  (0) 2018.04.18
누가 나를 안아줬으면  (0) 2018.03.13
[망시리즈] 대한민국 입시미술은 망했다  (0) 2017.09.19
부드러운 물음  (0) 2017.09.06

포기를해 그래야 변하지

포기를해 그래야 변하지


뭐가 무서워서 그렇게 잘하는 포기도 안하고 붙잡고 사는거니.스스로에게 몇천번을 물어도 내가 뭘 포기하지못하는지 답을 못주는 답답함.

포기하고싶은 마음을 포기할수없어서 괴로운건가.왜 괴로운지 왜 무료한지 왜 답답한지 왜 내가 그리던 그림이 지금과 다른지 물어봐도 역시 답은 저너머에 그리고 갑갑함.

아예 버려져야하는데 아예 고립되어야하는데 나는 어중간하게 발만 걸치고 산다.이도 저도 아닌 상태. 나는 그래서 내가 땅도 물도 아닌 늪에 사는것 같고 살얼음판을 걸어가는것같다고 느낀다.

27살.이젠 너무 늦었을까.나 아직 아무것도 못했고 아무것도 챙기지못했는데.내가 날 잘 보살피는것도 못해봤는데 이젠 늦은걸까.내가 무서워하는게 무엇인지 마주하고 똑바로 부딪혀야하는것까진 알겠는데.내가 진짜 무얼 무서워하는지 이젠 헷갈린다. 내가 무서워하는게 맞는건지, 그냥 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춰 무서워하는척하는건지.

물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그 병을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물로 뛰어드는 수 밖에 없다.역시 뛰어드는 수 밖에없다.

때론 파괴적인 행위가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까닭은 그것을 통해 창조가 이루어지기때문이다.새로운 질서,새로운 이데올로기,새로운 가치들의 향연.그걸 혁명이라고 부른다.

내 인생역사를 뒤집어 놓는 혁명이라면 내가 뛰어드는 수밖에.나를 가둬두는 도덕적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 나를 착한딸로 키우는 집을 벗어나서 나답게 초라하고 별볼일 없이 방황하는것.

사실 내가 진짜 그리던 그림은 방황하더라도 정신 한쪽이 고양되어있어서 약간의 나르시즘에 사는거였다.그거라면 잘하고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역시 좀 더 많은 사람이 봐주고 느껴주고 그속에서 외로움을 채우고싶다. 어쩌면 나는 그림보다 음악을 했어야 맞았을지도 모른다.노래하고싶다. 노래가 아니더라도 말을 하고싶다. 말이 하고싶다 나는.

인생의 모든 에너지가 나 자신을 케어하는데 맞춰져있는것같아. 아픈나. 흔들리는 나. 평생을 이걸 맞추고 살아야하는데 그냥 냅둘까.어쩌면 그렇게 태어났다면 그렇게 살아야하는게 맞는지도 모른다.억지로 약의힘을 빌리고 믿지도않는 성당이나 교회가서 본적도없는이에게 기도를하고. 그런거 없이 그냥 나다워졌으면 좋겠다.약간, 지금은 그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땅속의 매미같은 존재지만. 여름만 돌아오면 나는 일주일 딱 울고 다시 길바닥에 떨어져 죽어도 상관없을듯하다.

딱 일주일,여름이찾아왔으면 좋겠다.잊지 못할 습도와 귀를 때리는 풀벌레소리 모든것들이 숨막히게 내추억을 덮어줬으면 좋겠다.약간은 들뜬듯한 라디오 속 디제이들의 멘트들. 풀내음을 꽉 잡고 흔드는 퀴퀴한 바람냄새. 정말 일주일만 제대로 숨쉬고싶다. 그 기억으로 십년을 살아갈수있다.



드디어 깨닫게 됨

드디어 깨닫게 됨


나 놀고 싶어 

연애하고싶어 

돈쓰고싶어 

실패 신경 안쓰고 도전하고싶어

관종되고싶어

유명해지고싶어

책도내고 싶고 음악도하고싶어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내 개꿈





그냥 요즘 일기7

그냥 요즘 일기7


# 사실은 정말 힘들었다.한 두달간은 정신빠진 시체처럼 살았다.밤이면 눈물이 나고 내 처지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병원에는 엄마를 대신 보내 약을 타왔고 그냥 죽고싶지는 않으니까 또 그렇게 먹으면서 연명하고 약해지고 무너지는만큼 다시 일어서려고 부던히 견뎌냈다.지금은 조금 나아졌다.머릿속 생각들이 혼란스럽지않다.그때가 그냥 지나가는 중이었나보다.힘든 경험이었고 이런걸 어떻게 다시하나 싶기도하고.이런사람을 어떻게 다시 만나나 싶기도하지만 생각해보면 제일 잔인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자유를 헌납하는 대신 얻는 사랑같은거 나는 못하겠고 할 수 없고 죽어도 용납이 안되니까.


# 수면제를 늘렸고 마그네틱치료도 받는중이다.뭐든.나아질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했다.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꾹꾹 눌러담긴 내 진심이었다.마그네틱 치료는 몇번 받지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우울에서 조금 끌어올려졌으니 효과가 있나보다.약이 효과가있는건지 마그네틱 치료가 효과가 있는건지 시간이 효과가 있는건지 잘 모르지만.


# 친구와 이런저런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여유가 되지 못할것가같아 거절했다.그런데 그 프로젝트는 누가 성실함으로 잘 만들어내기만하면 잘 될 컨텐츠다.나도 아직 영상쪽으로 단편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올리고싶은 마음이 있긴하지만,그 영혼을 갈아넣는 작업을 하려면 내 영혼을 갈아담을 옹기 하나만 마련해주면 안되나.그안에 들어가서 작업할게.숨쉴 수 있는 토종옹기.갇혀있지만 호흡이 편해요.


#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야 될 시기가 오는것같다.무엇이 되었든.나 사실 중국어 블로그 하나를 따로 운영하고있는데 그거 방치상태다 거의 일년간.독학으로 HSK4급을 따겠다며 공부블로그를 만들고 더불어 애드센스 신청까지 해보려고 한거였는데 중국어 공부는 개뿔. 나 아직도 니하오 셰셰 니취나르.


# 워킹데드 밀린 시즌 연달아 보고,아처 시즌 다 끝내고, 그때 그 패밀리 시즌 보고있는데 재밌다.이런 애니메이션이 난 재밌다.논외로 빅마우스는 영 내 취향이 아니야.성적인 이슈를 재밌게 풀어낼 수 있을텐데 빅마우스는 뭔가 중딩남자애 일기 보는느낌이라.뭐 어쩌라는거지 싶을정도로.넷플릭스가 있으니까 편하다.노트하나 꺼내놓고 필기하면서 재밌게 미드보는척이라도 해봐야지.


# 피부가 많이 좋아졌다. 이건 따로 쓸 예정인데 나는 내 피부가 좋아진데에는 닥터브로너스 티트리솝과 바이오더마 시카비오 위치하젤 큐컴버가 가장 큰 역할을했다고 본다.정말 정말 좋아졌다.트러블도 이젠 거의 안나고.아직 흉터나 잡티는 남아있지만 그건 시술의 힘을 빌려야하니까.홈케어로 할 수 있는건 다 하는데 정말정말 좋다.지성&트러블성 피부는 닥터브로너스와 위치하젤과 바이오더마의 힘을 빌리시길.





그런거보면서 안정적인 가정을가지고싶단 생각은 안해봤어?

그런거보면서 안정적인 가정을가지고싶단 생각은 안해봤어?


응 해봤지 나도 저러면 좋겠다 싶은거 많았지.

그랬구나.


그 대화를 나눌때 둘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있었다는걸 왜 몰랐을까.

하나는 안정적인 가정을 우리가 같이 만들어갈 수 있을거라는 확신과 다짐속에

하나는 안정적인 가정을 이미 존재하는 내 식구들로 꼭 고칠거라는 생각속에


하나는 앞을보고 하나는 뒤를 봤다.


중요치않다. 이제는. 인연이 아닌건 아닌거니까.

변함없이 나는 내 가정을 다시 설립하고싶다.내 아빠가 망치고 간 내 가정.내가 세울거야.

가끔은 치밀어 오르고 숨이막히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내것이다.


나는 나만 생각해.나는 나만 생각해.나는 나만 생각하게됐어.어느무렵인지 기억나지 않아.그렇게 됐어.

그렇게 되어서 다행이고 불행이다.나는 이제 나만 생각하니까.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디어 깨닫게 됨  (0) 2018.04.11
그냥 요즘 일기7  (0) 2018.04.10
비참한 이유  (0) 2018.04.02
머리통이 완전히 고장났어  (1) 2018.04.02
그것들하고 같이 살았다.   (0) 2018.03.26

비참한 이유

비참한 이유

결국 사랑받고싶은거였다
결국 이해받고싶은거였다
평생을 이게 안되니까 포기한척 살았지만
사실은 그걸 너무 받아보고싶은거였다
어렸던 나, 다 큰 나, 더 클 나
모든 내가 너무 비참하고 내가 너무 불쌍해,불쌍해라
내가 두명이 되어서 나를 끌어안고 위로해주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다.정말 너무 불쌍하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