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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사랑해야 할 것

내가 제일 사랑해야 할 것

 

내일의 나. 그리고 일주일 후 내모습. 더 달려서 1년 뒤 내 모습, 그리고 10년 뒤 내 모습까지. 모두 내가 최선을 다해서 사랑할 것 이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언제나 사력을 다해서. 별 것 없는 내 인생꾸러미도 내가 비뚤비뚤 잘 꾸리고 왔다. 그러니 앞으로 내 남은 인생도 잘 꾸려갈것이고 사랑하려한다. 온 마음으로, 다른누구보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삶을 위해서 당장 오늘의 나, 지금의 나부터 사랑하고 아껴주기.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용할 것 이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에게 꼭 필요한 재료니까. 지금의 나부터 사랑하기. 잊지 않기. 노력해보자. 생각보다 할 수 있는것들은 많을지도 몰라. 할 수 있는것부터 찾아서 하자. 그거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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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그림에 담고 싶으면

빛을 그림에 담고 싶으면


방법은 간단하다. 그림자를 그리면 된다. 언제나 나는 그렇게 그려왔다. 그림자는 빛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좋은 존재다. 그러니 내 인생에,내 하루에 그림자가 드리워져도 나쁘게 생각하지 말자고. 그거는 빛이 있다는 증거니까. 손가락 마디마디 물집이 잡힐정도로 그림을 그러대던 나는 알고 있었던 사실이니까. 힘내자. 힘! 다 좆까 시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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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너무 좋아서 많이많이 걸었지

날이 너무너무 좋아서 많이많이 걸었지


오랜만에 매니저님과 함께 칼국수&쭈꾸미 먹고, 단편영화라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여튼 영상도 보여드리고 즐겁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왔다. 그냥 하천따라 쭈욱 걷는데 피어있는 꽃들도 예쁘고 하늘이 청명해서 좋았다. 생각보다 덥지도 않았고. 애인에게 꽃 사진 찍어서 너 닮았다고 보내줬더니 꽃으로 가득한 들판을 보고, 그럼 자기가 엄청 많은거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들판이 다 이쁘잖아 😍 이랬다. 하하.


집에가면 낡고 습한 곰팡이 냄새가 나지만 난 그 냄새 좋다. 꼬리 흔들며 반겨주는 우리집 댕댕이도 사랑하고. 내 가족들, 내 사람들을 위해 살고싶다. 지금 과도기를 잘 넘겨가며 나중엔 아름답게 정제 될 내 모습을 기대하며.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사람으로 태어나 가끔 천국을 믿어야만 할 때가 있다. 먼저 간 사람을 추억할 때, 그 사람이 잘 지낼것이라 생각해야 내 마음이 편할 때. 내 손목에는 십자가 모양의 타투가 새겨져 있지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에게 꼭 이야기해준다. 십자가가 아니라 그냥 가로줄과 세로줄일 뿐 그 어떤 의미도 없다고.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진짜일까? 진짜 가로세로일 뿐 이야?

 

아빠의 아빠도 천국에, 아빠의 엄마도 천국에 있겠지. 난 아빠가 아빠의 엄마 아빠와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가슴을 이렇게 짓뭉개놓은 사람이지만 용서하는 마음으로 백번천번을 생각해서 아빠가 부모님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릴때 못받은 사랑도 듬뿍 받고 어른이 되고 부드럽게 불릴 일 없던 이름도 불려가며 다시 새롭게 사랑받고 살면 좋겠다. 현생에서 술로 다스릴 수 밖에 없었던 못난 자괴감도 엄마아빠 밑에서 사랑으로 어루만져졌으면 한다. 제발 넘치게 사랑받았으면 한다.

 

나는 아파트 주변에 몸을 못가눌 정도로 술에 취해 쓰러져있던 아빠가 너무 싫었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빠가 너무 싫었지만 그 밑바닥에 어떤 감정이 깔려있는지 알고있었기에 마냥 미워하기보단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애를 정말 많이 썼다. 사실 노력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부분도 많았다. 이를테면 그걸 유전적 사고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비듬이 하얗게 내려앉은 아빠의 점퍼를 보며, 바둑게임에 열중해 욕설을 내뱉으며 담배를 피던 아빠를 봐도 나는 마음이 아팠다. 내가 어릴때 추억하던 아빠가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 앞에 항상 밥상을 따로 차려 주었다. 아빠가 게임에 몰입해서 밥을 거르는게 아니라 가족에게 낯이 없어 본인도 상에 함께 앉지 못하는것을 알았기에 나는 그렇게했다. 어떻게든 아빠와 우리 가족을 다시 연결하고자하는 마음이 강했다.

 

예수가 못박혀 죽은날인지, 다시 부활한 날인지도 모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아빠는 커다란 나무를 트럭으로 싣고 와 천장에 닿게끔 집안 바닥에 박아두고는 했다. 어린 나와 동생은 약상자에 들어있는 솜뭉치를 떼다 붙이며 열심히 트리를 꾸몄다. 우리 아빠는 그런사람이었다. 화이트데이가 다가오면 큰 종량제 봉투에 온갖 사탕들을 쓸어담아 사오는 사람이었다. 이유가 생기면 어떻게든 선물을 만들어 주었다. 내 젓가락이 길어서 사용하기 불편하면,  집에 있는 연장으로 내 손길이에 맞게 젓가락을 잘라서 사포로 직접 갈아주었다. 나는 하나밖에 없는, 나만있는 젓가락으로 밥그릇을 비워댔다. 그 당시 동네에 아무도 가지고 있지않던 킥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를 깜짝선물로 주고, 가족끼리 시원한 바다를 보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게 주말을 빼놓는 아빠였다. 그랬었다.

 

교복을 입은 내게 담배 심부름을 당연하게 시키고, 핸드폰이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고 대리점에 가서 미친듯이 욕을 내뱉는 사람도 아빠였다. 그것도 아빠였다. 좋아하는만큼 내가 감당해야 할 아빠의 모습, 어른의 모습, 보호자의 모습이었다. 추억은 미화된다고 하니까 어릴때 추억이 더 미화된것도 많겠지만 확실히 아빠는 많이 망가졌었다. 한참을 허우적 거리더니, 그렇게 우리 가족을 가슴아프게 만들더니, 내가 집에 들어가기 싫어 놀이터에서 혼자 펑펑 울게 만들더니 조금씩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일을 했고 돈을 벌었고 술을 줄였다. 컴퓨터게임 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간혹 아빠가 담배를 피며 온라인 바둑을 두던 그 모습이 한여름에 낮꿈을 꾼것처럼 희미하게 떠오른다. 넓지만 낡은 베란다, 커다랗게 들어오는 햇볕, 그 쯤 어딘가에 낡은 등받이 의자. 그리고 커다란 스피커소리로 딱 -. 딱 -. 바둑을 두던 아빠. 새벽까지 이어지던 그 소리는 어쩔땐, 아니 꽤 자주 스트레스였다. 바로 옆방에서 뒤척거리며 잠들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다. 지독히도 헤드셋을 쓸 줄 몰랐다. 답답한 중년의 고집이거나 가족에 대한 배려심이 없거나, 반항이었을것이다. 그랬던 아빠는 갑자기 쓰러졌고, 돌아가셨다.

 

생각해보면 아빠의 유년기,청년기 모두 아빠 입에서 직접 들은 적이 없다. 아빠는 지독하게도 본인의 아빠이야기를 꺼리던 사람이었다. 나는 친할머니나 엄마를 통해서 대충 할아버지가 어떤사람인지 유추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아빠보다 더 한 사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빠가 그렇게 불안정한 사람으로 자란것도 나는 할아버지가 8할 정도 책임이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단 한번도 아빠입에서 '아빠'소리가 나온적이 없는것만 봐도 그랬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돌아가신 할아버지. 아빠는 확실히 많은 상처를 받고 자랐을 것 같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할아버지를 용서 할 수 없었을까. 한번 그런말을 한적이 있다. 끈끈한 외가식구들이 부럽다고. 아빠는, 어린애로 돌아가 다시 성장해야됐을 '애' 였다.

 

나는 그래서 친할아버지에게도 기회를 주고싶다. 당신이 망쳐놓은 것들이 한둘이 아니니 사랑으로 고쳐달라고. 이제 할머니도 하늘로 가셨으니 모두 모였으니 이제 세가족 잘 살아보시라고. 본적도없는 예수에게 무릎꿇고 비는 어느 멍청한 사람들처럼 매달려 빌고싶은 심정이다. 할아버지님, 부디 우리 아빠 행복하게 다시 키워주세요.

 

 

 

덧붙여 아빠가 천국에 갈까, 지옥에 갈까 그런생각도 많이했는데 이제 상관없어진 것 같다. 내가 다 용서했으니까 아빠는 천국에 있을것이다. 종교 뭐 이런거랑 다 상관없이, 내가 손목에 새긴 십자가 혹은 가로세로와 상관없이 아빠는 천국에 가 있을 것이다. 내가 그리로 올려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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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믿어야 할 건 너 밖에 없어

니가 믿어야 할 건 너 밖에 없어

 

까놓고 말해보자. 니가 지금 누굴 믿고 자시고 할때냐. 너는 너를 믿어야 돼. 불안? 흔들려? 그런거 다 개나주고 니 감정에 충실해. 니가 너를 제대로 믿어 제대로 사랑해야지. 그러기로 했잖아. 그러기로 했잖아. 그렇게 살기로 했잖아. 그렇게 해보기로 했잖아. 상처주지 않기로 했잖아. 나는 나만 믿고 살면 돼. 그러면 모든 일이 잘 풀려. 아무것도 흔들리지 않아. 나만 흔들리는거야. 나만 잘하면 돼. 나만.


[단편영화 제작] 올해 큰 도전

[단편영화 제작] 올해 큰 도전


사실 연출을 맡고싶었지만 열약한 환경에서 작업이고, 다들 아마추어이다 보니까 더 어린 친구가 감독을 하는게 낫다는 생각이었고 나는 음향을 맡아서 붐마이크를 부지런히 들고 다녔다. 생각보다 무겁진 않았다. 찌는 더위에 원룸은 에어컨까지 고장나서(어차피 촬영할땐 소음이 들어가니까 끄고 촬영하긴 하지만) 꽤 애 먹었다. 4명이서 우당탕탕 작업하던거 참 어설펐지만 잊지 못할것같다. 단편영화 제작체험,경험 정도가 더 맞는 이야기 같지만, 많이 배웠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최대한 줄이려면 콘티의 정확성이 중요하다. 나는 시나리오를 직접 쓴 사람이 콘티를 짜는게 옳다고 생각하고, 그게 아니면 감독이 시나리오를 짜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연출 직빵이니까. 시나리오-콘티를 따로 볼 수 있나. 진짜 어디서 각본 사 오지 않는 이상.


12시간이 넘는 촬영 끝에 남친 집으로 걸어가는데 마중나와서 마이크 짐 다 받아주고, 욕조에 입욕제 풀어주고. 내가 좋아하는 광어 연어 회도 시켜주었다. 보람차고 행복했다. 개운하기가 그지 없더라. 나는 하루하루 고하드 할거야. 빡세게 살거야. 이제 대학원 입시준비는 한발 더 코앞으로 다가왔다. 공모전들도 많이 널려있고. 힘내자. 힘내자 태도야. 네가 제일 중요하니까. 인생에서 태도가 제일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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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살은 가해다

어떤 자살은 가해다


그래 이러한 자살은 가해다. 심지어 그냥 쓰러진 우리 아빠의 죽음도 나에겐 폭력이었지. 궁금하네. 정말 죽음으로 인해 죄로부터 자유로워졌을지.


내 인생에 꽤 지대한 영향을 준 애가 있어

내 인생에 꽤 지대한 영향을 준 애가 있어

 

나는 걔가 아직도 용서가 안돼.심지어 꿈에 자주나와.내가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저조하면 언제나 나와.꿈에서도 걔는 미친년이더라.내가 걔한테 당한 몇년간의 가스라이팅을 뭐라고 설명해야할까.내가 멍청해서 당하고 있었던 그 시절을 뭐라고 설명해야할까.머릿속으로 계산해봐도 납득이 안가고 이해가 안가는 지난난들.어쨌든 넌 내 위에서 군림했고 나를 병신이라 불렀고 그랬으니까.

 

나는 솔직히 지금이라도 용서하라면 할 수 있어.근데 용서를 못하는 이유는 너무 간단해.걔가 사과를 안했어.그리고 걔는 자기도 피해자라고 생각하니까.나는 묻고싶다.그렇게 해서 얼마나 많은것을 얻었냐고.그래서 결국 뭐가 남았냐고.내가 애초부터 말했지 나랑 결이 다르다고.태가 다르고 빛도 다르고 맛도 다르고.그냥 다 달라.세상을 보는 내 눈이 니 눈이랑 다른걸 어쩌겠냐.어쩌겠냐고.그런걸 나한테 풀진 말았어야지 니가 못난건 내탓이 아니잖냐.니가 무엇을 못하고 잘하고 그게 나한테 달린게 아니었잖니.뭐 어쨌든 만나고 싶지도 않지만 내가 성공하고 싶은 이유 중 꽤 큰 부분이 걔 때문인건 인정한다.

 

걜 싫어하는 또 다른 친구가 그런다. 야, 걔 얘기하지마. 듣는것만으로도 스트레스 받고 짜증난다고. 너는 꽤 주변에 그렇게 기억되어있는 사람이다.지금이야 인간됐겠지.누구의 육신을 밟고 영혼을 밟고 인간으로 가는 길, 탈을 썼니? 고맙지는 않니.아님 미안하지도 않니.너는 너만 잘났지.태생이 다르다는거 내가 보여준다고, 꼭 보여줄거라고.보기싫어도 보게 될거라고 너만큼은 봐야되지않냐.나는 내가 잘됐을때 니가 제일 엿같아 할거라고 생각하니까 빨리 잘되고싶다. 내 원동력, 오늘도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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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 왜 살아있을까

#살아있다 : 왜 살아있을까

 #ALIVE, 2020 조일형

 

엄청 오랜만에 영화감상 쓰려니 살짝 떨린다. 얼마 전 보고 온 <#살아있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앞에 해시태그가 붙는건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 사실 좀비영화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해외 인디영화까지 싸그리 모아모아 보는 나에게 이 영화가 당연 재밌지 않을거라고 생각은 했다.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올해 본 영화 중 워스트3 안에 꼽는다. 난.

 

생존영화에 오류는 치명적이다

그런데, 살아있다에는 치명적 오류들이 자주 등장한다. 일단 우리가 다른 영화들로 학습해왔던 다른 좀비들과 조금 다르게 설정이 되어있다. 예를 들자면 이 영화속 좀비들은 시각과 후각 청각이 예민하고, 좀비가 되기 전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들이 뇌 속에 박혀 그대로 행동한다. 그런데 이런 설정들이 디테일하지 않고 중간 중간 오류를 반복한다. 설정이 설정을 뒤엎고 또 뒤엎는다. 이 영화가 스케치업 한 좀비들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으니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주인공 준우가 옆집 열쇠를 가지러 가기 위해 복도로 나가는 시퀀스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좀비가 갑자기 왜 잠들어있는가. 심지어 자기가 쳐죽인 시체도 아닌데, 그냥 좀비 무리에 깔려죽은 좀비인가. 난 이때부터 '엉성한데?'라고 느꼈던 것 같다.

또 준우와 유빈이 등산용 로프로 물품을 주고받는 장면도 심각한 설정 오류이다. 둘이 층수가 맞으면 절대로 그대로 물건을 주고 받을 수 없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스피드가 없는데, 중간에 멈추면 멈췄지. 만약 둘이 층수가 다르다고해도 그것도 문제다. 고층에 사는 사람이 물건을 전달 받을 수 없다. 솔직히 좀비영화는 단순 스릴러나 공포물이 아니라 재난이자 생존영화라고 본다. 그럼에도 디테일이 떨어지는 설정이 내내 아쉬웠다. 제작비가 싸서 그냥 찍었나 싶을정도로.

말할 수 있는 오류는 너무 많지만, 엔딩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 방향이 안맞는다. 궁지에 몰린 두 주인공들을 그냥 죽이지 않으리란것 쯤은 알고 있었다. 잔인하게 물려죽으면 미드나잇 초청받은 인디영화지. 한국 상업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너무 안일하게 처리하지 않았나 싶을정도로 애매한 타이밍에 애매한 군용헬기가 등장해 그들을 구출해준다.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영화든 그냥 바람같이 나타나서 해결해주는 람보같은 인물들이 있으니까. 그럼 아파트 아래를 내려다보는 샷을 넣음 안됐다. 사실, 찍을 수 있는데, 이건 편집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확인을 안한걸까. 1초전까지 아무것도 없다가 갑자기 아래에서 등장한 헬기를 설명 할 방법이 없다. 포털을 열고 왔다는 설이 제일 설득력있을정도로...차라리 저 멀리 위에서 총질을 해서 좀비를 쏴죽였다면 모르겠다. 헬기가 위로 올라올때까지 귀 밝은 좀비들도 모른척 반응이 없었다는게 너무 짜치지않나...

 

시간 경과에 따른 디테일이 부족하다

일단, 준우 캐릭터는 그냥 요즘 캐릭터 같다. 게임 좋아하고 인터넷방송도 하는 듯한. 만화캐릭터처럼. 그렇다고해서 준우가 한달 이상 집에 갇혀있는데, 머리가 떡지지도 않고 뿌리가 자라지도 않는 인물은 아닐텐데. 준우는 그대로다. 그냥 느껴진다 두두다다 몰아서 존나 찍었겠구나. 디테일의 문제라하면 뭐 유아인 몸값 비싸니 몰아찍느라 그랬다하면 할말은 없는데, 적어도 땟국물 가득한 얼굴이 아니라는게 정말 몰입이 안되더라. 이건 박신혜 경우가 더 심각하다. 너무 멀끔해도 심각할 정도로 멀끔하다. 좀비를 그렇게 때려죽이면서 핏자국 하나 안튀는 그녀의 얼굴은 방수재질이라도 되는건가. 심지어 아파트 한 동을 건너오면서 벌어지는 난투극에도 박신혜는 멀끔하다. 세상에, 보다가 진짜 이정도로 몰입 안되는건 처음이다. 참고로 <워킹데드>같은 드라마에서는 훨씬 몸값 비싼 배우들도 얼굴 머리 기름떡칠을 하며 거지꼴로 나온다. 적어도 한달이면 멀끔할 수 없다. 심지어 유빈은 식물한테 물도 나눠 줄 정도로 사랑이 많은 캐릭터 아닌가. 자기 쓸 물도 모자랐을거면서...빗물로 씻었다 이건가?

얘기 나온김에, 이 영화에서 박신혜 연기 정말 심각하다. 디렉팅 잘못인지 박신혜의 고집인지 나는 알길이 없지만. 솔직히 유아인도 특유의 본인의  쪼 때문에 중간중간 몰입이 깨지는 순간이 있었지만 맹세코, 박신혜만큼 집중력을 흐리게 만들진 않았다. 정말 배우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톤에 대한 연구를 정말 정말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극이 후반부를 넘어가면서 <엑시트> 의주 캐릭터를 모방한건가 싶을정도로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이건 뭐 대본이랑 디렉팅 문제겠지. 박신혜 배우한테 어울리는 영화도 아니었고, 어울리게 연기 하지도 않았다.

 

죽고 싶지 않으면 SNS를 해야한다는 무서운 교훈

아니,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야? 라고 물으면 감독은 얘기해 줄 수 있을까.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미약하게나마 복선을 이웃간의 단절, 도심 속 사람들이 얼마나 외톨이로 살아가는지 등등 거시적 관점에서 무언가를 비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구나. 느끼긴 했는데 (솔직히 이마저도 진부했지만) 그런게 싹 사라지고 어이없는 헬기씬을 넘어 등장한것은 그냥 아파트마다 떠 있는 SNS계정 사진들. 뭐 어쩌란 말인가. 살아있다고 외쳤기 때문에 살아있다. 이런 말인가? 나는 이 영화가 어려워서 이해 할 수 없는 것 같다. 또 위화감이 안 들 수 없는게, 준우 부모님은 추측상 아주 잔인하게 좀비들에게 물려 죽었다. 구출 되고 친구들에게 연락오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행복하게 웃으며 끝나면 끝인가. 주인공의 감정이 너무 단조롭다. 그래서 더욱 두 주인공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이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부모님도 인스타그램을 했다면 죽지 않았을텐데. 노인들도 인스타그램 할 줄 알았으면 안 죽었을텐데. 기술이 만든 이 무서운 세대단절이란....

 

좀비에겐 과제가 있다

사실 살아있다에게도 어려운 도전이었을거라고 본다. 국내에서 <부산행>이 크게 흥행한것도 한 몫 했지만,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좀비도 이제 낡았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지금까지는 꽤 신선한 축에 속했는데, 이젠 늑대인간 만큼이나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 좀비를 새롭게 연출하는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월드워Z>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좀비를 새롭게 고안해냈다고 느낀다. 살아있다는 그런 관점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마 복도식 아파트의 폐쇄성과 좀비가 붙으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방식으로 영화가 구현되지 않았나 싶다. 아, 정말 진부했다. 솔직히 이건 내가 좀비물을 좋아해서 더 그런걸 수 있다. 중간에 등장한 남자 또한 너무너무 진부해서 할 말이 없었다. 원래 자기 가족 좀비된 걸 못 받아들이고 그 남자처럼 데리고 다니는 인물들이 더러 있다. 근데 그걸 살아있다 속 주인공들이 갑자기 마주칠 필요는 없잖아? 이 난리 속 한 남자의 비극을 짧게나마 조명하고 싶었던걸까. 그럼 앞에 준우와 유빈의 러브스토리 아닌 러브스토리같은 지루한 씬들이나 좀 쳐내지. 이건 균형의 실패다. 어쨌든 좀비는 이제 낡아가고 있다. 때문에 단순히 세련된 연출이나, 독특한 장소만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부산행>도 영화가 뛰어나서 흥행한건 아니잖아? 아직도 이거 마지막 장면이 짜쳐서 어이없는데. 여튼, 성공적인 국내 좀비 영화가 나오려면 많은 연구가 있어야겠다는 사실. 그리고 그게 꼭 헐리우드식 답습이 아니어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킹덤>은 그런 면에서 잘 하고 있다. 내 취향이 아닐뿐.

 

그리고 드론이랑 등산용장비 나오면 이제 엑시트밖에 생각이 안 날듯 하다. 궁금한건데 21세기형 힙한 영화라고 꼭 드론이 등장 할 필요는 없는데. 드론 좀 잃지.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간만에 전자책으로. 예전에 엄마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리디페이퍼 라이트. 전자책 기기 1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너무 잘 쓰고 있다. 뽑기가 잘된건지, 액정도 정말 튼튼하고 균열이 생기거나 갈라진 적 도 없다. 덕분에 여행다니거나 장거리 이동시 너무 편하게 책을 읽고 있다. 이 기기덕분에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원래 인터넷연결이 정상적이면 영화 먼저 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책부터 읽어야겠다. 책을 읽고 나면 동기들 작품 프린트해서 포인트마다 체크해가며 정리해봐야지.


정갈하게 하나하나 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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