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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컴백

아, 컴백


블로그로 다시 컴백.


난 아무래도 이 플랫폼이 맞는것같다.요즘 나름의 시행착오도 겪고 땅도 팠는데 조금 힘들었다.감정기복하고는 평생 싸워야겠지.아니면 평생 동반자로 살아야겠지.뭐 나름 많은일들이 있었는데 몇가지 정리해보자면


1. 블로그의 정체성과 동일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서 몇주 활동했는데 안맞더라.원래 내 개인계정은 거의 아카이브용으로 친한 지인들과 소통하는용으로 쓰고있어서 굳이 인스타가 아니어도 되긴했는데, 작가의 탈을 뒤집어쓰고 사람들 관심 받겠다고 뛰어든건 처음이라 잘 모르기도했고.일단 바이럴 업체들의 홍수다.심하다 진짜.그리고 인스타특유의 감성이 있는데 뭔가 그거랑 안맞음.인싸가 아니라는 얘기인것같도 속된말로.시각적인면이 매우중요하고 타이밍도 매우중요하다.인스타는 돈벌이가 되는 가장 핫한 SNS이다보니까 길가에 떨어진 사탕에 몰려드는 개미떼처럼 와구구구구.나도 그 중 하나였지만 주제파악 빨리하고 나는 블로그로 다시 컴백.이게 맞는것같다.티스토리도 연구하는 사람들 많고 애드센스때문에 하는 사람들 많겠지만 나는 그런건 아니고 이 공간이 필요하니까.나를 털어놓는 유일한 공간.


2.컴활2급을 준비하다가 아침에 몸이 좋지않아 아예 일어나지 못했다.대학생활의 악몽이 시작되는듯 몸이 먼저 경고를 보낸다.너 그때의 그 엿같음 우울함이 널 잡아먹으러 갈거라고.주기적으로 기분그래프를 기록하는 어플이 있는데 거기서도 이미 하향곡선을 타고있었다.때가온것이다.내가 몇번이나 말했던 무서운 겨울타는 내 감정이.우울함과 뒤섞이는 불안감은 쉬이 누가 도와줄것도 아니고 기댈 수 있는것도 아니다.내 쓰레기는 내가 치워야한다는걸 뼈저리게 느꼈으니 누구한테 기댈수가 있나.


3.더불어 지금 하고있는일이 너무 힘에겨워 뭘 할 수 없더라.이직 스트레스,중고신입으로 들어라도 가야하는데 따위의 잡생각들.일할때도 실수가 좀 잦았다.집중력이 떨어지고 말도 어눌해지고 생각이 꼬이고.상경계획도 한번 더 무산되고.이러다 상경귀신 붙어서 평생을 우울해하겠다.이것도 마인드컨트롤 잘 해야지.나는 오늘만 살지않고 내일도 살고 내일모레도 살거니까 일단은.


4.연인과의 관계도 약간 힘들었는데 사실 나 혼자 땅파는 시간때문에 그랬다.날 아는 사람들은 그런다.제발 기대라고.그러라고 있는거라고.근데 나는 못그러겠다.그럴 수 없다.나는 기대지않고 혼자서도 잘 살아야되는 사람이니까.아니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하니까.어쩌면 내가 연인을 많이 외롭게 만드나 싶다.부족한 부분이 참 많고 노력할 부분도 많다.더 나은 내가 되기위해 정제하고 건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지.나를 갈고 갈고 갈아내는 성숙의 시간.그런것들을 나에게 주고싶다.용기는 내야지 천천히.아직도 나는 느리다.


5.몸이 많이 안좋아 쉬는날은 병원을 전전했다.정형외과 내과 비뇨기과 신부인과.배란통이 너무 심해서 찾았는데 배란통은 아니고 골반이 심하게 뒤틀려 다리저림까지 나타나는거라고.예전에 대학1학년때였나.허리디스크인지 협착증인지 엄청 고생한적이있다.다리를 꼬는 습관때문에.양치를 하려고 살짝 허리를 숙이는순간 번개맞은듯 통증이 골반부터 발바닥까지 가르고 내려갔다.세면대를 붙잡고 얼마나 울었던지.그때 고생한 그대로 나타나는것같다.일하면서 발가락에 물혹이 생겼고 무지외반이 조금 심해지고 골반은 더 뒤틀리고 무릎은 연골연화가왔나.계단 보면 무서울정도다.몸을 갈아 일하는중인데 기특하지 차라리 나는 이게 낫다.그런데 조금 더 욕심부리면 이렇게 몸 갈을거 내가 영화 현장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은거.


6.다시 비워낼 공간으로 돌아왔으니, 이제는 나름대로 괜찮겠지.



뭐 이정도......

격동의 12월 참 많이 힘들었다.나는 연말 연초 이런 개념도 없이 그냥 하루 하루 하루 하루 이렇게 사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2018년을 보내면서 나에게 말해주고싶다.고생했고, 다음엔 조금만 덜 실수하자고.작년보다 하나만 좋아져도 좋은거라고.나는 정말 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나야.자의식과잉이고 뭐고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하니 어쩔 수 없어.잠수 아닌 잠수를 타도 이제 빠르게 수면위로 올라오자고.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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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볼링

첫 볼링


남자친구와 함께 몇달 전 볼링을 처음 쳤다.그날 친한친구 커플과 더블데이트를 하는날이었고,볼링을 한번도 안쳐본 나는 부끄러운상황이 생길까봐 혹은 나혼자 너무 뒤쳐진 점수를 받아서 분위기를 깰까봐, 전날 저녁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유투브로 볼링의 기본자세를 보고 또 보고 볼링장을 들어가본적도 없으니 출입문이 관짝보다 열고닫기 어려워보였다.볼링화 대여하는법부터 하나하나 누가 경험해놓은걸 그대로 보고 배울 수 밖에 없었다.구멍에 손가락을 넣자.다 넣으면 빼기 힘드니까 반절만 넣고 어깨를 축으로 손목이 움직이지않게 반듯하게 공을 굴리는거야.배웠어.익혔어.못하진 않을거야.


새벽을 지새고 난 뒤, 친구커플을 만나기전 볼링장에서 미리 연습을 해야한다고 졸랐고 결국엔 볼링장입성.그것도 락 볼링장! 그냥 아이돌 뮤비 나오고 최신유행곡 나오고 조명 조금 반짝이는곳.들어왔다 내가.가장 빠른시간안에 친해진 친구와 함께.


대학 시절 볼링동아리가 있었다.관심이 없진 않았다.무슨 동아리가되었든 들어가서 배우고 놀고싶었는데,그게 잘 안됐다.그러니까 배우고 놀려면 들어가야하는데, 그게 잘 안됐다.사람들 사이에 들어가지지 않았다.병적으로 나를 계속 괴롭히던 전극같은거.내가 S극이면 사람들은  N극.가까이 가려해도 빙빙빙.대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안그랬는데 왜 사람들이 무서워졌지.특별한 이유도 특별한 사건도 없었는데.내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던 외로움과 불안감은 그렇게 나를 좀먹어서 배울수도,놀수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기껏해야 볼링장이야.

그냥 데이트코스야.

옆을 봐 조그만한 애들도 가족끼리 와서 공 굴리고 노는 그냥 그런곳이야.

그냥 그런 곳이야.


식은땀이 멈추지않았다.아는데도 자꾸 줄줄 식은땀이났다.이상한 압박감.공을 굴려야하는데,핀을 맞춰야하는데,점수를 내야하는데.아는데도 그게 잘 안됐다.7KG의 무거운 볼링공을 손가락에 끼워넣고도 한번을 제대로 굴리지못해 벌벌 떨기만했다.그나마 성격좋은 남자친구가 오래 기다려주고 알려줬다.괜찮아 무서운거 아니야.저쪽봐 저기도 못치는데 그냥 치잖아.괜찮아.괜찮아.


공이 똑바로 나아가지 않으면 어떡하지, 너무 무서워서 어떡하지.단순히 공을 던지는게 아니라 난 이게 엄청 큰 도전같았다.한발 내딛어 땅을 밟을 수 있게되는것처럼.그 한발이 너무 위대해서 쉬이 내가 따라할 수 없는것같았다.던지자.그냥 던지자.맞고 그르고 그런거 그만생각하자.던지자 그냥 던지자. 20분이 넘게 혼자 볼링공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뒤로돌아오고 땀을 뻘뻘흘렸다.지금내가 바보같을까.지금 내가 소심해보일까.아니면 오랜시간 아팠던 사람처럼 보일까.날 작아지게 만드는 잡념들,좋지않은 잡념들이 점점 발밑에서 무릎까지 올라오고있을때 남자친구가 말했다.괜찮으니 그냥 쳐보라고, 아까 잘 나아가고있었는데 왜 되돌아왔냐고.


그런생각을 한다.수 없이 뿌려지고 반사되는 응원과 격려의 말속에서 진짜다운 진짜를 찾는것은 매우 힘든일이라고.그리고 나는 진짜다운 진짜 응원을 찾았다고.그래 어설퍼도 잘하고 있었는데 일단 던지려고했으니까 앞으로 몇발짝 걸어가긴했으니까 던지자.그리고 나는 던졌다.


그게 다였다.공은 굴러갔다.그냥 굴러가서 도랑에 빠졌다.결국 이럴거 왜이리 힘을 들였을까.멋쩍은 바람이 입가에서 빠져나왔다.동시에 안도감.이제 2번재 3번째 공을 굴릴 수 있겠구나.하나의 세계를 열었다는 기쁨.행복감.그런것들이 나를 가득채웠다.친구네 커플이 와서 볼링을 쳤을때 난 4명중에 2등을 했다.성취감.기쁨.재밌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즐거움.어린아이같은 즐거움.


앞으로 많은것을 해야겠다.너무 힘들어서 물밑바닥만 보고 지냈으니 밖으로 나와 땅도 밟고 행복하게,즐겁게,쪽팔리게,감수할수있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아야겠다.공포감과 막연함은 뛰어넘고 제발 내가 바라는 나의 최종 꿈.영화감독이 아닌 사람노릇.그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열심히 많은걸 깨부수도록 노력해야겠다.이제는 해야겠다.손가락을 살짝만 틀어도 공의각도가 달라져서 점수 한점 낼 수 없는 정직하고 매력적인 볼링이란걸 알았으니까.다음엔 더 신나고 더 잡념하지않도록 즐거운걸 찾아다녀야겠다.이를테면 번지점프? 이거는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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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많이 기대돼

나는 내가 많이 기대돼


내 우울함도 이제는 방구석 한켠의 곰팡이냄새처럼 편하고 익숙해지고 있는 지금, 나는 나를 많이 기대하고있다.

새로운 세계로 한발 한발 내딛는것 내가 꿈꾸지 못했던것. 하나하나 해 나가는것.그런거에 의미를 두고.

누구는 몸을 다치고 누구는 마음을 다치고 자세히 보면 각자 불편한 구석한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걸 점점 깨닫고 있다.

괜찮아.

살다보면 마음을 크게 다칠수도 있는거고
살다보면 몸을 크게 다칠수도 있는거고
살다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할 수 도 있는거고
살다보면 그 사람을 잃고 평생 멍이 들 수 도 있는거고

괜찮아.
살다보면 그럴수있어.
살다보면 그럴수밖에 없더라.

내가 특별히 못난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냥 내가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여서 다행이다.
다행이어서 감사하다.

이 폐허 된 마음에도 민들레씨를 흩날려주세요.
잡초가 뿌리 내릴 토양이라도 되길 바라니까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믿을 수 있게해주세요.
나는 날 기대할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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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잘 사셨어요

엄마, 잘 사셨어요


그렇게 아프게 잘 사셨어요.
어떻게 그렇게 사셨어요.
그래도 잘 사셨어요.
그래도 나는 엄마처럼 살고싶진않아요.
미안해요.고마워요.

나는 그냥, 나대로 살래요.
누군가 나에게 어떻게 너처럼 사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해야하나요.

그냥 엄마처럼 살다보니 그렇게됐다 라고 해야하나요.

그래도 엄마
정말 잘 사셨어요.
고맙게도 잘 살아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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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흩어져 내리기만을

난 내가 흩어져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살았다.그냥,정말 이유없는 그냥이라는 단어하나로.그냥 내가 흩어져 내렸으면 좋겠다.하늘에서 날리는 눈발처럼 내가 저렇게 날려서 바람을 타고 아무데나 흩뿌려져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기만을 기대했다.아니,기대라기보단 예감했다.나는 꼭 그렇게 될줄 알았지.그런 결말밖에 없는줄 알았지.


사실을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가 발끝을 젖게 만드는데도.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데도.그러니 내가 눈발처럼 흩날려 사라지길 바랐던 마음은 사실 너무 주제파악이 덜 되었던 개꿈이었다.나는 그만큼은 안돼.


그래도 이제와 다시 누워 하늘을 바라보자니, 굳이 내가 흩날려 뿌려질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

나를 책망하고 나를 벌주고 나를 가둬두고 이제 그런거 그만할거니까 

나를 사라지게 만들고 좋은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거랑 싸울거니까

난 흙에 묻히지도 않고 강에 뿌려지지도 않고 불에 타 항아리에 갇히지도 않을거니까


여기 누워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한때 내가 되고 싶어했던 눈발을 맞으며 시원하다고 소리지를테니까.

시원해.

개운해.

나 이제 살것같아.

감사해.

버텨줘서 감사해.


내가 나에게 제일 듣고싶었던 말.

내가 그 누구보다 먼저 나에게 해주고싶었던말.

그말.

고맙다는말.

고맙다고.


나 이제 정말 살것같다고.그래서 너무 고맙다고 그런 말을 하고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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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기

기대하지 않기


세상을 잘 사는 법, 다치지않는법
그 중 첫번째는 역시
기대하지 않는것.

남도 결국은 나다.
똑같이 별거없고 적당히 하찮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