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흩어져 내리기만을

난 내가 흩어져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살았다.그냥,정말 이유없는 그냥이라는 단어하나로.그냥 내가 흩어져 내렸으면 좋겠다.하늘에서 날리는 눈발처럼 내가 저렇게 날려서 바람을 타고 아무데나 흩뿌려져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기만을 기대했다.아니,기대라기보단 예감했다.나는 꼭 그렇게 될줄 알았지.그런 결말밖에 없는줄 알았지.


사실을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가 발끝을 젖게 만드는데도.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데도.그러니 내가 눈발처럼 흩날려 사라지길 바랐던 마음은 사실 너무 주제파악이 덜 되었던 개꿈이었다.나는 그만큼은 안돼.


그래도 이제와 다시 누워 하늘을 바라보자니, 굳이 내가 흩날려 뿌려질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

나를 책망하고 나를 벌주고 나를 가둬두고 이제 그런거 그만할거니까 

나를 사라지게 만들고 좋은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거랑 싸울거니까

난 흙에 묻히지도 않고 강에 뿌려지지도 않고 불에 타 항아리에 갇히지도 않을거니까


여기 누워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한때 내가 되고 싶어했던 눈발을 맞으며 시원하다고 소리지를테니까.

시원해.

개운해.

나 이제 살것같아.

감사해.

버텨줘서 감사해.


내가 나에게 제일 듣고싶었던 말.

내가 그 누구보다 먼저 나에게 해주고싶었던말.

그말.

고맙다는말.

고맙다고.


나 이제 정말 살것같다고.그래서 너무 고맙다고 그런 말을 하고있는거야.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내가 많이 기대돼  (0) 2018.10.30
엄마, 잘 사셨어요  (0) 2018.10.26
기대하지 않기  (0) 2018.10.24
좋은사람이 아니어도 너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고싶다  (0) 2018.10.16
제일 부러웠던 가족   (0) 201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