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고 해지고 낡아빠진것들

찢어지고 해지고 낡아빠진것들


역시 이제는 그런것들이 좋다.옷도 신발도 공책도 그냥 뭐든게 다.아니면 분위기라도 그런 분위기가 좋다.안그래도 세상 살면서 숨막히게 탁탁 조여오는 순간이 가득한데 옷이라도 후리하게 입고다녀야지.일자로 반듯반듯 쏟아질듯 무서운 건물들 사이에서 옷이라도 구겨지고 후줄근해야 사람같지 않아? 모르겠어 난 그런것같던데.


자꾸 팔과 손에 뭘 착용하고싶다.팔찌하나 산것도 모자라서 또 주문했다.상관없어 내 시간 내가 팔아서 번 돈으로 사겠다는데 뭘.그냥 나는 요즘 이런게 재밌다.소소하게 돈쓰는재미.그리고 소소하게 돈 아끼는 재미.남들 다 하고살았던거 이제서야 알았다는것도 웃기지만 이제라도 알게되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해야지 뭐.


퇴근 후 영어공부를 안하는날엔 책을보고, 책도 안보는날엔 영화를 보기로 했다.그러기로 한건 아니지만 어차피 내 생활패턴이 그래서 그렇게 됐다.영어공부 간만에 하려니까 참 재밌다.그런거 있잖아.새내기때 암것도 모르고 오티가서 술 왕창먹고 술김에 동기야 친구야 그러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싹 다 벽에 붙어서 뻘줌해하는 그런거.영어가 좀 그렇네 나는.술김에 친해진 친구처럼 소원해지기 쉬운게 또 없고 수능생뽕에 차서 영어성적 올리던것만큼 뻥튀기같은것도 없다.내가 그랬지 뭐.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이젠 잘 해야 되니까.무조건.선택하는데에서 우물쭈물 망설이던 예전 모습은 이제 거의 없다.선택은 신중하게 해야하는건 맞지만 신중한만큼 운이 안따라준다니까.선택은 그냥 선택이야.나쁘고 좋고 그런거 없어.그런건 그 뒤에 스스로의 행동이 만들어주는거지.


그냥 요즘은 힘들어갈 일도 없고 나쁘지 않아서 이래도 되나싶다.흰티 아니면 칙칙한 회색티에 낡아빠진 청바지 주워입고 돌아다니는거 그냥 난 그런게 참 좋더라.맘만 같아선 그냥 속옷도 안입고 나시에 팬티차림으로 돌아다니고싶기도 하지만.언젠가 뭐 그럴날 온다면 나야 땡큐고.그래서 슬슬 내 작업을 하려고하는데,공부는 공부대로 계속하고 작업은 작업대로 계속하고 돈은 돈대로 계속 벌고.그러니까 이거 세개를 같이 하면 되는거지?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살던 나에게 내가 이런 과제를 하나 내준거지? 사람 참 강하다.조금만 무거워질 조짐이 보이면 다 내려놓고 도망가려고했거든 저 건너편으로.근데 올려놓으니까 놓는대로 어깨가 버티는거야.사람이 강한건지 간사한건지.나는 그러니까 이제는 징징대지 않을꺼야.징징대더라도 솔직히 함 봐줘라.나는 좀 징징대도 돼.근데 징징대지 않으려고 노력하긴 할거야.실은 징징대고 싶은맘이 별로 안들어.언젠간 또 징징대고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그러니까 나는 냄새나는게 좋다고.사람도 마찬가지야.삐까뻔쩍 광나는 사람은 체질적으로 나랑 안맞더라 그리고 싫어.사람이 좀 풍파도 맞고 데여보고 잘못된 역사한켠도 가지고 있어서 스토리가 있어야지.그래야 사람냄새나지.구제 시장에서 남친 고를 수 있으면 벌써 골랐다.폼나는 이야기 폼나는 아픔 폼나는 지조.그런거 있는사람이 좋아보여.그리고 나도 그런사람인것같고.낡아빠진 청바지만큼이나 매력적인게 또 어디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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