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두려워했을까

왜 그렇게 두려워했을까


나 약간 달걀 안쪽 깨부순거같지 부리로.줄탁동시의 줄탁까지는 간것같지?


내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말로 풀어낼 재간은 없지만 '왜'두려워 했는지 그건 알것같다.이렇게 되려고 그토록 오랜시간동안 웅크리고 힘들어했던것같다.이렇게 되려고.이렇게가 뭐냐면,내가 왜 그렇게 두려워했을까 하고 궁금해지려고.그러니까 지금처럼 두려운게 없어지려고.


개념은 다 상대적인거잖아.아픔없이 완치도 없고 어둠 없이 빛도 없고 상처없이 흉도없는 법이니까.그러려고 내가 두려움이 있었던것같다.두렵지않으려고.두려움없이 두려움없어질 수 없으니까.누가 나한테 인생을 잘 살라고 사명감을 심어준것도 아닌데 그래야할것같다.내가 방황한만큼 그리고 앞으로 아플만큼 지금,지금 이 순간 제대로 발버둥쳐보려고 노력하는것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물이 무서우면 물로 뛰어들어야한다.나는 사는게 무서워서 관전만 했다.이젠 뛰어들었다.내 삶으로.제3자에서 주인공으로.그게 평론가들에게 별 2개도 받지못할 싸구려캐릭터일지라도, 주머니에 손 넣어서 나오는게 짤랑거리는 몇백원이 전부여도.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되어가고있다.그게 그토록 무서웠는데.잠겨죽고 숨막혀죽을것같은 공포를 수천번을 넘겨가며 이렇게 됐다.나는 지금 내 탄생이 마음에 들고 더욱 독해지고 약아지길 바랄뿐이다.


고등학생때 FM이 별명이었다.학원선생님들도 너는 너무 FM이라 문제라고 했었다.난 잘 몰랐거든.나는 저 뜻도 몰랐어.라디오라는 얘긴가?이랬으니까.살아갈수록 그때의 내가 얼마나 빛났는지 꺠닫는다.그때로 절대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아쉽지않다.한때는 저때만 그리워하고 눈물흘렸지만 이젠 그러고싶지않아.정석대로 살고싶지않아.금이 가면 가는대로 행여 그게 남을 상처준대도,어쩔 수 없는 선에서는 그러고 살거야.내가 남한테 받은 상처만큼 나도 남을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그것부터 인정하고나면 오만함도 사라지는것같다.착실하고 근면한 내 자신, 너무 예쁘고 소중하지.그치만 거기서 그치고싶지않아.그냥 조금 더 내 잇속챙기고 손해볼짓 안하며 살고싶다.어른이 되고 싶다는 얘기다.누가 차려다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내껀 잘 차려먹는 수준의 똑부러짐.그런게 내가 필요해서.


꿈을 꿀 수 있는 내 머리통과 바쁘게 움직일 수 있는 팔다리.좋은 소리 나쁜소리 다 듣고살기위해 열려있는 귀.소리치고싶고 남을 상처주고싶어 크게 뚫려있는 입.따져보면 하나하나 내가 할 수 있는건 많다.타타타 노래처럼 정말로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은 건졌으니까 이미 수지맞는 장사했을지도 모른다.난 그냥 고름투성이의 생각은 버리고 아문 생각으로 별 일 없었다는듯 뛰고싶다.하긴 아무는것도 고름이 꽉 차서 터져버려야 아물지.잘 터졌지.십년 넘게 터지고있었다.고름 짜내는게 이렇게 오래걸릴 줄 누가 알았겠어.덕분에 잘 아물고 있다.내 불행은 너무 가볍고 희소성없는 불행이었지만,그게 날 꿀꺽 집어삼키고 흔들고 쥐어짜고 비틀었다.깨닫고 나니까 진짜 얼마나 아픈지.나보다 아픈사람은 없을것같다는 오만한 생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꽉 찼었다.그 중간에 내 오랜 꿈도 소용없어지는 순간이 있었고,아무생각없이 창밖만 바라보면 내가 곧 죽을것같아서 눈물이 뚝뚝 흐를때도 있었고,차도로 뛰어들고싶은 충동을 억누르려고 가까운 거리도 몇십분이 넘게 걸려 걸어간적도있고.쓰레기 버리듯 나를 어디에 내버리고싶어서 모르는지역으로 무작정 찾아가 떠돌다 차마 버리지도 못하고 집으로 들어온적도 있었다.미련하게 일한만큼 돈도 못받고 들어온 내 아빠처럼.어깨위에 솜사탕처럼 가벼운 자기 인생밖에 없는데도 그걸 감당못해서 비틀거리는것처럼.


그렇게 해질무렵 저녁에 터덜터덜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면 날 반기는건 곰팡이냄새.좁고 좁아서 햇빛 들어올 틈도 허락하지 않는 숨막히도록 아늑한 내 집.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기전에 그 옆에 쌓여있는 늙은호박 몇개가 자꾸 눈에 걸렸다.먹지도 않고 쓰지도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있던 늙은호박.집을 꾸며주는 소품도 아니고 영양가 있게 즙으로 되돌아오지도 않은 있는그대로의 호박.그게 꼭 나같았다.지나쳐서 내방으로 들어가 누우면 방 하나가 꽉 찼다.책상 하나도 놓을 수 없는 공간.의자를 넣을 수 없는 방.고개만 돌리면 현관옆 보이는 호박덩어리들.그 놈들은 나중에 다 썩었다.결국 그렇게 썩어없어질거 왜 그렇게 필요할것처럼 모셔놨을까.내가보기엔 전부터 모셔두는듯 버린것같았는데.슬프려니까 그런것들만 봐도 다 슬펐다.버려지는건 다 나같고 썩어문드러지는건 다 나같았다.기분이라도 환기할까 싶어서 밖으로 나가면 길바닥에 떨어진 매미들이 불쌍해서 금새 집으로 들어오곤했다.안에 있기도 뭣하고 밖으로 나가도 뭣한.이상한 상황.나만 바보된것같은 상황.밟을까봐 무섭더라.결국엔 다 죽음이구나.길바닥에 장식처럼 널려있는 매미사체들과 그 위로 꼬이는 개미떼.나는 개미밥이라도 될 수 있을까 그런생각을 참 많이도했다.외면하거나 받아들여야하는데,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외면했었다.눈만 뜨면 보이는 삶과 죽음의 흐름이 너무 무서웠다.


그런데 이제는 받아들였다.가슴아프지 않으려고 노력하니까 그게 좀 되더라.이젠 길가다 땅바닥에 죽어있는 날 발견해도 괜찮을것같다.남들이 날 밟고 지나다녀서 바스러진대도 상관없다.난 이제 그런거 피하지않고 받아들일거니까.아프지만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테니까.어차피 나는 죽으려고 사는걸 뭐.조금 더 잘죽어가기 위해서 잘 살려고 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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