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왔으니 감사

여기까지 왔으니 감사


남들은 그러겠지.여기까지?너의 거기까지가 거기까지냐.나는 여기까지가 맘에 드는데.끝이 아니야 과정이야.내가 여기까지 오게된건 기적과 같은일이지 실은.실은 정말.일상이라는게 가능할까 그런생각을 많이했다.내가 남들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일을하고 퇴근후 누워서 하루를 마치는게 가능할까.누가 나를써줄까.나는 이렇게 병자인데 나는 버림받겠지,나는 쓰레기니까.이런 패배의식과 고름이 온몸 구석구석 날 절여놓고 있었다.그래서 난 더욱 사회에 나가지 못할것같았다.


나중엔 사람들과 대화하는것도 어려워졌다.말을 어떻게 시작해야하지,말을 어떻게 마무리해야하지.저 사람은 내가 이상해보일까? 역시 이상해보이겠지.이럴땐 무슨 말을 해야하는거지? 뭘 어떻게,내가 뭘 어떻게 해야하지?아니 하고싶지않다.아무하고도 이야기하고싶지않다.그냥 혼자있고싶다.그러고 날 가둬버리고.사실 이런날들이 너무 많았고 그냥 단순 슬럼프라고 하기엔 정말 병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근무한지도 1년이 넘어가고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머리를 감는것도 가능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길도 잘 물어보고.이런 남들에게 가능했던 일들이 나한테 일어나고있다.이거 어쩌면 내가 그토록 꿈꿨던 그냥 평범한 일상.제발 정상적인 하루.이게 가능해졌다니.일단 확실한건 난 약을 먹어야한다는거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까지 가는게 히말라야 등반보다 어렵고 죽을만큼 힘들어서 하루종일,이틀,삼일,사흘 내내 물도 안먹고 누워서 잠만 청했던적도 있었다.그냥 그렇게 자다가 죽고싶었다 나는.그냥 일어나고싶지 않았고 그냥 무언가 먹고싶지 않았다.불도 안켜고 항상 깜깜하게.친구들이 전화를 해도 안받고 엄마가 전화를 해도 안받고,받을수가없었다.받으면 비난받을것같았다.자꾸 숨고싶고 도망가고싶고.나를 숨기고 숨기고 또 숨기고 그랬었다.


아직도 나는 삐걱거리고 내가 감당하기 힘든 감정들이 치고 올라올땐 여전히 살기 빡세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버틴다.버텨서 여기까지 왔다.남들 그냥 그러고 사는데까지.감격스럽다.정말 나한테 박수쳐고싶어.그렇게 죽을고비 넘기고 넘기고 열심히 살아서 드디어 남들은 이미 떠나버린 출발선에 왔다.이제서야 출발선.


괜찮아.만족스러워 어차피 남들은 저 앞에 있어서 앞에있는지 뒤에있는지 구분도 안된다.혼자 달리는 기분도 괜찮은것같다.지금도 퇴근하고 와서 조카 선물줄거랑 알라딘에 갖다 팔 앨범과 책 정리중이다.에어컨도 고치겠다고 센터에 접수하고 집주인하고도 통화하고.이런걸 어떻게하지?싶었던걸 내가한다.이런게 뭔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런거 할 수 없었거든.성격이든 아님 병이든.


나 한명이 일단 하나의 가정이라고 친다면, 나는 나를 잘 꾸리고싶다.잘 만지고싶고 잘 보듬고 다듬어서 그럴싸한 덩어리를 만들고싶다. 잘 되길 바란다.더불어 내 블로그를 찾는 많은 분들이 조울증이나 아니면 마음의 혹 하나씩 달고 살고 있을것이다.내가 위인은 아니지만 그냥 인이니까 귀감이 될지도 모르겠다르는 생각을 한다.위인은 위인이니까 저렇게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인은 그냥 사람이거든.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산다고.그니까 조금만 더 살아보자고.아직 억울한 마음이 있다면 죽는걸 조금 미뤄보자고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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