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지 않으려 입에 술한모금 갖다대지 않고 산지 몇년이 훨씬 넘었는데도,좋은 노래 한곡들으면 그렇게 한잔두잔 마시게 될까봐 겁난다.살고싶어서 술을 끊었지만,동시에 나답게 살고싶어서 술을 마시고싶다.내 아비처럼 살기싫어서 꿋꿋하게 버티고 있지만,동시에 그 피가 어디갈까 싶어서 그냥 긴장을 풀고싶은 생각도 든다.그게 나다.언제나 양쪽 갈림길이 눈에 들어오는 나.그 갈림길에서 나는 항상 선택을 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왼쪽이 맞는지 오른쪽이 맞는지 일단 가봐야 아니까 발걸음을 재촉하는 친구들과 달리 나는 맞는지 맞지않는지 알 수 없어서 여기 제자리다.


망가지고 싶은 욕구가 강한걸지도 모른다.이젠 내 주사도 모른다.내 주사가 뭘까.외로운 마음을 들킬까 무서워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한다.소주잔 한잔 위로 쳐들고 짠 한번 하는게 뭐가 어렵다고 그속에 끼어들어가는것같아서 그런것조차도 내키지않는다.술을 한참 마실때에도 나는 자취방 냉장고에 종류별로 쌓아놓은뒤 혼자 안주만들어 먹고 마시고한게 전부였다.물론, 같이 마시고싶지.같이 마시고싶어.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어.이렇게 방황하는 나를 어떤눈으로 바라볼지 궁금한 아빠와 한잔 하고싶은걸까.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연인과 한잔하고싶은걸까.


상대방을 질리지 않게 만드려면 나를 설명하고 나를 표현하는걸 줄이라는데,그러기는 어렵다.평생을 나 자신을 설명하는일에 매진하여 살 나를 설명하지 말라는건.물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하라는것과 같은 이치이다.나는 그냥 나이기때문에 나를 설명하는거고.그 과정에서 누군가 지쳐 나가 떨어져도 큰 상처는 아니다.나는 괴롭고 상처가 자주나지만 그래도 그 위에 딱지가 앉는다.얼굴 몸 온곳에 딱지투성이지만 그런대로 괜찮다.어쩌면 소나무옆에 서있으면 내가 소나무같을지도 몰라.나는 나만의 결을 지녔다.흉하고 더러워도 나 자신만큼은 나를 싫어하지 않기로 계속 노력하고 노력한다.이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자아에 대한 성찰이나 고민 자괴감도없이 사는 편한 사람들이고.나는 이런생각들로 345일을 시달리고 쫒기고 때로는 맞서고.매일매일 싸우는 과정.매일매일 벌어지는 전투.승리해도 내가 다치고 패배해도 내가 다치는 아이러니한 이런 싸움은 머리와 마음을 항상 시끄럽게한다.그래도 괜찮다.그래도.


왜냐하면 나는 그래도 살아갈거니까.사고회로 한구간이 잘못된 내가 좋다.어느 감정이 결여된 내가 좋다.생각이 끊이지 않는 내가좋다.술을 마시고싶은 내가 좋고 담배를 피고싶은 내가 좋고 사람을 버리지않고 아껴주고싶은 내가 좋다.동물을 사랑하는 내가 좋고 햇빛좋은날 혼자 누워있고싶은 내가 좋다.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정갈하게 담아먹고 싶은 나도 좋고 집안 곳곳 온 유리창을 깨버리고 가스관을 폭파시켜 버리고싶은 나도 좋다.겉으론 고요하지만 누워서 칼로 내 허벅지를 찔러 죽이는 상상을 하는 내가 가엽고 좋다.아니, 좋다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다.나는 이제 나에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내 껍데기도 내 영혼도 모조리 내것이다.내 모든것을 위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렇게되면 나는 버텨온 삶이 거짓이된다.어쩌면 과거는 다 거짓의 영역으로 치워버리고 새삶을 시작하고싶은 나약한 내가 좋다.동시에 아집으로 버티고 알수없는 말을 늘어놓는 병신같은 내가 좋다.자연스럽다.그게 나인거다.나는 거기서 시작하고 거기서 끝난다.예의없어서 미안.아니, 예의는 바른데 싸가지가 없어서 미안.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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