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온종일 종교에 관한 잡념뿐

하루 온종일 종교에 관한 잡념뿐


원래도 종교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고 사는편이긴 했지만,한달이 넘어가도록 온종일 종교생각에 고민하고 괴로워하기는 처음인것같다.뭘 어떻게해도 전부 모순이며 모순이고 모순이라 벽이 부딪혀 반사되는 메아리처럼.답도없는 고민을 하고 또 하고.정의내리고 싶어서 괴로운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온전히 믿고싶어도 믿을수가없다.내가 체험한 기독교는 분명 이점도 많은곳이지만 그 교리 그대로 믿고 따르고 생활하기엔 모순점들이 너무 많고 인정할 수 없는 정의에 반하는것들이 너무 많은것이다.이를 두고 신앙심은 그런것들을 넘어서야 오는것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런것들이 너무 중요했다.난 신보다 사람이 소중한데.그냥 나는 휴머니스트 그게 되고싶을뿐이다.사람이 가지는 죄책감과 자비로움이 신으로부터 나오는것이 아니라 본래 가지고있는것이라고.그렇게 생각하며 현세를 잘 살고 싶을 뿐이다.


종교활동에 심취한 사람들은 일종의 정신수양자와 같다고 생각한다.내가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를 체득하며 고양된 삶을 살아가고있는 수양자들은 이미 자신만의 철학이 완성된 사람들일것이다.그런 사람들은 존중한다.하지만 기독교 교리를 따라 누군가를 배척하고,틀렸다고 규정짓는 행위나 정신이 있을경우 나는 존중할 수 없게된다.나는 그렇다.


나는 늘 신의 존재를 믿고싶어했고 지금도 믿고싶어서 미치겠지만, 어렴풋 알수있는것은 내가 찾는 신은 기독교의 신이 아니라는것.어린시절부터 교회와 가까웠고 중학교시절은 부던히도 교회를 찾아 기도하는 하루를 살았고 방언이라는 은혜를 받았고 아버지를 잃고 절망을 떠안고 방황하면서 카톨릭고등학교를 지원했고 거기서 부적응환자가 되어 다시 특성화고로 전학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텅 빈 마음을 주체못해 무엇인가 찾으며 의지하려고했고 그래서 또 성당을 찾아 반년가까이 교리공부를 받으며 세례받고 열심히 다니다 또 냉담하게 되고.이렇게 착오적인 시간을 보내버렸다.모든게 의미없지는 않지만 순서가 어찌됐건 나는 종교 밖으로 나왔을것같다.생각이 많다.잡념이 많다.나는 무결하지 못하면서 내가 몸담을 곳은 무결하기만을 바란다.나조차 모순덩어리인데 무언가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싫었던것은 나의 성향이었다.나는 기본적으로 사교활동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지는터라 그런것들을 내것이 아니라 여기며 사는데,성당이나 특히 교회는 사교활동하기를 적극적으로 권한다.이런저런 활동들이 너무 많고 그것들은 나를 버겁게 한다.그리고 내가 사교생활에 소극적이면 '신앙'이 부족하다며 나무랐다.신앙이 부족한게 맞을수도있다.허나 사람은 공산품이 아니듯, 각각 자기만의 그릇과 색깔을 타고나는것이다.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겉으로는 온화한척 속으로 나의 신앙을 재단하는 교회사람들의 인품에 넌덜머리가 나 도저히 견딜수가없었다.아직도 유일신을 믿는 종교는 다름을 인정하는것이 많이 어려운가보다.인정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데.그냥 다르니까 다른건데.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사랑하는 예수의 가르침은 지금 시대에 이르러 기독교인들끼리만 사랑하라는 가르침으로 변모한것같다.나는 예수를 한사람의 사상가,혁명가로 존중한다.나처럼 꼬인애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하는게 마음만 답답하다.종교를 울타리라고 생각한다면 울타리안에 들어가는것이 제 뱃속 편한줄은 나도 알지만,그 울타리가 도저히 내것이 아닌것같은데 어떻게 마음을 넘겨주어야하는지 이젠 정말 모르겠다.나는 내 맹렬한 신앙이 누군가를 해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면 기꺼이 버릴것이다.만약 정말 신이 있다면 그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라면,교회 밖에서 찾을것이고 성당 밖에서 찾을것이다.그게 올바른 믿음이 아니라도 상관없다.나는 나를 믿고 내 선의의지를 믿으며 희생하고 사랑을 전파하려던 예수의 정신을 닮으려 노력할것이다.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 따 만든것이 인간이고,그 인간들을 사랑한나머지 인간의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후,삼일만에 부활했다는것이 사실이라면.나는 인간을 사랑하고 환경을 사랑하는 정신으로 살아가면 그게 예수의 정신과 일맥상통하지 않는것인가.나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구원받을 수 없고, 교인들과 교제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지옥에 떨어진다면 현세에서 내 삶은 도대체 무엇이 되는것인가.교리는 나를 너무 나약하게 만든다.무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이젠 달갑지 않다.


왜 라는 반문도 허용되지않고 답을 줄 수 없는 정신적세계.그 속에서 왜 라는 질문은 암묵적으로 금기시된다.신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시간일것이다.시간이 신일지도 모른다.나를 계속살게하는것.나를 멈출 수 있게 만드는것.어쩌면 시간이 세상의 빛이고 소금이고 심판대인지도 모른다.아니 사실 나는 다 모른다.


교회에 몸담았단시절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타협하지 않는 교회의 자세는 어쩔때 부럽기도하면서 성스러운 무언가로 경이로움까지 느끼게한다.하지만 이런식으로 계속 교회가 세습되고 이어지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그래서 원하든 원치않든 낙오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울타리 밖 사람들이 생긴다면.기독교는 얼마 못가 무너지고 말것이다.니체의 말대로 신은 죽었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기독교 정신은 예수가 시작해 예수가 끝냈을지도 모른다.이천년 넘는 세월동안 만질 수 없는 정신은 얼마나 변질되어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나는 비겁하게도 그런것들을 믿을 수 없어진것이다.내가 믿는것은 오로지 자애와 사랑뿐이다.거기에 기준과 심판이란 없다.그걸 원하는 신이라면 나는 기꺼이 믿지않고 그냥 오늘 하루를 사는것에 충실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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