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출근길에 고양이를 보았다

며칠전 출근길에 고양이를 보았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노래가 흘러나오던 택시안에서 나는 고양이를 보았다.뒷자석에 앉아 흐릿한 하늘을 눈으로 훑어내리다가 그렇게 보고말았다.도로바닥에 버려진 고양이를.버려졌다고 표현해야될것같았다.그 고양이는 조그마한 머리통이 터진채로 대로 한가운데에 그렇게 버려져있었다.


자동차들은 무자비할정도로 도로 위를 쌩쌩 달리는데, 그 고양이는 그냥 거기 있었다.가슴 한켠이 답답하다 못해 터져 나갈것같았다.위험하니까 반대편으로 빨리 뛰어가라고 소리치고 싶었다.검은색 고무타이어가 고양이를 가렸다 사라지고 가렸다 사라졌다.찢긴 몸둥이를 덮고있는 갈색의 털이 바람때문에 솟았다 가라앉았다 솟았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했다.


기사님이 더 빨리 운전해서 이 대로를 벗어나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심장이 계속 쿵쿵댔다.아는 사람이 죽기라도 한것처럼 자꾸 불안해지고 무서워졌다.너무 가여웠다.가여워해줄 사람이 나뿐인것처럼 더 가여워했다.대체 왜 거기있니.그냥 길을 건너려던것뿐인데 왜 거기 그렇게.길을 건너려했던것이 죄인것처럼 무서운 벌을 받은것처럼 왜 그렇게 있니.


일터에서도 자꾸 그 고양이 생각이났다.나는 몇번씩이나 길바닥 위에 놓인 죽음을 마주한다.작년 여름에는 참새가 무언가를 잘못먹은듯 초록색 액체를 토해놓고 죽은것을 보았다.햇빛은 그렇게 아름답게 내리쬐는데 그 참새는 지독할정도로 흉하게 죽어있었다.사람들은 커피한잔씩 손에들고 하하호호 지나다니는데 응달밑에 홀로 죽어있는 그 모습이 애처로워 내내 마음에 걸렸고,점심을 먹은 뒤 어떻게든 해줘야겠다라는 생각에 그 장소를 다시 찾았지만 참새는 없었다. 누군가가 쓰레받이에 옮겨서 버렸을까. 화단근처에 다시 버려졌을까.이미 버려진것을 또 한번 옮겨서 또 버렸을까.그 참새처럼 계속 그 고양이 생각이 났다



나는 그냥, 조그마한 머리통을 한번 쓸어주고싶었다.보기가 무섭게 터져버려있었지만 그애가 살아있었을땐 눈동자가 보석같지 않았을까.어둠속에서도 혼자 빛나는것처럼 그렇게 반짝이지 않았을까.


고독한 노래와 창밖의 고독한 풍경.그 느낌이 너무 무거워서 퇴근길에 그냥 눈물이 펑펑났다.자꾸 길 위에 죽어있는것들이 보인다.자꾸 그런것들만 보인다.그리고 그런것들에게 무릎꿇고 사과하고 싶어진다.나의 위선일지도 모르는 일방적인 동정도 길바닥에 묻히는듯 했다.


다음날 출근할때 또 택시를 탔다.기사님은 가까운 길을 놔두고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갔다.나는 그냥 그렇게 하시라 냅두었다.아직도 그 자리에 있을 고양이도 마음 아프고, 사라져 옮겨버려졌을 고양이도 마음 아픈 일이기 때문에 미터기 숫자가 계속 높아져도 아무말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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