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자 아들이자 가장

딸이자 아들이자 가장


그게 나였다.실질적으로 내가 돈을 벌고 못 벌고를 떠나서 그 무게감은 항상 나를 짓누르고 숨쉬기 어렵게만들었다.주위 어른들은 착하게만 크면 된다고 말했지만 나는 착하다는 말을 어떻게든 해석해야했고 그게 결국은 성공이라는것을 알게되었다.과거제 시험치는것처럼 내가 학문을 우물파듯 파서 입신양명하면 모든게 해결될줄알았다.결과는 입신양명도 못했고 해결된것도 없다.


사회에서 온갖 여자로써의 역할은 강요받는데 집안에서 그리고 내 자아는 가장이자 맏아들노릇과 다름없었다.사실 무슨차이야.나는 그냥 책임감이 강했던 철이 일찍든 여자였을뿐이고.그게 사람들이 관용적인 표현으로 말하는 남자같은성격ㅋ이 된건데.이게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나는 남자 여자 가장 다 해야돼? 내가 왜?


천성적으로 받는게 안되는 성격이다.살면서 뭐 받아본적이 없으니 그런거도 근지럽고 오글거려서 못하겠어.내가 요즘 남자랑 데이트하면서 느끼는건데 진짜 매너고 뭐고 필요없으니까 그냥 쿨하게 자기할일, 자기 할거나 했으면 좋겠어.데이트메이트정도가 딱 적당한걸까? 사랑에 빠진 눈빛같은것도 진짜 그냥 누가됐건 싫어.그런게 다 바보같아 보여.나는 나만 정상이고 남들은 다 바보같아 보인다고 생각하는것도 싫어.누가 꽈배기처럼 꼬이고싶어서 꼬였나.아니 근데 좀 꼬인채로 살면 안되나.


결혼식가면 누군가의 여자로 누군가의 남자로 이런말 하면서 축사하는데 이것도 나는 존나싫어.나는 내꺼지 누가 누구꺼야.만약에 내가 결혼하면 나는 축사 저렇게 하면 내맘대로 다 뜯어고칠거야.인생이 헐값이어도 남에게 넘길 수 없는거다.나는 누구것이 될 수 없는거고 나도 누구를 가질 수 없는게 맞는거다.더 싫은게 뭐냐면 정신은 자주적인데 마음한구석에서는 그래도 편하게 살고싶다는생각이 지워지질 않아.소위 말하잖아 취집.그거 좀 하면안돼? 나는 하면안돼? 어차피 나는 트루럽 그런거 안믿고 사니까 그냥 취집 할 기회생기면 그거 내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살것같은데.누군가 나랑 비슷한 고민을 어디에 올렸는데 댓글에 욕밖에 없더라고ㅋㅋㅋ.철이 안들었고 생각이 어리다면서.근데 나는 그 글쓴이 이해해.살아온 환경도 약간 비슷한것같더라고.


아니 이놈들아 너네가 딸이자 아들이자 가장인걸 이해나 하겠니? 지지리도 돈없는집에서 지지리도 돈못버는 예술하겠다고 깝치며 살다가 정신 나락으로 한번 떨어지고 약으로 버티는걸 이해나 하겠니? 남자에 대한 기대자체도 없어.나는 다 똑같다고 생각해.어차피 그놈이 그놈이고 기대할것도 없어서 설레지도않고 기다려지지도않아.어차피 나 고생만 시킬놈들이잖아.나는 눈에 보이는 고생은 피하고싶었어.그래서 남자보기를 돌같이했어.장군의 마음으로.여자가 포부가 있어야지.나는 나름 내가 거장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이라 남자가 내 인생의 방해물쯤으로 여겨졌거든.근데 그런게 무너질까봐 겁이 나.내가 그래서 소개 안받는다고했는데.내 자아가 무너지면 새로 쌓이겠지.근데 무너지는걸 버틸 수 있을까.새로 쌓인 자아가 맘에는들까.사실 지금 내 성격과 내 내면도 맘에 드는건 아닌데, 그냥 늙은호박처럼 건강원에가서 즙으로 짜여져 나와야만 가치가 있는 집에 굴러다니는 애물단지같은 그런느낌인데.그래도 같이 살면 정든다고 내 내면과 같이 살다보니까 정이 들어서 떠나보낼수가없어. 못난것도 나잖아.인정했는데.이제와서 다시 정립하라니.진짜 말도안돼.


내가 만약 제대로 연애하게되면 이 글이 얼마나 웃길까.사람들이 비웃어도,심지어 10년뒤에 내가 지금의 나를 비웃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의 나를 잃고싶지않은건 진심이야.주접떨어도 솔직한게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