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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처가 무대위로 올려지길 바랄때

내 상처가 무대위로 올려지길 바랄때



언제부터 마음이 이렇게 심연으로 가라앉았는지 내 경험도 아닌데 영화도 노래도 모두 내 경험같다.가끔은 펑펑 울만한 구실이 생겨서 그 핑계로 막 울어버리고싶기도하다.여기 가슴안에 막 몽글거리고 울컥거리는 어떤 응어리가 있는데 나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 지 정말 모르겠다.그래서 나한테 아주 슬픈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어떤일.


최근 타블로의 Airbag을 다시 듣는데 느낌이 남다르다.가사 한줄 한줄이 마음을 어찌나 후벼파던지,노래듣고 우는 날이 잦아졌다.이건 뭐 어떻게 하지를 못하겠다.나도 속이 답답하다.혼자있기 싫은걸까 아니면 눈에 띄게 혼자있고 싶은걸까.결국은 눈에 띄게 혼자있고 싶다는 이야기인데 나는 차라리 내 슬픔이 그런식으로 승화됐으면 좋겠다.군중속의 외로움같은 느낌으로.그래서 가끔은 내 삶의 상처가 남들에게 관람거리가 되길 바란다.그것들이 무대위로 올려졌을때 나는 연기인척 내 상처에 이입해 막 울어대고 그걸보는 사람들은 어머 연기잘한다하고 감상하고 박수치고 발걸음을 떼고 출입구로 나가버리는 그런거.그렇게 내 상처가 일회성 단막극으로 끝나면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없을것이다.그냥 그렇게 남들에게 눈요깃거리이며 동시에 동정은 받을만한정도로,그렇게 소모됐으면 좋겠다.내 상처가.


나는 정말 완벽하고싶은 인간인데 그러질 못한다.내 짧은 방황의 이유도 과거에있고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도 과거에있다.친구가 그랬다.'넌 너무 과거에 연연하는것같아.'그런데 내 과거는 내 미래와 같다.그때나 지금이나 바뀔일이없다.내 옆에 누가와도 여기 가슴한켠이 뻥 뚫려서 너무 외롭고 너무 춥다.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것이고.그러니 내가 과거에 연연한다는말보다 그냥 '너답다'.그렇게 말해줬으면 했다.내가 맨날 흑백사진 꺼내보며 펑펑우는 재벌집 공주님이 아니라면 나한테 저런 말은 안해줬으면 좋겠다.정말로 상처받는다.


스무살 겨울에 학원 회식이 있었다.자리에 헛웃음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모두가 조금씩 취해가고 있었다.주는 술만 조금 받아먹고 있었던 나는 워낙 사람많은 자리에서 말이 없어서 그냥 가만히 고기만 구웠던것같다.스승님이 불렀다.옆자리에 가 앉았더니 약간 섭섭해하시는 눈치였다.나는 워낙 어른들한텐 더 살갑게 못한다.해봤다 한잔 따라드리며 예를 지키는정도만 한다.300년 산 느티나무처럼 무뚝뚝함과 멋없음을 쭉쭉 뿌리내린 나를 스승님은 FM이라고 하셨다.적어도 내겐 나쁘지않은 내 정체성이었다.투박하지만 지금은 꿈도 꾸지 못할 수식어다.그때의 성실함은 정말 빛나는 무언가였던것같다.하여튼 스승님의 섭섭함을 조금 듣고있는데 옆자리 친구가 불쑥 끼어들었다.'넌 너무 냉정해.' 와 나는 그때 그말의 충격을 잊지못한다.정말 흔한 회식자리에서 1초도 안되는 그 한마디가 내가 믿고있던 나를 와장창 깨 부수었다.넌 너무 냉정해.내가 냉정하다니.나는 정말 정많고 따뜻하고 그래,멋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얼마나 푸근한 사람인데.그런생각을하며 친구와 투닥댔다.그리고 그 옆에서 듣고계시던 선생님이 참전했다.'맞아,넌 좀 냉정한 면이있어.오히려 쟤가 따뜻하지' 그렇게 2차충격.쟤가 따뜻하다고?남들에게 피해주면 안된다는 반강제주입,반강제천성으로 태어난 내가 뭘 어떻게 했길래 냉정하다고 하는거지?오히려 손해보며 사는 삶의 주인인 내가 냉정하다고?우유부단하고 잔정 많아서 마음쓸일 많은 내가 냉정하다고? 내가 냉정하다니.내가 냉정하다는 말이 대체 어떤 말이지?

그럭저럭 친했던 친구와 선생님의 '너는 냉정하다' 발언에 꾸깃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갔다.지나가는 가벼운 말인데 어찌나 서럽던지 그날 또 울었던것같다.내가 어떻게 살든 남들이 나를 이렇게 본다면 나의 진심은 통하지 않는거구나.무척이나 서러웠다.조금 얄미웠던 친구는 그렇다해도 스승님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그런데 시간 지나 천천히 생각해보니 맞는말이었다.아니,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더라.워낙 내가 벽을쳐야지.내가 나랑 친구여도 어려웠을것같다.분명 친해진것같은데 이상하게 벽이 있는 그런 친구.그냥 존나 양파.스승님에게도 내가 그런 제자였었나 싶더라.내 자신을 욕되게 하지 않으려면 그냥 그렇게 거리를 정해 예를 지키는것이 최우선이라 생각했다.오히려 옆에서 주접떠는 친구들이 더 귀여운줄도 모르고.아주 고목이 따로 없었다.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보니 내가 얼마나 어려운사람인지 깨닫게 됐다.마음은 아닌데,마음은 항상 따뜻한데.그건 항상 내 좁은 범위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극소수.그리고 스무살 애송이에서부터 지금까지 난 그 범위를 넓히지 못하고 산다.


사실은 냉정하단 소리에 일주일을 밤설칠정도로 가슴아파하고 속상하고 울던 나인데,그렇게 여리고 상처 잘받는데 남들이 보기엔 얼마나 철옹성같고 세상관심없는 사람처럼 보일까.내가 얼마나 어렵고 불편할까.그런생각이 들면 속으로 우울해진다.남들이 관람석에 앉아 무대에 선 나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관객과 배우의 거리처럼 가깝다면 가까워도 멀다면 한없이 먼 그런 거리로 관계가 유지될 수 있게.그냥 딱 그 정도 생각해주면 좋겠다.사람들이 그 발치에서 내가 울면 쟤는 우는아이구나,내가 웃으면 쟤는 웃는아이구나,내가 화내면 쟤는 화내는아이구나.그렇게 생각하고 그 무대를 지나쳐 자기 갈길 갔으면 좋겠다.


그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오해하든 내가 상처받지 않을 최소한의 거리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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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요즘 일기3

그냥 요즘 일기3



1.에넥도트를 들을수록 느끼는건데 진국은 마지막트랙인 <Unknown Verse>인것같다.특히 이 구절.내 기분하곤 반대로 밖에 날씨는 괜찮네.내 기분하곤 반대로 내가 서는 무대는 화려하네.가식 욕하는 난 얼마나 솔직해?


2.졸업작품은 순항중이다.내가 작업하는 속도가 더디긴하지만,이 정도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문제 없을 듯 하다.


3.막연하게 두려웠다면 이제는 확실해져가는것같다.물론 아직도 정확한판단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믿을만큼은 된것같다.열심히 돈 모아 세식구 살만한 전세집으로 옮기는것이 내 처음의 목표가 되었다.미술이나 영화 글 이런거는 목표가 아니라 추구하는것.둘은 다르다.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4.전공에 대한 회의감은 늘 있었으나 이젠 이 문제는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않다.17살때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했었다.순수미술이 너무 하고싶은데 내가 왜 디자인입시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나는 그냥,그리고싶다.사회의 굴곡을 나보다 더 겪었을 선생님께선 미래를 생각해 디자인을 하는것이 훨씬 좋으며 순수미술을 한다고해도 고충이 크다고 날 타이르셨다.그 충고를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나름의 걱정이나 겁이 있었던지 나는 전공을 전향하진 않았다.학교에서 석고상을 그릴때마다 부족한 기본기때문에 자괴감이 많이들었다.확실히 조소과애들이 잘그리고 그다음은 서양화,한국화 전공아이들이 잘 그렸다.나는 열심히 밀도쌓는 스타일로 무식하게 그려댔고 덕분에 실기실배치는 잘그린다는 아이들이 몰려있는 1실 빼고는 전부 다 들어가봤다.선생님들이 보기에 내 그림은 처절해보였을것이다.그래서인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석고상 먼저 제대로 배워보고싶다.원래 뎃생을 제일 좋아한다.종이에 연필이 갈리는 사각거리는 소리도 좋고,종이를 살짝 받치고있던 새끼손까락에 묻어나는 흑연도 좋다.그리고 한국화도 제대로 배워보고싶다.배우고싶은게 너무 많다.


5.신문이나 잡지에 투고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가본데 생각보다 지면에 글이 실리나보다.언젠가 인스타그램 구경하는데 어떤 독자가 한겨레에 투고한 칼럼이 실렸나보더라.어라 이것봐라? 냉큼달려가 해당 뉴스를 검색해보고 쭉 읽었다.확실히 잘썼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제 배불리는 족속들에 관한 씁쓸함과 이러한 사회구조에대한 한탄과 분노가 묻어났다.정말 잘 썼다.그리고 또 드는생각.나도 좀만 하면 쓸 수 있을것같은데 써볼까.할 수 있을것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조금 붙는다.


6.전자책 리더기 사야겠다.국내기기가 킨들보다 사양이나 서비스문제에서 너무 후달리는데,그래도 아직 내가 원서읽을 실력이 안되니 국내기기로 눈 돌리는중.리디북스에서 전용 단말기를 출시 할 예정이라니까 일단 기다려 보기로했다.어차피 시간 지나면 킨들 하나 더 구입해서 원서용으로 리디페이퍼는 국내용으로 쓸것같다.기기 2개여도 뭐 이정도는 사치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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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ENS : 그럼에도 불구하고

E-SENS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떠난적도 없었지만 어쨌든 그가 돌아왔다.물론 앨범이 발매된 시기를 두고 여기저기 논란이 되고있지만 기쁘다는 말 밖에 할말은 없다.나로써는말이다.


Back to the basic이라고 했던가.앨범 커버와 맞먹게 모든 곡들은 더할나위없이 깔끔하게 다듬어져있다.화려하고 요란한 비트만 찾던 귀에 어쩌면 조금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뭐 사실 이러쿵 저러쿵 그 모든것들의 위에 선 나만의 작품을 한다는것은 누구에게나 쉬운일은 아니다.작가로써의 정체성이 무진장 강한 사람은 자신을 꿰뚫어보는일을 습관처럼 하는데,<에넥도트> 또한 습관처럼 성찰하고 고뇌한 자신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작가가 아주 오랜시간동안 그랬듯이 이 앨범 또한 아주 오랜시간동안 변하지 않는 classic으로 자리할것이다.


세상사는데에 염증이 많은듯한 그의 가사는 덤덤한 필체때문인지 몰라도 더 시적으로 와닿는다.자신에대해 혐오를 해봤던가,자신의 생활에 대해 혐오를 해봤던가,자신이 하는 모든짓들에 대해 혐오를 해봤던가,주위 굴러가는것들이 짜증나고 뭣같이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공감이 많이 될거라 생각한다.사실 나는 에넥도트 전곡을 듣기 전, 선공개되었던 <비행>이 맘에 들었던지라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다.열정과 에너지 삶의 의미가 모두 소진됐지만 그래도 나아가야 하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것같았다.배터리가 약한 차에 시동을 거는법등이 적힌 설명서를 커버로 사용한것도 마음에 들었다.함축과 비유를 정확히 사용하니 시인이다.


내가 처음 힙합을 들을때만해도 힙합은 그렇게 메이저음악이 아니었다.그러니까 쇼미더머니같은 프로그램이 생겨나는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그런시기.뭐 때가 되니 힙합이 주류음악으로 상승세를 타더라.여기서도 언더니 오버니 상업이니 예술이니 많은 논쟁들이 오갔지만,뭣보다 중요한건 힙합이 하나의 대중음악으로 한국음악계에서 자리잡았다는점이다.랩이라는걸 낯설게 느끼지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럴수록 아쉬움도 생기기 마련이다.나는 피쳐링을 필수로 얹은 랩곡은 솔직히 안듣는다.믹스테잎에서 10을 보여줬던 랩퍼가 오버그라운드 데뷔를 하더니 갑자기 3쯤되는 결과물을 들고나올때 조금은 씁쓸했다.사람의 탓인가 시스템의탓인가.따져봤자 답 나올 문제도 아니다.어쨌든 이런 힙합은 내게 별로 와닿지도 않았고 굳이 쌍수들고 반길 이유가 없었다.농담따먹기로 hip-hop이 아닌 hi-pop이 되는것 아니냐는 말도 했었다.최근에는 자극적으로 변한 쇼미더머니의 행태를봐도 유쾌하지않다.자극적으로 어필하는건 뜨기위한 발악인가 아니면 메시지없는 배설인걸까.이 난장판을 보며 드는생각.이 음악이 처음에도 이랬던가.


누군가에겐 이센스가 훨씬 난장판인 인물일지 모른다.한국에서 대마초3번 걸린다는게 쉬운일도 아니거니와,현재 수감중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역사를 여러번 쓰는 위인이다.전에 교수가 내 칼럼을 보고 질문을했다.자네는 예술가가 도덕을 항상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대답했다. 네 당연히. 당시 내 칼럼의 주어는 뱅크시의 그래피티였다.모순이 아닐 수 없었다.세계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작업은 전부 불법이었다.


때문에 이 질문은 여전히 난제이다.뱅크시는 그렇게 했겠지만 저는 도덕을 지키며 살래요.그말인 즉슨 나는 뱅크시가 될 수 없어요.예술하겠다는 사람이 뭔말을 이렇게 하는건지 이것도 참 애매하다.그래도,그래도 도덕적이면 좋지.선과악을 명백하게 가른다면 나는 선이 되고싶지 악이 되고싶지 않다.그렇다면 이센스는 악에 서있나.반응보면 꽤 악인인것같기도하다.그를 사랑하는 사람도 많지만 철저한 도덕의 틀안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이들은 이센스를 구제불능,통제불능,절대악으로 보는것같다.하지만 나는 이센스가 부도덕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사회적 규범에있어 비윤리적인 일을 했을지언정 인간자체가 부도덕하다면 염세를 느낄 수 없다.그의 음악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나는 '사람'이라는 존재를 이렇게 생각한다.하나의 검은점이 있다.그것이 끝인줄 알았는데 옆을보니 흰색의 점이있다.그옆에 검은점이 또 있다.그리고 그옆에 또 하얀점.그 점들은 빽빽하게 아주 많이 모여있다.멀리 떨어져 제대로 보니 그것은 각각의 점이 아닌 회색의 인간이었다.한발짝 떨어져 멀리서 바라보는것.그것이 점묘화를 보는 완벽한 방법이다.나는 사람이 점묘화와 같다고 생각한다.내가 본 누군가의 모습은 지극히 많은 그의 모습중 단 하나의 점일수도.덧붙여 허지웅의 에세이에서 이 구절이 떠오른다.'우리들은 모두별로다.물론 그중에 내가 제일 별로다' 그니까 우리 모두 순백색도 흑색도 아니고 다 별로인 회색이라고.


이센스도 그 중 한명이다.설령 수감중이라고한들 그 인생을 끝내야하는건 아니지않는가.뭐,돈 궁해서 음반냈느냐,사람들이 잊을까봐 음반냈느냐.이러한 말들은 사실 그에게 상처입힐거리가 되지않는다고 생각한다.돈때매 음악했으면 그간 괴로워 할 필요가 없었고 사람들이 잊을까봐 음악했다면 사람들 의식해서 스스로 잊혀질 안좋은 기회를 만들지도 않았을것이다.이해 받지 못할 세상에서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작업물이다.그거면 됐다.그냥 나답게 살려고 음악하는거라고 말하면 조금은 작가의 마음과 같을까.


모든 서사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문장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이 문장을 참 좋아한다.

시끄럽게 오가는 말들 위에서,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센스는 음악가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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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춘과 엄마의 황혼

나의 청춘과 엄마의 황혼




이번주 토요일 엄마의 생신이다.정확히 말하면 61세 환갑잔치를 연다.내 동생나이가 21살이니 엄마와는 딱 40살 차이가난다.보통 나에게 이렇게들 묻는다.어머니가 55년생이시면 네가 늦둥인가보구나.그럼 대답한다.아니요 늦둥이는아니고 엄마아빠가 늦게 결혼하셨어요.제가 첫째에요.


동생과 엄마 선물에 대해 고민할때쯤 엄마는 동창모임에 동생이 잡지부록으로 받은 목걸이를 빌려차고 나가셨다.그때 우리 둘다 목걸이를 해드리자 생각했던것같다.나는 학교로 올라오느라 동생이 직접 금은방을 돌아다니며 목걸이를 골랐다.기껏해야 우리 둘 다 학생이니까 비싼건 못해드려도 18K정도면 뭐.이런걸 왜 샀냐고 바로 호통부터치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좋다.지금 난 용돈을 조금씩 타서 쓰는 신세라 돈은 동생이 다 냈고 졸업 후 대마도여행 경비를 대주기로했다.


뷔페에서,식구들끼리 모인자리에서 언젠가 엄마에 대한 나의 마음을 시로 낭독하고싶은 꿈이있다.어디가 되었든 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 공간에서 엄마를 향한 감사와 존경과 사랑과 동경을 담아 그렇게 노래하고싶다.아마 이번 잔치때는 아닐것같다.작은 편지지에 글을 써서 가방에 넣어놓을지라도 낭독은 못할듯싶다.


아빠가 살아계셨더라면 같이 환갑을 보냈을텐데,아빠가 언제 돌아가셨더라.벌써 8년이 넘었네.정말 나는 그시간동안 너무 외롭고 너무 힘들었다.그때는 네이버블로그를 했었는데 항상 비밀글로 일기를 쓰고는했다.아빠에대한 원망 사랑 그리움 죄책감 아픔 그리움 아픔.블로그를 통으로 날려버려서 그때 글들을 지금 읽을 수 없지만 항상 아빠가 그곳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그런내용이었던것같다.백사장에 꽂혀있는 어린나무처럼 나는 허우대만 멀쩡히 나무의 모양만을 흉내낼뿐, 제 기능을 하나도 못하며 자랐다.텅 빈 마음을 끌어안고 지내니 거기엔 슬픔만 내리 가득차더라.그래서 그냥 내 몸의 세포처럼 받아들인지 오래됐다.인간은 적응의동물이라더니 슬픔에 너무 적응해버려서 지금처럼 아무 일도 없는 일상에도 눅눅하게 우울이 깔려있는것같다.습하고 눅눅한 지금의 기후에 맞게 열대지방 나무처럼 변해버렸을지도 모른다.환경에 맞게 자라기 위해 나무도 제 모양을 바꾸며 생존한다.나도 다르지않다고 느낀다.


내가 그렇게 아파하며 멀쩡한것처럼 지낼때 엄마는 어떠했느냐.온 울화를 끌어안고 자식새끼 먹어살린다고 일터로 나갔다.그때는 내가 엄마가 힘든걸 너무 잘 알아서 스스로 입을 꿰어버렸고 그 어떤 고민도 상담도 집에다 털어놓지 않았다.걱정하실까봐.나중엔 그게 나한테 독이되긴했지만.여튼 엄마는 나보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다.엄마와 언성을 높이며 싸울때에 진심으로 무섭다고 느낀적이있었는데 그때도 이때였다.내가 누구와 대화를 하고있는지 전혀 감이안올때.엄마 안에 괴물이 산다고, 너무 무섭다고, 엄마 나 누구랑 말하는거냐고 펑펑 울었었다.그때 내가 화를 내며 버럭버럭 싸우던 상대는 엄마가 아니라 엄마의 울화덩어리였다.이제와 말하지만 그때 엄마는 울화에 조종당하고있었다.


엄마의 황혼도 모두가 진통이었고 나 또한 진통을 앓았다.그리고는 이렇게 나는 청춘의 제대로 된 시작점에 엄마는 황혼의 시작점에 와 있다.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애증 원망 가여움으로 얼룩진 내 아빠의 빈자리가,상실의 아픔이 채워질때까지 그렇게 싸우고 싸웠던 엄마와 내가 우리집이 이제 조금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것같다.금전적으로 나아진 상황은 하나도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자랑스럽다.지나놓고나니 진통을 앓을동안 내가 잃었던 사람이 떠오른다.내 스승님과 내 친구.아주 홈런으로 저 멀리 보내버렸다.내 지랄맞은 우울증을 지금은 이해해줄까? 바라지도않는다.나중에 친구에게 청첩장이 오면 가서 밥이나 먹고, 스승님은 찾아뵈려한다.어떤 표정을 지으실까.저녁에 술한잔하면 좋겠는데 나는.


그동안 잃어버린 모든것을 새기며 나의 청춘과 엄마의 황혼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상한다.





천재를 이길 수 없어서 미술을 포기하는 당신은

천재를 이길 수 없어서 미술을 포기하는 당신은



얼마나 괴롭고 얼마나 아팠을까.


미술이 포기가 되나.꿈이라는건 선택하는것이 아니라 선택받는것이라고 생각한다.자신이 손을 놓을지언정 그쪽에서 손을 놓지 않으니 평생 공생하는 존재.나에겐 미술이 그렇다.영화가 그렇고 예술이 그렇다.동전의 앞뒷면은 상이하게 다르지만 두면을 따로 떼어낼 수 없듯 삶과 예술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뗄레야 뗄 수 없는 그런 존재.그리고 알고있음에도 포기하는사람들은 정말 상처받고 아픈 사람들이다.그들에게 다가가 포기하지마세요 당신은 천재를 이기려 미술을 하는게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거잖아요.위로할 수 없는 노릇이다.


미술은 경쟁이 아니다.삶 자체가 경쟁이던가.사회가 경쟁이지 삶은 경쟁이 아니다.그속에 뛰어들어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면한다.즐거운 경기가 아니라면 피해도 괜찮다.겁쟁이라고 놀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냥 재밌게 듣고 말았으면.한번만 이겨내고나면 지나간 아픔의 흔적이 그리도 자랑스럽다.훈장을 가슴팍에 달아놓은것처럼 숭고해진다.한번만 이겨내면 된다.모두들 한번만 다시 용기를 내길 기도한다.


사실 천재들도 자기들이 천재이기때문에 쩐다.나는 역시 쩔어.이런 생각 가지고 살지도 않을것이다.그 사람들에겐 그냥 그 재능이 일상이고 날때부터 가지고있는것이라 비교할 구석도 없다.오히려 그들의 시각에서 보지못하는 영역이 더 신선하고 재밌을지 모른다.세상이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이 나를 천재라고 생각 할 수 있다는점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언제나 기준이 뒤집어지면 나는 천재에 위치할 수 있다.그 기준이 절대적이라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자.그냥 숨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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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출판해야 할 책

전두환이 출판해야 할 책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29만원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책 한번 내지 않는다면 얼마나 큰 인적자원 낭비인가.전두환이 내야 할 책 1호는 <29만원으로 평생살기>이다.그나마 이미지메이킹이 잘되어있는 박정희에 비해 전두환을 위인화하는 매체는 없는것같지만 일베충의 모태 사상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쓰레기들에겐 추앙받고 있을지도.누군가에겐 위인이라는 사실도 놀랄일이니 이 주제로도 출판해라.


정권에선 세력이 죽었다고 해도 그를 국왕폐하로 높여세우는 무리들을 보면 돈이 위대한 사실을 알 수 있다.29만원에 사람을 현혹시키는 기술은 또 무엇인가.그의 집앞에는 사복경찰들이 백미터근방에 깔려있고 도로를 지나가기만해도 감시대상이된다.경호원없이 외출도 못하는 노인네는 무엇이 두려운것일까.집 앞 산보도 불편하면 집에 틀어박혀 책이나 써라.


그 노인네를 국왕폐하처럼 받들어 모시는 간신들에게선 추악한 냄새가 나니 <매일 목욕해도 악취나는법>을 출간해라.내가 전두환 모교의 재학생이 아닌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노인네를 추앙하는 행사때 침 한번 못 뱉을 인물이어서야 세상 무슨일에 배짱을 가져볼까.목에 칼이들어와도 아니라고 외치다가 목 따이라는 소리는 아니고.최소한이라도 하자고.


아직도 추징금이 전부 회수되지 못했다고.29만원으로 어떻게 제테크를 했길래 추징금만 몇천억대가 나오나.이렇게 위대한 인재에게 치매 조기증상이 보인다는 이야기도있다.벽에 똥칠하며 살날이 머지 않았나보다.업적에 비해 아주 호화로운 말년이 아닐 수 없다.끝내 본인이 저지른 좆같은일들을 싹 잊는건 열성인자인가 우성인자인가.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당신같은 인적자원은 국가적으로 연구가 시행되어야 할 존재이다.뇌를 샅샅이 뜯어보면 얼마나 많은 차이점이 있겠는가.문명인과는 절대적으로 다를 사고회로를 갖고있음이 틀림없다.나중에 박물관에 전시라도 해 놓길.물론 그전에 투자학계에 크게 이바지 할 재산 부풀리기 비법이나 꼭 알리고 땅속으로 가라.


한낱 초파리가 떠든들 이게 권력 맛 넉넉히 보고있는 노인네 귀에나 들어가겠나.들어가면 뭔 소용이고 안들어가면 뭐가 아쉬운가.나는 꽤 오랫동안 카톨릭신자로써 신을 믿어왔지만 몇몇 인물들을 바라보고있자니 그 존재가 의심스럽다.누군가를 불구덩이로 보내달라는 기도는 정의로운가 아닌가.선은 악의 위에 올라서지 못해서 휘둘린다.나는 곧다.내 기도는 정의에 근거한다.신이 존재하기에 믿는것이 아닌,내가 믿기에 존재하는 신으로 믿음을 행한다.사고와 행동은 실재에서 오는것이 아닌 믿음에서 오는것이다.그는 믿음자체가 잘못 설계 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