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요즘 일기4

그냥 요즘 일기4



1. 결국엔, 언젠간다녀야 할 곳이었지만 결국엔 다니고있다.현대인들에게 감기처럼 흔한 증상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마음이 좀 그렇다.내가 말했다.모두 근심과 고민과 마음에 멍울을 지고 사는 줄 알았어요.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하지만 모두가 심한우울증은 아니에요.


2. 졸업작품은 기술적인 아쉬움은 있지만 독창성이 있다고 판단받은 모양이다.교수님들이 좋아하시는걸 보니 헛된시간은 아니었나보다.사실 내가 한것은 거의없다.친구가 큰 틀을 마련했고 난 디테일한 부분부분만 제작했을뿐이다.그래서 완전히 뿌듯하지 못한 내 자신이 조금 불쌍했다.창작활동을 하면서 뼈아픈 고통의시간을 지나 환희를 맛보던게 대체 언제적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벅차오르는 감동을 억누르며 온전히 기뻐하던 친구옆에서 나는 뭔가 기가 죽어있었다.


3. 엄마와 동생 이모 친척오빠 친구들이 나를 많이 신경쓰고있다.특히 엄마가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것같아 마음이 좋지 못하다.엄마는 그저 자신이 버티면서 살기만하면 될줄알았다며 나의 어렸던날들에 사과했다.그럴 필요는 없었다.가해자없는 피해자도 있는법이다.


4. 새벽까지 쉽게 잠을 잘 수 없어서 펴 든 책이<피에타>였다.가연출판에서 김기덕감독의 <피에타>를 각색한 소설책인데 영화만큼 볼만했다.그래도 따지자면 김기덕감독만이 연출할 수 있는 압도적인 미장센을 문체가 담아내지 못하는점이 아쉬웠다.막상 책을 다 읽고나니 다시 피에타가 보고싶다.다시 영화관에서.다시 그 뒷줄에 앉아서.영화가 잘되길 바라는마음과는 모순되지만 텅빈 좌석이 고맙게도 나는 피에타와 긴밀히 대화했다고 생각했다.아주 개인적이고 깊은 대화를 나눈느낌에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도 한참을 앉아있었다.한 구간 떨어져앉아있던 중년의 남성분도 오래 앉아있었다.


5. 팟캐스트 벙커1 강의를 다시 듣고있는중이다.흥미가 생길만한 카테고리만 골라듣는중인데 지금은 은유작가의 글쓰기특강을 듣고있다.유려하지 않은 말솜씨에 약간의 의심을 했지만 강의내용은 매우좋게 느껴진다.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의미있는시간과 의미없는시간이 나뉘어지지만,글을 쓸 때만큼은 절대 헛되게보낸 시간이란없다는 말을한다.백수면 백수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속에서는 그 시간도 특별한것이라.


6. 스승님께 전화를 드렸다.졸업 후,내 학점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어려움도 그렇지만 지금 나는 부딪혀가며 도전 할 여유가없다.자리가 있나 알아보고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다.병원으로 가는길에 통화를 끝내고 발걸음이 조금 무거워졌다.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봤다.눈물이 날것같은 마음을 모른척했다.


7. 병원에 들렀을때 점심시간과 맞닿아 1층카페에서 몇십분 시간을 때웠다.인상좋은 중년의 여성분이 주인이었다.커피는 마시지 않기때문에 차종류로 메뉴를 고르고있는데 주인분께서 인자하게 웃으며 좋은향기가 난다고 말씀해주셨다.멋쩍어하자 좋은 꽃향기라며 또 웃어주셨다.녹차라떼가 달게 느껴졌다.향수를 바꾼지 오래되었는데 향이 좋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터였다.


8. 생일선물로 전자책리더기를 선물받았다.아직 내 손에는 없지만 내가 갖고싶은걸 알고 엄마가 생일선물로 퉁치자며 주문해주셨다.몇주 후 받아볼 수 있을듯하다.별거없다.지금의 내가 바랄 수 있는 현실적인 행복은 미술학원을 지하철이나 버스로 출퇴근하며 책이나읽고 가끔 산책할때 음악을 들으며 감상에 젖는것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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