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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 왜 감독의 스무살이 궁금할까

스물 : 왜 감독의 스무살이 궁금할까

 

Twenty, 2014

 

 

굉장히 애매한 영화를 한편 보게 되었다.그저그런 코미디물인줄 알았는데,아니 맞는데,아닌것같다.재밌다 재미없다를 나누기 어려운 그 지점에 위치한 영화가 이 영화가 아닐까싶다.가장 의외인것은 극중인물보다 감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는것이다.왠지 모르게 나랑 공통분모가 많을것같은 느낌이 든다.정확히 말하자면 감독의 스무살이 궁금해지게끔 만드는 작품이었다.

 

극 중 모든 캐릭터들은 똘끼가 충만하다.대조되는 캐릭터가 없을만큼 작은 조연들마저도 세놈들과 이상하게 아귀가 잘 맞아 떨어진다.그래서 인물들의 대화가 굉장히 가공된 느낌을 받았다.마치 핑퐁을 하듯 반사적으로 주고받는 대사들이 모두 설계되어있다.영화 전반에 걸쳐진 이런 대사들은 캐릭터의 디테일을 살리는데에 한계가 있다. 별것아닌 대사 한마디에도 인물들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지만 아쉽게도 스물에서 기대 할 부분은 아니다.공부만 잘하는 놈, 생활력만 좋은 놈, 인기만 많은 놈 모두가 처해진 배경만 다를뿐이지 기본적으로 같은 재료로 세팅된 인물이다.어떻게 보면 이 세놈들이 친구가 될 수 밖에 없는 공통분모일지도 모른다.

 

세 놈들의 화두는 대부분 섹스 이야기다.그 정점에 최치호가 있다.사실 치호의 모든 언행들이 미드나 영드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부류이기에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대한민국의 스무살 청년들을 간과하는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으나 '스물'이라는 제목 두글자가 던져 준 예상과 기대에 치호는 과연 적합한 인물일까 라는 의문이 남는것은 사실이다.물론 혈기왕성한 세 청년들의 관심사가 이성과 섹스임은 자연스럽다.그들의 음담패설과 자위행위까지 개구지게 담아내는것도 나쁘지는 않다.극장 안 모든 사람들을 잠깐 당황시킨 '네 엉덩이에 내 고추 비비고싶어'이런 대사도 어떻게 보면 귀엽다.물론 스무살이라는것을 계속 감안하면서 봐 줘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큰 스토리라인이 없다는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무언가 커다란 사건이나 갈등이 없다.아니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세 캐릭터가 각자 자기 씬을 챙겨가기 바빠서 그 안의 갈등들은 1차원적이고 무언가의 패러디같다.스무살이 됐는데 뭐가 이렇게 없냐라는 말 처럼 이 영화도 뭐가 없다.온전하고 자연스럽다.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겠다.런닝타임이 길었다는게 흠으로 느껴진다.물론 갈등요소가 거대해야 좋은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다만 스물은 긴 시간을 끌고 갈 정도의 흡인력과 사건이 없었기에 그에따른 부작용도 있을터다.아쉬운 점 또 하나는 세놈들의 유대관계가 생각보다 드러나지 않았다는점이다.고작해야 자신들의 트러블을 가지고 소소반점에서 모이는게 전부.인물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다보니 셋이 같이 모여 작당모의를 하고 사고를 치는 청춘물의 공식이 없는셈이다.그래 어떻게보면 이것도 지금의 스물과 다르지 않을것이다.

 

영화의 중반부에 다다랐어도 감독에 대한 궁금증은 생기지않았다.여기까지만해도 내가 보고있는 이 영화는 미국 하이틴물을 표방한 그저 그런영화였기때문이다.환기는 치호가 신인여배우인 은혜를 만나며 시작된다.아무 욕심도 걱정도 비전도 없던 치호가 은혜의 매니저역할을 하면서 영화판에 간접적으로나마 들어서게 되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치호가 영화감독을 꿈꾸는 계기가 된다.그저 스토리상 전개일 수 있겠지만 나는 감독의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미 세 인물 모두가 감독의 모습이 많이 투영된것같다고 느끼다가 이 대목에서 확실해졌다.극 밖을 빠져나와 감독의 스무살을 주제로 다른 시나리오를 그려보게 된다.다른 관점에서 환기 된 관객이 있다는것은 영화의 성공이다.하지만 집중이 극 밖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어떻게보면 실패일 수 있다.그래서 이 영화가 굉장히 애매하다.

 

고추행성 외계인들의 이야기 또한 감독이 학교다닐 시절 썼던 시나리오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이때부터 나는 치호가 극 중 치호의 역할을 하는것이 아닌 감독의 투영체 역할을 한다고 정의내렸다.구조상 덧붙여진 이야기를 제외하면 말이다.영화감독 또한 감독의 투영체같았다.영화하지마 힘들어,잘생겼네 모델해 모델, 아니야 모델도 힘들어, 장사해 장사, 아니야 장사도 하지마 힘들어.치호와 극중 감독의 대화는 투영체1과 투영체2의 대화같았다.여기저기 감독이 존재한다.스물 자체가 그런 영화가 아닌가싶다.글쎄,감독과 친구라도 된듯한 느낌을 받은건 처음이다.철없던 시절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보내던 때를 생각나게 한다.당신 또한 그런 시절을 보내지 않았느냐 이야기해주는것 같기도.영화를 꿈으로 품었거나 조금 공부를 해보았거나 직접 허섭하게라도 찍어 본 학생이 있다면 아마 나와 비슷한 감상이 나오지 않았을까.나름 이 부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연결고리가 있을지 모른다.그리고 나는 스물에서 이런 고리를 본 느낌이다.기대했던 스토리와 많이 달랐지만 기대하지도 않았던 친구를 만난 느낌은 나쁘지않다.그럼에도 역시 스물은 뭔가 애매하다.이따금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떠올렸지만 그에 반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비유하자면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장점을 제거하고 극으로 다듬어진 느낌이다.스물 그 청춘의 살아움직이는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면 앞서말한 영화를 보길 바란다.

 

재밌어서 한번 더 보고 두번 더 보는 영화가있다.스물은 모르겠어서 한번 더 봐야할것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다.몇번 더 본다 할지라도 지금과 같을테다.스물의 정의는 애매함같다.영화 스물이 아닌 진짜 스물의 정의를 일컫는중이다.

 

 

 

 

 


자주 보는 악몽

자주 보는 악몽



악몽을 본다고 표현하는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생생해서 이렇게 쓰고싶다.보통은 꿈을 무의식의 발현이라고들 한다.틀린말은 아닌것이 악몽을 보고나면 스스로 왜 이런꿈을 꾸게 되었는지 내면에서 근원을 찾으려한다.지나간 시간속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그래도 정확히 어떤 연유로 이 악몽을 보게 되었는가는 확답할 수 없다.


악몽도 그 종류가 여럿이지만 내가 보는 악몽은 주로 '침범'이다.나의 공간,나의 집,나의사람에 대한 침범과 약탈.몇개 풀어써보자면 침대에 누워 자고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깊은 밤이다.아무도 올 사람이 없기에 나는 숨을 죽인다.쾅쾅,문이 부숴질듯 흔들린다.가빠지는 숨을 참고 현관 문으로 다가가 렌즈구멍을 통해 내다본다.처음보는 남자다.얼굴은 정확히 기억나지않지만 그사람은 내가 아는사람이 아니다.그 남자가 손에 무언갈 잡아쥐고 문을 내리찍는다.도끼같다.온 힘을 다해 내리치는 손에는 광기가 서려있다.나는 도망갈수도 계속 집에 있을수도 없다.그렇게 공포에 질식 해 죽는가 싶을때 나는 이것이 꿈임을 알아챈다.귓가에 폭력적인 소음이 때려박히고 낮선남자가 안으로 쳐들어오기 전에 주기도문처럼 깨야한다 깨야한다를 되뇌인다.그렇게 처음처럼 누워자고있는 모습으로 악몽에서 깬다.


다른 하나는 복도식 아파트에 혼자 살고있는 내가 있다.친구가 놀러온다.문을 열어준다.친구가 웃으며 들어오고 현관문을 닫는다.분명 잘 닫히는 소리까지 났다.친구가 바닥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어도 나는 문이 신경쓰인다.이상한 불안감이 심장을 격타한다.예상은 적중한다.그 누구도 문을 건드리지 않았지만 스스로 열린다.아주 천천히 벌어지는 문 사이로 어떤 여자의 소음이 들린다.타타닥 맨발로 뛰어오는듯한 소리도 함께.짧은순간이지만 나는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느낀다.내가 느끼기엔 그 소리는 복도끝에서 전력질주로 달려오지않으면 날 수 없는 빠르기의 소음이었기에.친구에게 제발 문 닫으라고 울면서 내지른다.친구는 이해하지 못하는듯 하다.결국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간다.문고리를 잡아 당기는 순간 좁은 틈새로 미친여자가 부딪혀온다.잠금장치를 돌리지만 밖에서 억지로 당기는 악력이 무섭기만하다.그렇게 토할것같은 씨름을 하다 꿈에서 깬다.


악몽의 빈도가 높은것은 아니지만 악몽을 본다면 이럴 확률이 9할이 넘어간다.오죽하면 하루종일 키워드를 잡아 검색도 해봤다.악몽,침입,괴한,공포,강도,낯선사람 등등.꿈 풀이가 워낙 제각각이더라.그래서 넘겨버렸고 결국엔 생각하는 수 밖에 없었다.왜 대체 왜.공황장애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지금 그 시기는 다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악몽을 한번 꾸고나면 더럽게 찝찝하다.아직까지 병적인 불안감이 이런식으로 표출되는것인지.스스로 나약하게 느껴진다.그냥 개꿈이라고 넘기면 되는데 그 정도의 불안감을 느끼며 산 경험이 있기에 잘 넘겨지지않는다.본래 성격도 한 몫 하는것같다.원래가 내 사적인 공간에 대한 보호가 강한편이다.그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사물과 공간을 포함해 볼 수 없는 말과 행동 사고와 논리까지도 적용된다.한마디로 나는 내적인 공간까지도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아마도 다치는게 무서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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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마음이 봄이네

생각보다 마음이 봄이네




참나.살다보니 이런날도 다 있고.몸은 어찌된게 예전보다 쉽게 피곤해지고 아픈데,그래도 마음은 가볍다.아직 벚꽃도 피기 전인데 왜 마음이 살랑살랑 흔들릴까.사랑할때가 되었나보다.안한다고 마음 먹었는데 아무래도 계절탓인듯하다.아니,시기상 그럴때도 됐고.계속 요리를 하다보니 나눠주고싶은 마음도 생기고.사실 요리해서 나 혼자 먹는 경우는 그리 많지않다.친구나 식구랑 나눠먹는데서 행복을 느끼는데 좀 더 가까운 사람에게 더 맛있고 좋고 정성가득한 무언가를 해주고싶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나보다.


진짜로 스쳐지나가기만 한 애들 생각해보면 병신같던 몇몇 있었다.술먹고 개수작 부리려던 놈.지가 먼저 마시자고 살살 꼬드겨서 그냥 마셔줬는데 그놈은 몰랐겠지.내가 지보다 술이 센편인지.지 혼자 꽐라대서 엄청 들이대고 수작부리는데 그게 귀엽기는 커녕 짜증이 팍 나드라.내가 일 그만 두기 전이라 예의상 마셔줬지.너랑 뭐 하겠다고 마셨겠니? 이새끼야.집 가는 길도 계속 따라오면서 스킨십하려는데 사람 참.일 하는 내내 소위 끼떨던것도 모르는척 해줬더니.내가 그만두는 날 딱 저러는게 사람이 보인다고 해야하나.그 다음날 그리고 다다음날 몇번 연락왔는데 그냥 씹었다.여튼 앞으로 이런놈만 아니면 될것같다.


그래서 정말 곰곰이 생각해봤다.그리고 나는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을 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내가 꿈꾸는 내 모습을 한 남자.혹은 지향하는 인간상이 같은 남자.생각만해도 깊은곳에서 뭔가 피어오를것같다.봄을 만난 새순처럼 나도 좀 땅 위로 머리 디밀어보자.요즘은 망상이 심해졌는지 만날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든다.그냥 틀에 박힌 사람만 아니면 좋겠다.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열린마음으로 세상을 볼 줄 알고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품어줄 수 있는 남자.그리고 이런 면모는 내 사람에게 바라는 부분이면서 동시에 나에게 바라는 점이다.내가 이렇게 살고싶기때문에.


청춘 돌이켜보면 아쉽다.

아.지금도 청춘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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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먹었던것들

해먹었던것들






최근에 해먹은 토마토 스파게티

로제,크림파스타는 별로 안좋아한다.너무 느끼해서.깔끔하게 토마토 아니면 봉골레,알리오올리오 그냥 이정도.스파게티면은 0.5인분.나머지는 냉장고 처리용으로 양파와 브로콜리로 채웠다.청양고추도 좀 썰어넣으니 맛이 헐씬 좋았다.






잡곡밥, 청국장,도이치햄,볶음김치,우엉조림,락교,부추무침.

그래도 이땐 부지런히도 챙겨먹었다.





저녁으로 우유에 요플레 섞고 연시, 바나나, 키위.







겨울에 해먹었던 밀푀유나베.

엄마가 생각보다 너무 잘 드시길래 내심 속이 좋았다.샤브용 소고기는 2겹 이상씩 쌓았다.밑에 콩나물,청경채,숙주나물 잔뜩 깔아넣고 멸치다시마 우린 육수 부어서 끓여먹으면 끝.우리식구들은 칼칼하고 맵싹한것을 좋아해서 삼삼하게 먹다가 끝에 대파와 청양고추 투하.다음에 또 세식구 둘러앉아 만들어먹을 생각이다.







처음만들어 본 에그타르트.

두번째 만든 에그타르트가 이것보다 더 맛있고 괜찮았다.





방금 구운 녹차아몬드쿠키.

이번 쿠키는 잘 나왔다.저번에 구운 커피쿠키와 녹차쿠키는 설탕량이 적고 버터량이 많아서 잘 부서지고 쓴맛이 좀 났는데 이번 녹차쿠키는 대성공.땅콩이랑 아몬드 왕창 갈아넣고 녹차분말도 2배로 넣었더니 색도 예쁘고 맛도 좋다.모든 쿠키는 설탕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서 명목상 다이어트를 하고있는 나는 몇개만 집어먹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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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 안티히어로가 아닌 전형적인 히어로물

킹스맨 : 안티히어로가 아닌 전형적인 히어로물







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5



굳이 킹스맨 리뷰는 하고싶지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팅을 하는 한가지 이유.이례적인 기록을 달성중이기 때문이다.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흥행에 있어 제한적이지만 킹스맨은 상승곡선을 타며 보란듯이 자리매김했다.나로서는 조금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킹스맨은 분명히 대중들을 사로잡을 요소가 충분하다.하지만 훌륭한 영화라고 할 수 없다는것이 내 견해다.


킹스맨을 보며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비주얼디렉팅과 카메라워킹.특히 교회난투씬은 카메라가 그 타격감과 긴박함을 쫄깃하게 살렸다고 할 수 있겠다.액션씬에 있어서 화면의 호흡은 아주 좋다.또한 디테일한 소품부터 전체적인 그림까지 굉장히 잘 설계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하지만 영화를 보는 이유는 단순히 화면과 미술을 보기위해서는 아니다.


너무나도 전형적이다.전형적인것이 절대 나쁜것은 아니지만 킹스맨은 고전 히어로물의 고리타분한 전개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고작 인물들의 대사몇마디로 히어로물을 풍자했다고한다.자조적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을 제 살 깎아먹기라고 말하지 않을까.나는 이것을 풍자가 아닌 방어라고 부른다.왜냐.킹스맨은 이미 모든 구조가 고전히어로물과 똑 닮아있으므로.관객들도 그것을 느끼므로.먼저 나서서 자신의 약점을 인물의 대사를 통해 드러낸다.이런 경우에 속된말로 선수친다는 표현이있다.


더욱 맘에 안드는점은 주인공 에그시의 성장과정이 지나치게 많이 생략되어있다는 점.무쓸모한 훈련씬들은 자주나오면서 정작 에그시가 클라이막스에서 활약하기 전 단계,그러니까 힘을 싣어줘야 하는 부분에서 하나의 당위성도 만들어주지를 않는다.그저 자신의 스승이 죽었기 때문에 그 복수를 위해 머리회전이 잘되는 그런 소년인가?에그시가 천부적 재능을 타고났기때문에 성장과정을 통째로 배제할만했다면 킹스맨본부에 들어가 테스트를 받는 모든 씬 또한 무의미한 장면이 된다.발렌타인의 기지로 쳐 들어가 작전을 수행하는 에그시와 그 전의 에그시는 전혀 다른인물이다.이만큼 차이가 벌어진 두 에그시를 설명하기위해 브릿지역할을 해주는 씬이 어느 한군데도 없다.


같은맥락으로 킹스맨 내 모든 인물들은 1차원적 평면캐릭터다.단순히 영화안에서 작동하기 위한 캐릭터로 존재한다.인물들이 가진 비쥬얼과 성격을 빼고나면 영화안에서 캐릭터가 살아숨쉬는지 궁금할 따름이다.가장 중요한 악역인 발렌타인 또한 마찬가지이다.그가 계획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당위성은 존재하지않는다.그저 그가 인류를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려주지않는다.왜냐하면 그냥 발렌타인은 악당이기 때문이다.반대로 에그시는 그냥 주인공이기 때문에,킹스맨이기 때문에 성장과정을 알 수 없음에도 완벽한 임무수행을 한것에 대해 그냥 납득해야한다.뭐 이런 상호교환이 안되는 영화가 다 있는가.

(솔직히 고전 히어로물들이 전부 킹스맨같지는 않다.흐름은 같지만 킹스맨의 리듬은 무언가 더 언밸런스했다.이것이 편집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다.)


존재이유를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의 시간뺏기는 계속된다.에그시와 입단시험 동기인 록시.도대체 왜 존재하는것일까.이유는 간단하다.그냥 영화의 뻔한 결말을 위해서 소모되는 캐릭터일뿐.나는 이 영화와 등장하는 모든캐릭터들이 허울만 좋다고 생각한다.동시에 안타깝다.더욱 매력적으로 그려 낼 수 있을텐데.소모품으로만 존재한다니.


이 영화가 정말 액션 스릴러영화인가.긴장감이 너무나 없는데.뻔한 결말과 구조를 가지고있는데.영화초반에 이미 천릿길이 보여 기대감은 일찍 포기했다.그렇다면 오락성에만 의지를 해야한다.킹스맨이 가진 오락성이 이 모든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는가.글쎄.충분히 재치는 있었다.그런데 그것도 그뿐이다.양념가지고 메인요리는 못 하는법이다.순간의 웃음이 영화 전체의 맥락을 좌지우지하는 못하니까.


지금도 이 영화는 참으로 약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아무리 몇몇 대사들로 히어로물을 풍자하고 꼬집었다한들 관객들의 시간은 내내 전형적인 구조와 함께 흘러간다.영화는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스토리임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있다.그래서 킹스맨은 안티히어로 영화가 아닌 완벽한 히어로영화라 말 할 수 있다.누군가가 쓴소리 한다면 이미 킹스맨에서 자기들도 알고있는 부분인데요?원래그런건데요?라고 선수 칠 구석까지 있다.이것이 목적이고 의도대로라면 훌륭하다.


원래그런것이다.이것만큼 불도저같은 말이 있을까.이 영화는 원래 그렇기 때문에 너의 의문은 묵살해라.아니면 니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원래 그렇다고 답 할 수 밖에 없다.이런것인가.어떠한 작품이든 무언가를 감상하고 그에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눌 수 있기때문에 여기까지 컨텐츠가 발전할 수 있는것이라 느낀다.다양한 피드백들을 원래 그런 영화.라는 말 한마디로 이해하라는것은 오히려 이해할 여지도 주지않는것과 같다.


킹스맨을 보는내내 내 시간은 충분히 아까웠다.누군가에게 더할나위 없는 오락성만을 안겨주는 좋은영화일 수 있겠지만 내겐 그저 감상 외에 아무런 틈도 주지않는 영화였다.









베이킹이 너무 재밌다

베이킹이 너무 재밌다




원래도 음식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편이었지만 정신이 좀 맑아지니 이것저것 더 해보고싶더라.그래서 녹차쿠키도 구워보고 커피쿠키 머랭쿠키 에그타르트 등등 오븐을 써가며 구워보고있다.특히 에그타르트는 파는것보다 맛있게 구워냈다.첫판에도 맛있더니 두번째판은 장사해도 되겠다며 나름 칭찬도 듣고.이거 꽤 고상한 취미 아닌가?여자맞는데 더 여자가 되는 기분.


한식,중식,일식,베이킹하지 않는 디저트류는 잘 만든다.베이킹은 초보라 힘든데 그것도 잘 해내고있고 뿌듯하다.사실 내가 먹는것보다 만들어서 남 주는게 얼마나 행복한지.별것도 아닌데 그렇게 기분이좋다.소소한 행복이 무언지 알아가는 요즘이다.


다음에는 식빵을 구워볼까.견과류 듬뿍넣은 버터식빵을 한번 만들어봐야지.엄마가 좋아할것같은 깨찰빵도.아 쿠키랑 에그타르트는 왕창 구워서 다시 자취방으로 가져 올 예정이다.친구들한테 나눠준다 약속했으므로.본가에 내려가면 여러모로 할일이 많아지겠다.그래도 남을위해 요리하는게 나혼자 쳐먹는거보다 백배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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