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정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일까

그게 정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일까


내가 사는 아파트는 분명 임대아파트인데도 불구하고 주차장을 가로지르다보면 1분에 한번꼴로 외제차를 마주하게 된다.이 동네에 숨어사는 부자가 많은걸까, 아니면 대포차일까.명의를 돌린거면 어떻게 감시망을 빠져나간걸까.그런 쓸데없는 생각을하며 발길을 재촉하면 아늑하고 포근하고 숨통이 막히는 우리 집 문앞에 도착한다.


몇개월전 기사를 본 적 있다.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동급생에게 따돌림을 당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아니, 동급생만 사상폭력을 휘두른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학부모들의 보이지않는 치맛바람이 담임선생님 휴대전화에도 넘실거리는 모양이었다.우리아이가 '휴거'와 짝꿍이 되지 않도록 선생님께서 신경을 써주세요.우리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해로울것같아서요 선생님.뭐 이렇게 부탁을 하려나.


내가 시대를 잘 타고난건지 가난하단이유로 따돌림을 당한적은 없었는데 요즘은 어째 더 퍽퍽한 모양인가보다.머리가 조금 큰 아이라면 알아서 괴로울텐데 그걸 남들까지 나서서 가난하다고 괴롭혀대니 살맛이 참 나겠다.


예를들어 이런건 어떨까.임대아파트에 사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그 동네에서 좀 산다는 친구들을 불러모아 집 주차장으로 초대한다.차체가 낮아서 더욱 빛나는 무광블랙의 람보르기니를 손가락으로 딱 찝는다.흥미로운듯 반짝이는 친구들의 눈동자를 조명삼는다.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듯 아름다운 독백을 시작한다.사실 우리집은 가난하지않아.우리집은 가난을 빙자한 제테크중이거든.저게 우리 아버지의 수많은 외제차 중 하나야.특별히 너희들에게만 보여주는거니까 동사무소에는 찌를 생각 하지말아줘.그리고 씨익 웃어준다.여기서 미소가 굉장히 중요하다.절대 속시원하다는 표정을 짓지않고 여유롭고 조금 더 품위있게.빨간 고무대야 욕조를 써본적도 없는 고상한 부잣집 자식처럼. 내 어머니가  은은한 향을 뿜어내는 히노끼욕조에서 수중분만으로 나를 낳은것처럼.태초의 사치스러운 여유를 장착하고 씨익 웃어줘야한다.


뭐 가끔은 이런 상상 속 일말의 쾌감같은걸로 간간이 살아간다.어쨌든 나는 내가 가진것 중 제일 비싼 슬리퍼를 신고 은색의 아우디 앞을 터덜터덜 걸어갔으므로.


아,외제차라는게 나한테는 드림카여서 꿈에나 살 수 있을까 싶은데 생각보다 많이들 타고 다니더라.빚내서 타고다니나.사업을하나.공무원은 아니겠지.금수저일려나.내가 돈버는 맛을 몰라서 값 좀 나가는 물건 구입할 줄 모르는걸까.집값도 비싸고 차값 또한 집값인데 다른사람들은 대체 뭘 하면서 사는걸까.세식구 제 방 하나 갖지못하게 만드는 이 좁아터진 우리들의 공간속에 휘향찬란하게 자랑하듯 세워져있는 벤츠나 아우디를 보면서 나는 또 생각한다.어딜가나 부와 가난은 종이의 앞뒷장처럼 동시에 존재하는구나.그런데 그게 정말로 종이 한장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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