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불쌍히 여기며

나를 불쌍히 여기며





의지없이 태어나 세상에 툭 떨구어진 나는 세상이 그런줄만 알고 살았다.그냥 다 그런줄알고.남들도 나처럼 이렇겠지.남들도 나처럼 하루가 길겠지.동화 속 이야기는 항상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났기에 나는 그런것들을 항상 믿으며 지냈다.믿는다는 자각도없이 낮이면 해가뜨고 밤이면 달이 뜨는것처럼 당연한 순리이고 진리인것처럼 그렇게 살았는데,살아보니 달랐다.


줄탁동시.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부리로 쪼아 내 작은세상을 깨고 밖으로 나갔을때 더 큰 절망을 맛봐야만했다.얇은 달걀껍질안에 다시 들어가 몸을 숨기고싶을정도로, 내가 감당할 수 없는것들.해일처럼 밀려들어오는 감정들.그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던것들이 전혀 괜찮지않게 염증이되어 나를 덮치니 차라리 내탓인가싶다.당신들은 부모로써 나한테 정말 그러면 안되는거였는데 나는 그게 당연한줄만 알고 그 세상에서 살았다.


내가 말 한마디 하지않았을까,내가 작은신호라도 보낸적이 없었을까.내가 사랑해달라고 말한적이 없었을까.그 속에서 내가 무엇을 배우길 원했고 얼마나 강하게 크길 바랐던걸까.얼마나 훌륭하게 크길 바랐던걸까.어린아이는 부모가 세상인데, 그 세상이 매일 온전하지 못했으니 내외로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나할까.그저 원망만한다며 과거에 묶여사는 한심한년이 될 뿐이라 내 억울함은 누군가에게 당연하지도않다.구질구질하며 나약하며 더럽고 치졸한 내 원망은 20년이 다 되어서야 터져나왔다.나는 몰랐다.내색하지 않고 혼자 견뎌왔던 감정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것을 전혀몰랐다.이렇게 이해받지 못할 줄 몰랐다.


너는 그런 부모가 되지않을것같냐는 말 한마디에 대화는 또 단절되고 나는 내 미래까지 낙담하게된다.나는 우리가정의 자식으로서의 나를 이야기하는데, 방향을 틀어 나를 공격한다.내가 당신의 삶에 짐짝이 되었다면,자식이 그런 존재였다면 대체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자식을 먹여살리며 걱정하는 책임외에 나에게 어떤 필요요건을 주었는지, 당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가 어떤삶이라 느끼며 내 어린날을 보냈는지 이해하고싶은 마음이 없는듯해서 나는 절망스럽다.


금문교 자살영상을 보았다.당신들이 나에게 굳이 살고싶지도않은 세상을 주고,생명을 주었으니 차라리 죽는건 내 의지대로 내 뜻대로 죽는게 더 행복할수도있겠다라는 생각이든다.내가 자유죽음이라는 책을 읽었을때에도 작가는 살아있는것이 가장 큰 가치라고 말했지만 그 가치를 포기하는것 또한 살아있음의 가장 큰 가치아닌가.다리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있었던 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남들 다 그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거지,너만 힘든거는 아니잖니 오고가는 말 속에서 나는 내 미래를 장담할 수 없어서 무섭다.이대로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더 살 이유도없고,그런 시선에 억울해서 내 결백을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죽게된다면 나는 너무 불쌍할것같다.나도 사과받고싶고 나도 사랑받고싶다.나도 정말로 사과받고싶고 정말로 사랑받고싶다.정말 정말 나는 사과받고싶다.내가 당신들때문에 너무너무 아팠다는것에 대해서 대단한 사과를 받고싶다.정말로 나는 사과받고싶고 동정받고싶다.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되든 나는 불쌍한 누군가로 영원히 기억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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