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걸까

억울한걸까


어제 내내 들떠서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도먹고 거리도 걸었다.카페를 갈까 하다가 귀찮아서 말았다.집으로 가는 버스를타고 창밖을 바라봤다.비가 그치기 시작한 그 동네는 잔잔한 어둠이 깔려있었다.회색천막이 덮인 하늘은 버스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의사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더불어 오빠가 했던 말도 머릿속을 떠나지않는다.친구가 그래 너 그때 그래보였어.그말도 떠나질 않는다.남들한테 나는 대체 어떻게 보인걸까.내가 실수한걸까.나는 수용받지 못할 사람일까.나는 그런사람일까.억울하지만 해명 할 수 없었다.뭐를 어떻게?구구절절 말하는게 더 비참할뿐이다.


버스기사를 향한 무차별 테러가 많아지면서 기사석엔 보호벽이 생겼다.마치 아크릴판같은 그 벽에 머리를 기대고 여전히 창밖을 바라봤다.차체가 덜컹거렸다.벽은 마냥 투명하지만은 않았던지 창밖의 사물을 거울처럼 비추었다.상념에 젖어있었다.창 밖 왼쪽에서 달려오던차가 갑자기 역주행하는 검은 차와 부딪혔다.부딪힐뻔했다.그저 기사석 보호벽에 반사된 자동차라는것을 금방 알아차렸다.버스와 같은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다른 차들도 계속 부딪히고 합쳐졌다.만화경같아.세상이 세상이 아닌것같아.다 일그러져있고 여기는 몇차원일까.다시 멍하니 벽에 머리를 쳐 박고 창밖을 바라보다 또 상념에 젖었다.


억울했다.남들 다 하는거 나도 다 해보고싶었다.원나잇이든 뭐든 어떤 나쁜짓이든 신문헤드라인을 장식할만한 그런일이 아니라면,아니 혹시 그런일이 될지라도 나는 하고싶었다.한 일주일간 그랬다.내 친구도 내 스승님도 오빠도 적어도 나보다 하고싶은거 다 했으면서.눈물이 났다.자제력을 잃지 말라고했다.나는 미치고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미칠것같았다.원래 일상 일탈2를 쓰려고했다.병원을 갔다와서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두려운 마음이 나를 감싸고 동시에 마음 깊숙한곳에서는 내가 그걸 바라고있을지도 몰라.아예 제대로 미쳐서 그냥 평생 그림만 그리고 살 수 있게 구실을 만들어버릴까.나는 왜 미치면 안되는지 모르겠다.나락으로 떨어질까봐.다시는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봐.남들이 걱정하는건 그런걸까.어쩌면 내가 즐기는거 아닐까.놓기 싫어하는건 내가 아닐까.어제 많이도 울었다.무서웠다.


나는 하얗게 불태우지 못하고 나이들어 죽는게 제일 불행한 인생이라고 생각했었다.평범해지고싶으면서도 평범해지고싶지 않았다.솔직히 이야기하면 이런 고통과 고난들이 내가 앞으로 작품을 하는데 좋은 재료가 될것을 알고있었다.이미 경험해봤다.모멸감과 수치심과 복수심이 뭉치면 에너지로 폭발한다.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 에너지.미칠 수 있게 누군가 나를 자극적으로 건드려주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눈물이 났다.한번만 미치면 될것같은데,그게 잘 안되니까 힘들었던건데 미치지말란다.한번씩 다 미쳐본것같은 사람들이 나한테 그러지 말란다.내가 참고참느라 속이 썩어문드러진걸 알면서도 참으라고 나를 걱정해주니 고맙고 화가났다.


문장이 괜찮으니 나는 괜찮다.자꾸 억울함과 서러움이 복받친다.바로 전 글이 너무 아프게 느껴진다.나 자신에게 배신당한 느낌이지만 마무리는 하려고한다.나는 그 느낌을 잊기가 싫다.잊으면 안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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