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괜찮았던 일요일이었음

어제는 괜찮았던 일요일이었음


전날 새벽3시쯤에 잠들었고 오전 11시쯤 잠에서깨고 밍기적대다가 집 앞 롯데시네마로 라라랜드를 보러갔다.극 내린줄 알았는데 하루에 두번 상영 해주길래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냅다 달려갔고 결과적으로 뿌듯했다. 왜냐면 일요일에 혼자 영화본것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내 스스로 너무 자랑스러웠다.집앞에 대극장도 있었으면 좋겠네.

후에 라라랜드 리뷰를 작성할 생각은 있다만 짧게 느낀점을 나열해보자면

1. 엠마스톤이 너무 아쉬웠다.엠마스톤은 누굴 연기하든 엠마스톤 자기 자신같다.연기의 디테일도 아쉬웠다.특히 엔딩시퀀스는 뭐랄까…라이언고슬링 혼자 고군분투하는 느낌마저 받을정도로 아쉬움이 짙었다. 엠마스톤이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는 문제가 아니었고 충분히 잘 소화했다고 생각하는데, 다만 엠마스톤이 미아로 보이는가 이 당락에선 확실히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엠마가 아니라면 누가 어울렸을까 생각해봤는데 제니퍼로렌스가 하면 다른 느낌으로 좋았을것같다. 게다가 이쪽이 라이언 고슬링이랑 훨씬 더 케미가 살것같음.

2. 위플래쉬가 짱이다.위플래쉬는 보는 내내 전율이 느껴지고 짜릿할정도로 숨통을 쥐고 러닝타임 내내 나를 끌고갔는데 라라랜드는 그런면에서 아쉬웠다. 너무 동화같고 너무 꿈같아서 마음 편히 보긴했다. 예술의 길을 걷는 두 젊은 청춘의 열등감과 불안감과 소외감이 조금 더 강하게 충돌했으면 좋을뻔했다.그래서 세바스찬과 미아가 집에서 밥먹으며 미래와 꿈 이야기를 할때 맘에들었다.그것도 더 피튀기고 더 끈질기게 갈등했으면 좋았겠지만…그럼 라라랜드가 라라랜드가 아닌게 됐겠지

3.천체박물관인지 어디인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세바스찬과 미아가 별 하늘위로 떠오르며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는씬에서 무뜬금 프렌즈의 로스와 레이첼이 떠올랐다.둘이 잘 어울렸지.약간 서구권에서 이런 멜로프레임이 짜여져있나?

4.데이미언 셔젤은 재즈영업왕인가.위플래쉬에서도 그랬지만 라라랜드에서도 느낀건 재즈를 향한 감독의 순수한찬양과 사랑.언젠가 팟캐스트 벙커1에서 재즈특강을 들었는데 이 재즈음악이라는게 기원이 흥미돋을만하고 매력적일만하더라.음악은 워낙 문외한이다.클래식도 그렇고 재즈도 그렇고.난 클래식이랑 재즈가 얼마나 어떻게 다른건지도 몰랐다. 그나마 쉽게 접한 재즈영역의 싱어라하면 노라존스쯤 되려나.재밌는건 내가 노라존스 내한콘도 갔다온 사람이란거다. 사실 누군지도 잘 몰랐는데 내한콘서트 소식을 들은 친구가 노라존스의 팬이었다.노라존스가 나온 영화를 꼭 보라며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아직도 안본게 미안해질정도로…….여튼 내 티켓값 반을 그 친구가 대주는 조건으로 같이 콘서트장에가서 재밌게 들었다. 몸이 너무 피곤해서 조금 졸긴했는데 노래 진짜 잘하더라.공연매너도 사랑스러웠음 알러뷰 하면서 방긋방긋 웃는데 러블리 그 자체.각설하고 라라랜드를 보고 난 이후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를 무시할 수 없어서 한번 재즈 입문을 해보려한다. 그래서 일단 접근이 쉬운 팟캐스트 채널부터 찾아서 몇개 구독해놨고 천천히 들어볼생각이다.

5.마지막에 둘이 안이뤄져서 좋았다.그것도 좀 더 더럽게 헤어지고 안이뤄진거면 내 취향이었겠지만 라라랜드에서 그 둘이 헤어질때 더러움을 보여줘봤자 영화에 해만됐을거고 그래서 이해한다.사랑했을때,좋았을때를 추억하며 부르는 노래는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미아가 오디션을 보고 결과가 나오기 이틀전, 언덕 꼭대기쯤 올라 서로를 바라보다 미아가 세바스찬에게 그랬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 있는거냐고.세바스찬이 정확히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나진않지만 계속 길을 가면 될거라고 그랬던거같다.그리고 5년뒤 둘은 각자의 꿈을 이뤘다.재즈클럽을 오픈한 남자와 배우로 성공한 삶을 살게된 여자. 대신 둘의 관계만 끊어졌다.사랑을 내가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게임에서 쓰는 포션같은거 아닌가.둘이 가정을 이루진 못했어도 둘이 사랑한 시간들이 그들을 지금 그 자리로 만들어준거라고 생각한다.조금은 씁쓸하거나 조금은 쓸쓸해도.둘중 누가 울었으면 개신파였을텐데 그러진않아서 다행이었다.세바스찬은 셉스를 떠나가는 미아와 눈을 맞추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원투쓰리포 다시 새로운 연주를 시작한다.어쨌든 시티오브스타 연주는 끝났고 미아는 클럽밖으로 남편과 나갔을거다. 인생도 똑같다.추억은 소중한거고 미래는 중요한거다.그래서 원투쓰리포 그 다음에 이어질 새로운 연주가 중요한거다.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