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뻔한 상처를 주길래 안받았다

너무 뻔한 상처를 주길래 안받았다

 

 

내 상사이자 선생이기도한 사람과 면담시간을 가졌다.이유는 내가 퇴사의사를 밝혔기 때문이었다.나도 뻔한 핑계를 대긴 했는데 상대방이 그렇게 뻔한 공격을 할 줄 몰랐다.누가보면 20세기 통속극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분명.

 

저는 영화를 공부하고싶습니다.어차피 내인생은 좆같을수밖에 없으니까,차라리 영화쪽에 발이라도 담가보고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 집에 돈있냐.아니면 빽이라도 있냐.

 

조롱할 준비가 되어있는 그사람은 보통 어른들처럼 내게 물어보았다.대화의 흐름을 어떻게 끌고갈지 뻔히 보여서 조금 짜증났다.내 양심을 찔러봤자 뭐가 나온다고 저럴까.불쾌한 기색을 숨기지않았다.

 

내가 알기로 너는 사회생활 할 성격이 아니다.너무 특이하고 사람들하고 벽치고 잘 섞이지도 못하고 덜렁대는데 누가 너를 받아주냐.거기에 너 장녀아니냐.아버지도 안계시고 니가 집안기둥인데 지금 니 꿈찾아갈때냐.어머니도 나이드셨다며.솔직히 난 니가 어디아파트 산다고할때 형편 어려운거 알았다.

 

대단한말도 아니고 감동도 없고 누구나 다 아는 불행한 서민계층에서 아빠없이 자란 정신나약한 장녀 이야기를 줄줄줄.내 배경 참담한걸 모르는사람은 애초에 날 모르는 사람인것을.

 

영화판?너 들어가봐라.니친구들 영상하는 애들 많다며 걔네한테 안물어봤냐.다들 힘들다고하지않느냐.떠나봤자 개고생이다.그리고 넌 사회생활 못한다.

 

면담시간이 근 2시간이었다.본인 입장에선 확실히 현실적으로 조언해준 멋진 어른이나 선생이었겠지만 나한텐 완전 꼰대......이런 꼰대 잔소리를 2시간이나 듣고있었던게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미안할큼 꼰대.마지막에 자네는 남 충고를 듣지않아서 개고생할거라는 일침까지 날려주셨다.

 

선생님.先生님.인생을 먼저 살아서 선생님.그게 니 인생 산거지 내 인생 살았냐.표본이라고는 꼴랑 자기 인생 하나인데, 그럼 나랑 쌤쌤아닌가.나도 표본은 내 인생 하나인데.

 

그나마 기분나빴던 포인트는 구구절절 꼰대잔소리했던 내용이 아니라 저의에있었다.저 말을 하는 저의.저사람은 분명 내 기세를 꺾어놔야 일터에 남을거라고 생각했을것이다.그래서 쓴 방법이 고작 집안의 가난이라니......이렇게 촌스러울수도없고 유치할수도없고.뭐, 내가 죄책감이라도 가지길 바랬던걸까.그래!나는 장씨집안의 들장미캔디니까 칠전팔기 열심히 살아서 내 주위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줘야지! 현실에 안주해서 돈만 차곡차곡 벌어서 자취방하나 얻고 대성해야지!행복해져야지!어른들 말씀들으면 항상 맞는말이니까 들어야지!

 

어른들 말 들어서 대성하신 분 찾아주고 말하지.그 어른들도 말 존나 안듣고 컸을텐데.내가 20대 중반이 되도록 이 집구석에서 나고자라며 얻은 흉터들이 괜히 흉터일까.까지고 아물고 까지고 아물고 수도없이 반복해서 굳은살 잡힌 급소를 찔러봤자 무슨 타격이 있다고 자꾸 형편을 약점삼아 기를 꺾으려는지 불쌍했다.반대로 나는 그사람이 젊은날에 저런이유로 자신의 꿈에 등돌린게 아닐까 싶어서.그냥 애잔하게 바라봤다.

 

내가 말하고싶은건 단 하나였다.나한테 부끄러워지지않기.더 이상 누구의 탓으로 돌리고싶지도 않고 과거를 후회로 보내고싶지 않아서였다.나는 불행의 이유를 항상 집안탓으로 돌리고 괴로워했으니까.이제 괴로움에서 벗어나 꿈틀거리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고싶으니까 그거말고 없다.

 

말도안되고 철없는 꿈 꾼다며 나무라는 그사람은 현실에 있었다.그리고 현실에 있는사람들은 떄론 꿈을 좇는다.남자들 존나 많이하는 실없는소리가 총각때가 좋았어너는 결혼하지마라 같은 소리. 아내한테 잡혀사는 존나 착한 남편인척 하는거.어차피 사는거 다 좆같은데 이왕이면 내좆 달지 남의 좆 떼다 달까.

 

이렇게 말할순 없어서 그냥 가만히있었다.설득할 이유가없었다,그 사람은 내가 자기말을 알아듣고 고민에 빠졌다고 생각한것같았다.그렇게 오해하게 그냥 내버려뒀다.어차피 내 삶에대한 선택은 내 몫,결과에 대한 책임도 내 몫이니까.설득할 이유가 없어서 노래가사를 열차태워 머리속으로 운행했다.

 

이센스 독 가사에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다치기 싫은 마음뿐인 넌 가만히만 있어.그리고 그걸 상식이라 말하지.

 

진짜 이센스는 브라보다.

 

상식의 또 다른 이름은 족쇄다.존나 비겁하다.차라리 월급 올려준다고 했으면 난 1년동안 열심히 더 굴러줬을텐데.이렇게 니즈를 몰라요.

 

1년동안의 재활치료와 금전적보상 고마웠다.내 자신아.뇌에 역마살 낀 나는 여기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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