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 유영

한국영화 : 유영




이 네 음절이 가지는 울림과 무게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나는 한국영화를 사랑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적지 않은 한국영화들이 지나치게 뜨겁고 감정에만 호소한다는 글을 썼었다.그의 말대로 영화를 미시적 관점에서만 풀어낸다면 사회문제를 개인에 국한시킬 것이고 그 너머의 본질을 볼 수 없게 만들 것이다.사실 작품 안에서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병폐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것은 너무 쉽다.쉽기 때문에스크린관이 도떼기시장이 된것이다.이러한 국내영화계 실태에 공감하면서도 마냥 질타하기엔 마음이 아리다.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상념하고 있을 사람들의 존재를 믿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한국영화 보다 한국영화로 이익을 좇으려는 기업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그들은 실패를 통해 공부하는것을 반기지않는다.성공을 통해 사례를 도식화하는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그렇기 때문에 도전정신이 약화되는것이다.정확히 맞는 예일지는 모르겠다.<도둑들>의 대흥행이후 복수형제목이 우후죽순 생겨난것같다.<감시자들>,<기술자들>,<내부자들>,<검은사제들>등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함을 제목에 명시하여 다양한 캐릭터의 서사를 기대하게 만든다.옴니버스형식의 영화는 각각의 인물들이 독립된 서사를 가진다.다만 그 호흡이 짧게 느껴질 수 있는데에 반해 앞서말한 -자들 영화들은 긴호흡으로 캐릭터성을 극대화시킨것이 아닐까싶다.그래서 <도둑들>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한다.


흥행작은 성공사례를 남기고 성공사례는 도식화된다.일종의 안전보험이라고 생각할테지만 난 이런점이 안전불감증과 비슷하다고 본다.한국형재난영화가 흥행하면 꽤 오랜시간동안 비슷한 맥락의 영화들이 생겨난다.그리고 그런영화들로 극장이 채워진다.이 상황에서 성공이 보장될까? 영화산업은 부흥할까?


요즘 극장에 가도 볼 영화가없다,한국영화 뻔하다,한국영화 시시하다,한국영화는 외국영화에 비해서 너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이제 주변에서 쉽게 들려온다.뻔한 신파극과 가족애로 점철된 영화는 더 이상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하고있다.너무 많이 쏟아져나와서 피로감마저 느낀다.다양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다양성과 창의성은 차라리 옛 영화에 있다.한국영화 르네상스시기라고 불리우던 2000년대 시기에 있고 아트시네마에 있고 해외영화제에 있다.그나마 독립영화관에서 상영이라도 되면 다행이다.배급사를 찾지못한 좋은작품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소원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국내작품의 바다를 유영해주었으면 싶다이미 국내영화에 실망을 한 상태라할지라도 좋은작품들을 꼭 만날 수 있을것이다.신선하고 멋진영화는 계속 탄생중이다.


나는 며칠전만해도 신연식감독의 <러시안소설>을 만났다.훌륭하고 멋진작품.이런 작품들을 만나면 일주일이 개운하고 즐거워진다.밤에 잠을 자기 싫어지고 무엇을 창작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창작욕구가 솟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갖게해준다.어떻게든 만날 수 있다.능동적인 자세로 영화를 찾는다면 지루한 국내 메이져영화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지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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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정으로 믿는다.한국영화는 질떨어지지도않고 뻔하지도 않다고.그렇게 보이게끔 만드는 큰 장사치들이 있을뿐이다.지금은 발밑에 진흙덩이만 느껴지겠지만 조금만 파내면 지천에 널린것이 진주일테다.


국뽕이라면 할 말 없다만 나는 한국영화계가 심적으로 고립된사람들을 품어주는 하나의 문화로 성장하길 바라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어딘가에서 글을 쓰며 훗날 영화감독을 꿈꾸는 누군가를 위해 보다 풍요로워져야할 이 세계의 장래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