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생각을 한다

그런생각을 한다


만약 아빠가 돌아가시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행복했을까.우리집은 어떤 모양이었을까.누우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꽉 차는 이 좁은방에서 나는 누워서 생각하곤한다.만약 아빠가 돌아가셨을때 보험금이라도 타먹었으면 그러면 조금 나았을까.지금보다 나았을까.


16살의 나는 꽤 힘들었다.뜨거운 햇빛은 숨쉬기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여름은 정신을 내려놓는 계절이 되었다.조그마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면 무성한 플라타너스잎들이 여름바람에 살랑거렸다.가만히 귀 기울이면 풍경소리가 나는듯했다.그래서 나는 더 외로웠다.어른들은 말했다.굉장히 좋게 갔다고.그때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사람이 하늘로가는데 좋게갈 수 있다는게 말이 안됐다.아빠가 쓰러지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날 저녁은 먹어야했기에 어른들을 따라 설렁탕집에 들어갔다.나는 아직도 그 목넘김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내 목구멍이 내것이 아니고 뜨거운 밥도 밥이 아닌것같았다.목구멍으로 넘기기까지 수십리는 되는것처럼 아직도 그 느낌은 종종 파편처럼 나를 괴롭힌다.


26살의 나는 많이 생각한다.창고인지 쓰레기장인지 알 수 없는 1평도 안되는 이 조그만 방에 틀어박혀 생각한다.아빠가 죽지않았더라도,모두 살아있었더라도,내가 나에게 솔직했고 아픔을 견뎌낼 수 있었더라도 나는 지금이랑 똑같았을거라고.불행도 만성이면 습관이 되고 중독이된다.해독제가 뭔지도 모르겠다.


내가 꿈꾸던 나는 사실 이런게 아니었는데,뭔가 다를줄 알았는데.남들도 다 그런가.남들도 정말 다 그럴까.다른 사람들의 열정이 부럽고 부러운데,정작 발 한쪽 딛기도 어렵고 큰일처럼 느껴진다.할 수 있을까.내가 할 수 있을까.나는 어떻게 걸어야할까.내가 걸을 수 있을까.항상 관전만 하는 관객에서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내가 내 인생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이렇게 사는게 맞지않다는걸 알면서도 방법을 모르겠다.모르니까 부딪혀야하는것도 알겠는데 부딪힐 용기가 안난다.그러다 다치면.죽으면.만약 살기싫어지면 그땐 어떡하지 진짜.만약 정말로 내가 살기 싫어지면 그땐 정말 어떡하지 억울해서.뭐 이런생각들을 좀 한다.그런다고 내 방이 한뼘 더 넓어지는것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