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오늘 일기

이건 그냥 오늘 일기


보건증 발급 받을겸 인바디 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집에서 멀지않은 보건소로 발걸음을 뗐다.보건증 발급받으려면 대충 일주일정도 소요되는것같으니 음식점 알바를 하려면 일주일 뒤에나 연락해봐야한다는 말이 된다.내가 어디서 알바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용돈이라도 벌어야했고 그러려면 보건증은 없는것보다 있는게 나았다.

창구에서 접수를 하려니 역시 나답게도 신분증을 방구석에 쳐박아놓고 기어나온터라 보건증 발급 신청을 할 수 없었다.날은 무더운데 다시 집에갔다오려면 근 한시간은 걸린다.이거 너무 귀찮은데 그냥 내일 신분증 들고 제대로 와야지.그 생각을 하고 그냥 인바디나 했다.예상대로 저질체력임이 증명된순간.이 정도로 저질이었나? 그래도 키는 164로 나왔다.63으로 알고있었는데 뭐 그거나 그거나 큰게좋지 그래도.간단하게 내 인바디표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후 보건소를 나섰다.운동을 하긴 해야돼.알긴 아는데 그게 되면 세상이 너무 쉽지않나?

집을 나올때부터 봐두었던 영화<용순> 상영시간표를 확인한뒤 여유롭게 롯데시네마에 도착했다.요즘 영화비 왜 만원씩이나 하냐.월요일 낮이어서 그런지 영화관도 한적했지만 내가 본 용순이라는 영화는 그 누구도 예매하지 않았다.이걸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전세 낸 기분으로 쾌적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이 느낌은 마치 <영도>를 극장에서 봤을때의 느낌이었다.

영도는........영도는......어......너무 꼬고 꼰 영화였다.솔직히 런닝타임만 조금 짧았어도 영화를 보는 내내 피곤하진 않았을텐데 조악한 면도 많이 보였고 지역적 특색이 생각보다 설명이 안된 느낌이었다.몇년이 지난 후 내 기억단편에 의존에 글을 쓰는거라 감상의 색깔이 바랬을수도있지만.상업영화 자체로 놓고보면 너무 어려운 도전이었다고 생각이 된다.홍보가 안된탓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영도 관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용순>은 내가 예상한 줄거리와는 사실 달랐다.요즘엔 보고싶은 영화가 생겨도 줄거리도 안읽고 그냥 직접가서 본다.극장내 예고편에서 내가 느낀 용순의 분위기는 조금 더 가벼운 분위기었는데 생각보다 질척했다.괜찮은 성장영화였는데용순이가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닌것같았다.근데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호감을 사던말던 용순은 성장하기 위한 발악같은것을 한다.

조금 아쉬운점이 있다. 운동장에서 뜀박질하는 용순이의 모습도그렇고 일본청춘영화의 몇 컷들이 따로 붙은 느낌이었다. 왜색이 짙다는 얘기가 절대아니라 일본애니나 일본드라마가 너무 클리셰화 해놓은 어떤 시퀀스 같았다.달리기를 통해 느끼는 삶에 대한 끈질긴집착 혹은 교훈같은것.

시대적 배경도 나는 2016-2017년도의 배경보단 조금 더 예전이었으면 좋았을것같다는 생각을 했다.학교도 동네도 충분히 도심과 거리가있는 시골이라는건 잘 인지가 되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했다.애들이 너무 순박해보여서 그런가.나도 촌에 살아봐서 안다.그 동네를 그릴 수 있는 큰 배경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있으면 좋았을것같다.학창시절이나 시골이 주는 추억의 느낌때문에 더 우리네의 과거의 파편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동시대를 살고있는 용순이라는 캐릭터가 살결로 와닿지 않은것. 그런것들빼면 충분히 토속적이고 한국적이고 괜찮았다.생각해보니 용순이 참 대단한 캐릭터다.

청소년때 사랑 얘기해도 나는 크게 할 얘기도 없으니말이다.전쟁으로 치면 선두에 서서 칼 휘두르며 자기 사랑을 쟁취하려는 용순이같은 캐릭터가 있을테고 뒤에서 이 전쟁 언제끝나나 기회만 노리는 캐릭터도 있겠지.나는 후자다.늘 상상은 하지.조금 더 내가 독해지길,끈질겨지길.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할 수 있기를.마지막은 진심이다.

때문에 나는 지금 스벅 신메뉴빨면서 친구를 기다리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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