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날 찾아와줘서

먼저 날 찾아와줘서


내가 이미 이세상에 없는 아빠타령을 하는것에 비해 아빠가 나오는 꿈을 꾸지않는편인데 오늘 아침까지 나는 꿈에서 아빠를 만났고 대화하다가 깼다.참 중요한 순간에 깨는것같다.내가 아빠의 어깨를 짚으며 나는 사실 아빠때문에 맘고생했었다고 목구멍이 막힐정도로 절절하게 원망하며 미안함으로 고백한것같은데 그때 깼다.무의식의 상상력이 바닥이나서 그랬을까.그 말을 들은 아빠의 표정은 그려지지도 않지만 깨는 순간까지 내 마음은 나쁘지않았다.마음이 회복될 수 있는 꿈을 꾸었다.느긋했지만 미웠고 다시 만나 기뻤지만 불안했다.그래도 행복했다.


돌아가신지 10년째다.앞서말한것처럼 나는 아빠에 대한 꿈은 그동안 5번도 채 꾸지않았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꿈에는 미울만치 나타나지 않았다.그렇게 원망하고 속상해하고 그리워하는데 꿈에는 안나타나니 신기할 노릇이기도했다.뭐 사실 꿈은 내가 꾸는거고 내 무의식이 아빠라는 존재를 피하고싶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그리움의 크기는 꿈에서만나는 횟수와 비례하지 않았던건 사실이었다.


어제가 아빠의 기일이었다.나는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내가 기억하는 아빠의 기일은 12일이지만 엄마가 기억하는 아빠의 기일은 13일이다.12일은 내가 16살때부터 믿고있는 아빠의 기일인데 돌아가시기 하루전에 내가 예감을 한건지.자식새끼가 되어서 기일도 제대로 모르고있었나보다.그래도 난 12일로 알고있는게 편하다.중환자실에서 하루를 보냈을때 그때를 기준으로 내가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했던것같다.그냥 발인할때 정말 흐렸던 하늘만 생각난다.우리집은 아빠의 기일을 따로 챙기진않는다.솔직히 챙길 필요성도 못느끼겠고 식구들 모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것같다.어쩌면 그냥 기억하고싶지 않아서 그런걸수도있고.내가 속에서 혼자 아빠를 그리워하고 못잊고 괴로워하는건 그래도 괜찮은데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납골당에 가서 납패에 절하고 그런것들이 너무 현실로 다가오는것같아서 꺼려졌었다.더불어 그렇게한다한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런것들이 허무해서 견딜 수 없었다.그래서 나는 그렇게도 아빠가 나를 이뻐했음에도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납골당에 내발로 간적이없다.종종 엄마는 명절때나 가끔씩 납골당에 갇혀있을 아빠가 생각나나본데 나는 그렇지않았다.나와는 약간 다르다.나는 그런것도 약간의 원망같은 감정이라고 생각한다.몸을 직접 움직여 찾아가서 두눈으로 다시 보고 상기하는건,조금 다르다.그냥 너무 그리워서 그랬다.


그래서 더욱 아빠를 어제밤 꿈에서 만난것이 더욱 환상처럼 느껴졌다.내가 기억도 못하고 있었던 기일에 몇년만에 나타난거니까.우연이라기엔 이런건 또 미신처럼 믿어지고싶으니까.동생과 나와 아빠 셋이 있었던것같다.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축제현장같은곳에서 막걸리가 담긴 물풍선을 던지고 놀았다.거기는 좀 현실과 동떨어진 그냥 재밌고 신나는곳이었다.열정이있고 청춘을 그려낼 수 있는 어떤 현장.놀이공원에서 아빠와 손잡고 뛰어다니던 어릴적 기억은 나말고도 누구나 있을법하겠지만 나는 유독 그런것들이 눈물난다.꿈속에서도 그런기분을 느꼈다.꿈이었지만 나는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사실도 알고있는듯했고 지금 이 순간이 금방 날아갈 환상같은것이라는것도 직감했던것같다.나는 축제현장의 가장자리로 아빠와 빠져나왔고 문득 아빠에게 물어봤다.억울하지않냐고 물었다.내가 묻긴했는데 내 의지로 조종되는 나는 아니었다.어쩌면 내가 가슴속에 묵묵히 담아누고 눌러두고 묻어두었던 그 질문은 사실 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아니었을까 생각되었다.어째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빠와 나를 동일시 하는것같다.여튼 나는 아빠에게 살아있는 저 젊음의 향기와 열정에서 밀려나 죽음의땅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던 처지가 억울하지 않냐고 물었던것같다.살지 못하고 죽은것이 억울하지 않냐고.아빠는 대답했다.억울하지 않다고 대답했다.나는 그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서러움이 복받쳤다.나보다는 아빠가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인것같아서 마음의 돌덩이가 치워진것같았고 또 나는 다 자랄때까지 힘들었는데 아빠는 그게 억울하지않았나 싶어서 눈물이났다.


아빠는 하고싶은것 다 해보면서 살아봐서 억울하지않다고 내게 대답했는데.글을 쓸 수록 아빠로 둔갑한 내가 꿈에 나온것같기도하고.그래도 아빠의 모습으로 둔갑한 이유가있겠지.뭐라도 나한테 내가 해줄말이 있어서 그런걸수도있는거고.좋게 생각하려고한다.꿈에서 만난 아빠는 정말 눈물날정도로 반가웠고 나를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아빠라는 존재도 사실 불완전하고 내 나이 또래의 아빠들도 많고 그냥 그 나잇대로 내가 접어들고있지만 아직도 나한테는 미완성의 존재로 끝나버려서 끝내 아쉽고 목마르고 그립기만한 그런 터전같다.꿈에서나마 아빠에게 나는 아빠때문에 너무 마음고생했다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꿈에서처럼 그렇게 아빠가 받아줄거라 믿었기 때문이다.마음 행복한 응석부림을 다음 꿈에서는 해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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