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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반찬이되는 밥상

슬픔이 반찬이되는 밥상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건 좀 됐으나 이제서야 올린다.이 글이 <수필> 카테고리에 어울리는것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눈> 카테고리에 쓰기엔 너무 내가 부족하니까.아직 1년도 안지났다. 모두가 큰 슬픔을 가슴으로 겪었으며 아직도 그 상처는 남아있을것이다.그리고 늘 그렇듯 자신의 상처가 아닌사람들은 금방 회복한다.아무렇지 않은듯 삶은 굴러가고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머물러 있는 시간도 잠깐인듯 하다.나 역시 그렇게 살다가 문득 다시 아파지기 시작했다.상 위에 올려진 고등어 반찬을 보고.


다들 별 생각 없이 고등어반찬을 잘 먹고 있는지 궁금하다.아니면 나처럼 순간 순간 떠오른다던지.그러니까 별 다를것 없는 보통날의 오후 나는 고등어반찬을 보면서 세월호사고로 아직도 아파하고있을 사람들이 떠올랐다.그리고 순간의 죄책감이 머릿속을 휘감고 지나갔다.그분들은 바다속에서 나오는 모든 해산물들 입에 대지도 못할텐데, 나는 이렇게 먹고있다.바다 물내만 맡아도 심장이 저릿할텐데 누군가에는 낭만의 겨울바다냄새일테다.이렇게 결국엔 슬픔도 한갈래길을 가지 못하고 갈래갈래 나뉘어져 방향을 다르게한다.처음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깊은 슬픔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결국 당사자들 뿐이다.


나는 이 모든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다.글쓰는 허지웅이 이런말을 한적 있다.교복입은 아이들만 봐도 세월호희생자 아이들이 생각이 나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날것같다는 말.나는 충분히 공감한다.밥먹다 말고 생선-바다-슬픔 이렇게까지 이어지는 생각에 젓가락이 고등어를 향하질 못하겠더라 더는.사실은 지금도 굉장히 눈물이 난다.어쨌거나 나는 살아갈 것이다.그 어린아이들은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은  바다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나는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걸까.내가 믿는 신이 아직도 원망스럽다.그러면서도 나는 잘만 살아갈것이 아이들에게,희생자 가족들에게 너무 죄스럽다.내가 하고있는것이 이용하는 SNS의 프로필사진에 노란리본을 올려놓고 바꾸지 않는일뿐이라니.정녕 이것뿐이라니.스스로가 무력하게 느껴진다


슬픔 이후 대전에 갈일이 생겨 대전역에 내렸을적이 있었다.그때까지도 그곳은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하는 노란리본이 곳곳에 달려있었다.그리고 세월호 특별법을 위한 서명과 연설이 있었던 모양이다.나는 갈길이 바빠 눈으로 좇으면서도 용기가 없어 걸음을 달리 했는데,그마저도 아이들을 외면한것 같아 부끄럽고 마음 한켠이 좋지 못하다.나는 부족한 사람이 맞다.그리고 대전역에도 노란물결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우리의 일상은 제자리를 찾고있다.온 집집마다 슬픔에 잠겨 아파하는것도 잠시, 살 사람은 살아야한다는 말처럼 그렇게 살아가고있다.모두가 그렇게 살아가고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아직도 아픔에 힘겨워 하는 가족들을 나 자신처럼 살피지는 못하더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하루 세끼 먹는 밥상위에서라도 아이들을 생각하고 가족들을 생각하고 이 큰 슬픔을 기억하여 가슴 깊숙히 새기며 살았으면 싶다.그들의 아픔은 그렇게해도 덜어지지가 않을 큰 아픔이니 시간이 답이라는 말도 소용 없을지 모르겠다.일상을 찾아가는 우리와 다르게 일상마저 슬픔으로 덧칠해질 가족분들이 나는 너무나 아프다.아무 힘이 없는 내 자신도 슬프다.너무나도 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



디에서라 꽃을 피울 너희는

내가 향기를 맡을때까지 저물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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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할 맛 안난다

작업할 맛 안난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관점이 주제였던지라 끝까지 완벽하게 진행하고 싶었는데 맘대로 안될것같다.내가 독자적인 예술가라면 그냥 썼을지도 모르는데 자꾸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시나리오를 쓰게끔 만든다.나는 그런거 하고싶은게 아닌데.내이야기를 하고싶은건데 갑갑하다.그러다보니 소재도 점점 애착이 안가고 귀찮아지고있다.지금은 미루고 있는 상태.손이 안간다 손이.


이게 기본이니까 배우는거겠지.그렇게 생각하고 좀 버텨야겠다.미생보니까 장백기도 아집부리다가 콧대 꺾이드만.걔 좀 나같다.어떡해야할까.남에게도 맞춰주고 나도 만족할 방법이 없을까.주제가 희미해지는 작품 만들고 싶지않다.소통하다가 내가 없어지게 생겼다니까.사랑하는 아기를 죽이라는 시나리오계의 명언처럼 내가 사랑하는 내 주제를 죽여야 내 작품이 훌륭해지려나? 그냥 안하고 말지.난 사랑하는거 안죽입니다.버릴거 버리는 성격이지만 안버릴건 확실히 알아요.그거 버리면 내가 내가 아니고 내 작품이 내작품이 아닌데 아휴.끝에가서 흐려지게 생겼다.끝까지 밀어붙이길 할건데 어떻게 될려나 걱정이다.마무리가 중요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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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먹고 살까,나

뭐먹고 살까,나




참 별걸 다 여기다 쓴다.저 직업뭐할까요? 이렇게 묻는거 조금 이상해보일지 몰라도 굳이 따지면 이상할 일 아닐껄.사람들 다 자신의 적성이 뭔지 몰라서 적성검사하고 상담도하고 이것저것 경험해보려고 하니까.나는 그래도 내 적성을 꽤 잘 아는편이라 다른사람들보단 좀 낫지않을까 생각했건만 살다보니 다 똑같네.그거 조금 자신에 대해서 더 알고 모르고 별로 안중요한것같다.사니까 별로 큰 비중을 모르겠다.어쨌거나 사람들 다 살아가니까.내가 하고싶은 일 골라서만 할 수 없는거고.어쩌면 자기 적성을 몰라서 그냥저냥 먹고사는일 하며 사는사람이 편하게 사는걸지도 모르겠다.자기 자신을 너무 잘알면 살다가 안맞는 부분을 못견디거든.이거 나랑 안맞는데,이거 나답지 않은데.아 솔직히 뭐 어쩌라고 그냥 하고 살아야지.돈벌어먹는게 쉽나.라고 생각은 한다만 역시 나는 후자의 경우에 가깝다.싫은건 왜이렇게 죽어도 못하겠는지.이것도 나름의 의지다 의지.


그래서 대강 적어보자면


1.흥미를 가지고 파고들면 누구보다 집중력있게 파고들 수 있음

2.혼자 고찰하고 탐구하는것을 좋아함

3.몸으로 활동하는것보다 적적한 장소에서 무언가 하기를 좋아함

4.손재주가 있는 편

5.싫은건 죽어도 못함

6.규칙적인 생활보다 불규칙적인 생활이 익숙 (현재)

7.한가지에 얽매이는것을 싫어함

8.시간에 구애받는것을 무척 싫어함

9.생각보다 완벽주의자.설계가 제대로 된 다음에 움직이는편


이런 특징적인면이 있는것 같은데, 그럼 나 뭐해야할까.


내가 지금 잡아놓은 두루뭉술한 틀은 있다.장래희망이 뭐냐고 묻는다면 "좋은 영향력이 있는사람이요".딱 이거, 그니까 유명인사를 꿈꾸는거냐 묻는다면 이왕 유명하면 좋고.해도 안된다면 말고.제일 좋아하는건 생각과 가치관을 자유롭게 표현하는것.나는 내가 느끼는것을 사람들에게 표현할때 살아있다고 생각한다.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 또한 자신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란것을 알았으니 가능했을지 모른다.그 어린나이에.거기다가 미적으로 탐구하고 손재주있게 잘 만들고.예술할 성격 맞네 나는 그냥.


아아아아 예술가 굶어죽는다며요.나 그래도 예술가 해야 되는거야? 좋은 영향력이 있는 굶어죽는 예술가?

하기사 굶더라도 회사들어가서 야근하며 상사아부하고 그렇게는 못살겠다.작업이나 해야지.미술,영화,시사,문화컨텐츠에 관심이 있으니 열심히 배워서 (근데 뭘 어떻게 배워야할지) 칼럼리스트가 되는것도 나는 무척 영광이고.막연하게 목표지점은 있는것같은데 가는 길을 모르겠네.누구 알려주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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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ENS : 될놈이 안될짓을 하고있다

E-SENS : 될놈이 안될짓을 하고있다





숱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설마하는 마음이었다.설마 K씨가 이센스일려고.처음에는 유학생출신 힙합가수란다.대구 경산촌놈인 이센스는 아니겠구나.괜한걱정을 했구나.나는 그가 그동안 보여줬던 절절한 회고록같은 가사를 다 잊어버렸나보다.미안함이 앞섰다.사실 처음 기사를 볼 때 그가 생각나지도 않았다.사람들이 자동반사적으로 그를 떠올리니 정말 그인걸까.그렇게 불안한 마음이 몽글거렸을뿐 아닐거라 다잡았다.나를 비웃듯 곧이어 실명 기사가 떴다.


정말 이센스는 그러면 안되는거였다.이미 한번의 실수로 자신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지독하게 고통속에서 힘들지 않았었나.그런데 이런 잘못을 또 저지르다니.실명 기사를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안이 벙벙하다.헛웃음만난다.정말 지독하다.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희미해져 또 반복한다.그도 똑같은 사람이지만 이런식은 안되는거였다.


나에게 국내힙합 아니 해외힙합을 통틀더라도 자신있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랩퍼는 이센스뿐이었다.어디 이센스를 가장 큰 우상으로 뽑는 사람이 나뿐이였을까.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넘치는사랑을 받고있다.이센스는 이를 알까?알면서 반복했다면 용서하기 더 어려울것이다.나는 그의 앨범을 기다렸다.그는 모든 작업이 끝났다고 전해왔고 나는 곧 들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 설레며 하루를 보낸적도있다.그는 가진 실력과 경력에비해 작업물이 너무나도 없는 아티스트 중 한명이었다 그것이 자기책임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랩퍼에게 아직 1집도 없다는것은 내외적으로 안타까운일이다.그리고 이번년도가 지나기 전에는 앨범을 만져볼 수 있었다.그가 또 마약으로 불구속되기 전까진.


나는 천재를 좋아한다.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데 낑낑대는 사람말고 타고난 재능자체가 특출난 사람을 아낀다.두번째로 그 재능을 알고 잘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세번째로 자조적인태도로 자신을 돌아보며 고뇌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제대로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사람.그리고 그는 적합한 인물이었다.괴물같이 등장하던 신인시절을 기억한다.믹스테잎 두개로 힙합씬을 흔들어 놓은 그는 실로 대단했다.그건 노력하는 천재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작업물이었다.가사가 일품이었지.아무도 날것 그대로 고뇌하는 가사를 써놓은적이 없었다.아니 설령 그런 랩퍼들이 있었다해도 이렇게 와닿지 않았다.내 음악세계 한켠이 통째로 무너진 기분에 너무 참담하다.이루말할 수 없다.배신감과 안타까움에 숨줄기가 조였다 풀어졌다 반복한다.너무 슬프다.너무 너무 비참하다.내가 아끼는 노래가사들이 가슴에 상처가 되어 벽을 만들고있다.하루전에도 잘만들었던 그의 음악이 안 와닿는다.이 좋은가사를 느끼기 어렵게 만드는 그가 정말 너무 밉다.분명 초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발자취를 보였다.독자적 레이블을 설립하고 해외로 나가 계속 앨범작업을하고.경산에서 뮤직비디오 촬영 중 줍게 된 똥개에게 바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이제야 바람냄새 사는냄새 맡으며 산다고 믿고있었다.내가 병신이지.


대마초가 그렇게 피고싶었으면 그는 한국이 아니라 대마초가 합법인 주에서 태어났어야했다.그런데 그는 한국인이지.한국힙합을 하며 경산촌놈 안 감춘다며 대구 힙합트레인을 외치던 그는 마인드는 한국인이 아니었나.나는 혼란에 빠졌다.그가 쓴 가사 어디서부터 어떻게 믿어야하며 쳐내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그가 느끼는 혼란은 어렴풋 느낄 수 있다.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면 모두가 나락으로 떨어져 깊은 지옥을 맛 볼때가 있다.하지만 모두가 그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그래도 한번은 포용했다.그리고 모든걸 훌훌 털고 일어날 듯 보였던 그는 이렇게 돌아왔다.나는 어떻게 포용해야 하는가.


첫번째 정규앨범 애닉도트.이렇게 썩게되었다.너무 어리석고 미련하다.눈물이 난다.그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을 위치에 있어야한다.가장이라던지,사장이라던지 모임의 수장의 역할에 그는 절대 안된다.너무 미련해서 그동안 그의 음악을 기다린 나와 모든 팬들은 오늘을 잊지 못할것이다.다시 돌아와주라.예전의 언더시절로.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마음이 너무 아프다.찌질이같은 모습만 계속 보여주는게 그가 말하는 리얼허슬이라고.이게 허슬이라고.약빨고 싶으면 죽어서 실컷 빨아라.살아서는 그러지말아야할것아닌가.엄마 누나한테 효도한다던 이센스는 애새끼에 불과했나보다.너무 화가난다.처벌 잘 받아라.형 받으면 형 알아서 살아라.음악에 열정과 순수가 그 누구보다 가득했던 시절을 기억한다.본인도 기억할테지 돌아가지 못할것을 본인도 알테지.그래도 이렇게 가는건 좀 아니지않나.너무 정말 너무 폼 안난다.그는 얼마나,지금 얼마나 부끄러울까.E-SENS의 'E'는 에세이의 'E'이다.자신의 이름에 자신이 먹칠하는것 더는 보고싶지 않다.



급히 따라가다보면 어떤게 나인지 잊어가 점점.

멈춰야겠으면 지금 멈춰.

우린 중요한것들을 너무 많이 놓쳐.



그가 쓴 가사다.

10년이 지나던 20년이 지나던 내 귀가붙어있는 한 알아서 갱생해서 돌아와라.

나는 할말이 그것밖에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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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인생이다

벌레인생이다




요즘이 아니라 몇년 된 이야기인데,사는게 참 하루살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남들은 바쁘게 잘만 살던데 나는 바쁜데도 늦장을 부린다.이거 천성이라고 넘어 갈 수 있는걸까.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기분에 다시 찝찝해진다.살고싶은대로 살 수 없는것도 누구보다 잘 아는데 하라고 주어진 몫은 미루고 미룬다.이게 마시멜로도 아니고 참고 묶여봤자 독이 될 뿐일텐데 왜이리 하기가 싫으냐.계획 무 목표 무.완전 무의상태.그렇다고 해탈도 아니고 열반의 경지에 오른것도 아닌 무 그 자체.


한 일년전쯤 딱 지금 겨울쯔음일때 강신주 강의를 많이들었다.팟캐스트 벙커1에서 우연히 듣게됐는데 그게 나한테 정말 도움이 많이 됐더랬다.그 어떤편보다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편은 <몸>편.상체 하체로 나누어 1부 2부 전부 들었다.강신주의 강의는 그냥 다 들었다고 해야겠지.내가 좀 나를 방어하자면 그 강의에서부터 나는 내맘대로 해야겠다라는 의지를 얻기는 했다.그래서 지금 내맘대로 다 안하고 살려고 이래 늦장부린다.강의를 나처럼 듣지마세요.


아 내맘대로 세상 다 조물락 거리며 다시 빚어놓고 싶다.이런생각을 하는 나도 여전히 멍청하구나.되도록 예쁜생각 가지고 살아가려 노력중인데 또 한심해지는것은 어쩔 수 없다.나는 다른것이 하고싶다.다른거.나는 귀찮음청산이 우선목표가 되어야 할 팔자인갑다.아 정말 귀찮다.귀찮음이 존중받는 세상 안옵니까? 이거 열정보다 더 엄청나서 어떻게 할 수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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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 나는 애어른이 아프다

이웃집 토토로 : 나는 애어른이 아프다







My Neighbor Totoro , 1988





곧 마무리를 해야하는 과제 중 하나이다.오늘 글을 쓰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함을 못 벗어날 것 같아서 자판을 두들긴다.이웃집 토토로를 자신의 철학으로 분석하는 과제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마음이 참 무거웠다.솔직히 그냥 아팠다.계속 울면서 봤는데 그간 본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마음이 아팠다.토토로를 이렇게 마음아프게 보는 사람이 또 있을런지 모르겠다.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약간의 편견은 있다.나같이 세상 삐뚤어진 맛으로 파헤치길 좋아하는 사람은 보통 그렇다.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은 판타지 그 자체다.현실과의 괴리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미야자키는 언제나 동심과 자연 순수함을 강조하는 친환경적인 감독이다.나 또한 그를 진심으로 존경한다.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아름다워도 현실은 현실일뿐.아름답지 못하고 추한것들이 넘쳐난다.몸을 파는 창녀,가난한 자영업자들에게서 일수뜯는 일수꾼들,불법사채업자들,홍등가에서 색을 산것이 명예훈장인냥 자랑해대는 저급한 부류들,학대를 일삼는 사람들.밝은 볕이 드는 맞은편엔 언제나 그림자가 존재한다.그럼에도 미야자키하아오의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마음속에 동심이라는것이 존재한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토토로를 자연의 신, 토테미즘 관점으로 많은 분석을 하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관과 연결짓는데, 나는 그보다 사츠키와 메이를 보며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를 하고싶다.갈등이 고조 된 뒷부분에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내 자신이 안타깝게 느껴졌다.내게 두 아이는 나의 어린시절을 투영하는 듯 했다.나이답지않게 기특한아이,철이 일찍 든 아이.결국은 제 속도로 살지 못하는 아이들인데 어른들은 항상 칭찬을 해주었다.잘컸다.어쩜 이렇게 예쁘니.나는 정말 어렸을때 예쁘게 크고 있었던 걸까.아이는 아이다워야한다면서 아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아이를 기특하다며 칭찬을 해준다.아이러니하다.세상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게 모순으로 돌아가는것 같다. 하지만 모순이 흉측하단 말은 아니다.그냥 조금 씁쓸할 뿐이다.


할말이 참 많다.나는 글속에 나를 반영하게끔 영감을 주는 예술을 좋아한다.다른사람들은 재미없다고 말 하더라.재밌었다고 하더라도 토토로를 단순히 밝고 명랑한 애니영화 중 하나로만 생각하겠지.분명한건 하나다.이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현실과 너무 달라서 의구심을 남긴다는것에 있다.아이들은 상처를 잘 받는다.어른들이 아무리 잘해준다 한들 상처받고 풀죽는게 어린아이들의 특징.삶이 고단한 어른들은 더 그렇다.열심히 살아보는거다.자기들은 자식새끼들 먹여살린다고 뼈가 빠지도록 애환에 맺혀사는데 어린 새끼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나는 이웃집 토토로가 이런 맥락과 비슷하다 생각한다.아무것도 몰라서 더 슬프다.그리고 두 아이가 일찍 철이 들어야만 하는 환경이 아팠다.메이는 엄마의 보호가 누구보다 더 필요할 나이이다.사츠키 또한 마찬가지로 어리다.메이가 사츠키의 학교에 찾아오는 날이 있다.아이가 아이의 엄마역할을 대신 할 수 밖에 없다.마음이 무너지는것 같았다.왜냐고.나는 철저하게 사츠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중 하나이기 때문이다.물론 사츠키는 나에 비하면 복 받았지.따뜻하고 상냥한 아빠.아이들에게 따뜻함을 안겨줄 엄마.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초록풍경들 전부 보며 자랄테니 나보단 복 받았다.그리고 따지고 보면 크게 문제 될 이유도 없다.나혼자 심각하게 생각하는게 맞다.


메이와 사츠키는 행복할게 분명하다.미야자키의 아이들은 언제나 밝은 풍경속에 녹아든다.사실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다만 영화 내내 보여지는 탁 트이고 예쁜 풍경들보다 아이들이 항상 불안함을 가져야했던 그 클라이막스가 나는 더 기억에 남을 뿐이다.사츠키는 마을 할머니를 만나서 운다.엄마는 저번에도 퇴원한다고 했지만 오지않았다고.엄마의 죽음을 예상하며 힘겹게 우는 아이의 모습이 정말 동심을 위한 애니메이션일까.토토로는 어른들이 보아야 한다.그리고 끝없이 반성하고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야한다.우리가 어른이 된다는것에 대한 죄책감.어이없는말이 아니라 진짜로 그렇다.시간이 흐르는건 너무 당연하고 어른이 되는것도 너무 당연한데 무엇을 반성해야 하느냐.되새길것이 없다는 어른이 있다면 계속 그렇게 살면된다.그 어른이나 나나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며 사는 어른이나 똑같다.결국엔 다 똑같다.그런다고 어른이 아이의 눈높이에서 무언가 충족시켜줄 수 없다.서로의 세계가 다르기 때문이다.이거 좀 신앙적인 이야기인가? 원죄를 알라고 했다.그냥 어른인게 원죄인거다.말해 뭣하나.아이는 상처받는다.받을 수 밖에 없고 그게 모두 어른들의 탓은 아니다.어른들도 상처를 받는다.우리가 아이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지 않도록 다독거려주는것이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다시한번 말하지만 애어른은 기특한것도 칭찬해줄일도 아니다.나는 그래서 애어른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