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비즈니스 미팅을 했음

영화사 비즈니스 미팅을 했음

미팅시간이 워낙 짧아서 긴 이야기를 하진 못했지만, 그 전에  리스트 보고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진짜 유명한 대기업 영화 제작팀 부터 독립영화로 유명한 제작사까지 다양하게 꽉 차있더라.

 

근데 여기서 신기한 점 하나. 처음엔 모 기업의 영화제작팀 (워낙 커서 팀이 많다더라)이 2팀이나 잡혀있었는데 뒤 쪽 순서였던, 한팀이 날 노쇼했음. 이 때 알았지. 아 여기는 회사 분위기가 작가를 이런식으로 하대하는 분위기인가? 내가 아무리 피칭을 망쳤어도 그렇지. 관심이 없어졌으면 미리 취소한다고 알리면 될 일이었다. 내가 오죽하면 담당자한테 가서 확인 좀 부탁드린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시간에 추가 미팅이 더 들어올수도 있는 것 아님? 실제로 뒷 시간이 좀 비어서, 그 시간대에 다른 제작사가 날 보고싶다고 말해서, 추가 미팅을 진행했다. 그럴 수 있던건데. 미리 알려줘야 작가가 기다리는 일이 없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다른 작가님들 열심히 미팅할 때 혼자서 바보처럼 십 분 동안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앞 순서였던 같은 기업 다른 팀과의 미팅에서는.....음.....그냥, 그랬다. 처음엔 대기업이니까 무조건 좋겠구나, 여기랑 되도록이면 계약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미팅 후 마음이 많이 바뀜. 물론 시나리오는 보내겠지만(ㅋㅋㅋ) 이미 내 마음속에 1순위는 다른 제작사로 정해졌음.

 

리스트를 보자마자 4군데는 딱 보자마자 아! 싶을 정도로 알 만한 회사들이었는데, 그 중에 한 곳이 지금 현재 내 1순위이다. 이 쪽이랑 미팅을 하는데, 느낌이 굉장히 영하고 좋았음. 미팅하러 나온 분도 꽤 젊고 감각있어 보이셨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이 확실히 보여서 나는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음. 게다가 돌아가는 길에 안부문자까지 보내주더라. 작가님 - 고생하셨다면서. 이런 작은 매너 하나에 사람 마음에 확 기우는 거 보면 역시 사람은 친절에 약한 동물이다. 그냥 일단,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음. 뭣보다 내 작품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좋았음. 아까 그 대기업 팀 중, 한팀은 해외에서 먹힐 작품이라 니 작품이 필요해. 이런느낌이었다면, 이 기업은 우린 그냥 니 이야기가 필요해. 이런 태도였음. 역시 태도가 중요해.

 

그리고 맘에 들었던 회사가 또 2곳정도 더 있었는데 한 곳은 독립영화를 거의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느낌이 진짜 너무너무 좋았는데, 내가 쓴 시나리오가 독립영화의 스케일은 아닌 것 같아서 너무 망설여진다. 일단 잘 쓰고 잘 고쳐야 할 일이지만, 여튼 나는 그랬다. 한 곳은 사업확장을 위해 원천 스토리를 구하는 신진기업이었다. 여자 두 분이서 오셔서 미팅을 진행했는데, 굉장히 스타일리쉬하고 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많이 궁금해했음. 영화로는 거의 첫 발걸음을 떼는 곳 같아서 여기는 좀, 보류.

 

마지막으로 나를 엄청 믿어주시고, 내 작품을 알아봐주신  회사. 나는 사실 리스트 보자마자 처음엔, 그 대기업이고 뭐고 눈에 안보이고 이 회사만 보였다. 아, 이분과 같이 일 할 수 있다면,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빛나게 될까 그런 것들이 기대가 됐는데. 현업 작가님에게 들은 말로는 여러모로 단점이 치명적이더라.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1순위에서는 밀어냈지만 2순위에 놓았음. 그냥 좀, 여러 사정을 듣는데 마음이 아프더라. 

 

여튼, 소중한 경험이었다. 모두를 위해 힘 써주시고 노력해주신, 그리고 내가 고생시킨 것 같아서 관계자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모든 분들께 정말 정말 감사드리고, 모자란 나에게 이런 큰 기회를 주신 점,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 더불어 내가 그 큰 행사에서 준비 미흡으로 실수했던 것은 금방 잊되, 앞으로는 더 꼼꼼하게 준비해서 후회없는 날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수를 계단삼아 밟고 올라가야지. 오늘만 살 것이 아니라 나는 내일도 살아 갈 테니까.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