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ENS : 그럼에도 불구하고

E-SENS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떠난적도 없었지만 어쨌든 그가 돌아왔다.물론 앨범이 발매된 시기를 두고 여기저기 논란이 되고있지만 기쁘다는 말 밖에 할말은 없다.나로써는말이다.


Back to the basic이라고 했던가.앨범 커버와 맞먹게 모든 곡들은 더할나위없이 깔끔하게 다듬어져있다.화려하고 요란한 비트만 찾던 귀에 어쩌면 조금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뭐 사실 이러쿵 저러쿵 그 모든것들의 위에 선 나만의 작품을 한다는것은 누구에게나 쉬운일은 아니다.작가로써의 정체성이 무진장 강한 사람은 자신을 꿰뚫어보는일을 습관처럼 하는데,<에넥도트> 또한 습관처럼 성찰하고 고뇌한 자신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작가가 아주 오랜시간동안 그랬듯이 이 앨범 또한 아주 오랜시간동안 변하지 않는 classic으로 자리할것이다.


세상사는데에 염증이 많은듯한 그의 가사는 덤덤한 필체때문인지 몰라도 더 시적으로 와닿는다.자신에대해 혐오를 해봤던가,자신의 생활에 대해 혐오를 해봤던가,자신이 하는 모든짓들에 대해 혐오를 해봤던가,주위 굴러가는것들이 짜증나고 뭣같이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공감이 많이 될거라 생각한다.사실 나는 에넥도트 전곡을 듣기 전, 선공개되었던 <비행>이 맘에 들었던지라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다.열정과 에너지 삶의 의미가 모두 소진됐지만 그래도 나아가야 하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것같았다.배터리가 약한 차에 시동을 거는법등이 적힌 설명서를 커버로 사용한것도 마음에 들었다.함축과 비유를 정확히 사용하니 시인이다.


내가 처음 힙합을 들을때만해도 힙합은 그렇게 메이저음악이 아니었다.그러니까 쇼미더머니같은 프로그램이 생겨나는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그런시기.뭐 때가 되니 힙합이 주류음악으로 상승세를 타더라.여기서도 언더니 오버니 상업이니 예술이니 많은 논쟁들이 오갔지만,뭣보다 중요한건 힙합이 하나의 대중음악으로 한국음악계에서 자리잡았다는점이다.랩이라는걸 낯설게 느끼지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럴수록 아쉬움도 생기기 마련이다.나는 피쳐링을 필수로 얹은 랩곡은 솔직히 안듣는다.믹스테잎에서 10을 보여줬던 랩퍼가 오버그라운드 데뷔를 하더니 갑자기 3쯤되는 결과물을 들고나올때 조금은 씁쓸했다.사람의 탓인가 시스템의탓인가.따져봤자 답 나올 문제도 아니다.어쨌든 이런 힙합은 내게 별로 와닿지도 않았고 굳이 쌍수들고 반길 이유가 없었다.농담따먹기로 hip-hop이 아닌 hi-pop이 되는것 아니냐는 말도 했었다.최근에는 자극적으로 변한 쇼미더머니의 행태를봐도 유쾌하지않다.자극적으로 어필하는건 뜨기위한 발악인가 아니면 메시지없는 배설인걸까.이 난장판을 보며 드는생각.이 음악이 처음에도 이랬던가.


누군가에겐 이센스가 훨씬 난장판인 인물일지 모른다.한국에서 대마초3번 걸린다는게 쉬운일도 아니거니와,현재 수감중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역사를 여러번 쓰는 위인이다.전에 교수가 내 칼럼을 보고 질문을했다.자네는 예술가가 도덕을 항상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대답했다. 네 당연히. 당시 내 칼럼의 주어는 뱅크시의 그래피티였다.모순이 아닐 수 없었다.세계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작업은 전부 불법이었다.


때문에 이 질문은 여전히 난제이다.뱅크시는 그렇게 했겠지만 저는 도덕을 지키며 살래요.그말인 즉슨 나는 뱅크시가 될 수 없어요.예술하겠다는 사람이 뭔말을 이렇게 하는건지 이것도 참 애매하다.그래도,그래도 도덕적이면 좋지.선과악을 명백하게 가른다면 나는 선이 되고싶지 악이 되고싶지 않다.그렇다면 이센스는 악에 서있나.반응보면 꽤 악인인것같기도하다.그를 사랑하는 사람도 많지만 철저한 도덕의 틀안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이들은 이센스를 구제불능,통제불능,절대악으로 보는것같다.하지만 나는 이센스가 부도덕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사회적 규범에있어 비윤리적인 일을 했을지언정 인간자체가 부도덕하다면 염세를 느낄 수 없다.그의 음악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나는 '사람'이라는 존재를 이렇게 생각한다.하나의 검은점이 있다.그것이 끝인줄 알았는데 옆을보니 흰색의 점이있다.그옆에 검은점이 또 있다.그리고 그옆에 또 하얀점.그 점들은 빽빽하게 아주 많이 모여있다.멀리 떨어져 제대로 보니 그것은 각각의 점이 아닌 회색의 인간이었다.한발짝 떨어져 멀리서 바라보는것.그것이 점묘화를 보는 완벽한 방법이다.나는 사람이 점묘화와 같다고 생각한다.내가 본 누군가의 모습은 지극히 많은 그의 모습중 단 하나의 점일수도.덧붙여 허지웅의 에세이에서 이 구절이 떠오른다.'우리들은 모두별로다.물론 그중에 내가 제일 별로다' 그니까 우리 모두 순백색도 흑색도 아니고 다 별로인 회색이라고.


이센스도 그 중 한명이다.설령 수감중이라고한들 그 인생을 끝내야하는건 아니지않는가.뭐,돈 궁해서 음반냈느냐,사람들이 잊을까봐 음반냈느냐.이러한 말들은 사실 그에게 상처입힐거리가 되지않는다고 생각한다.돈때매 음악했으면 그간 괴로워 할 필요가 없었고 사람들이 잊을까봐 음악했다면 사람들 의식해서 스스로 잊혀질 안좋은 기회를 만들지도 않았을것이다.이해 받지 못할 세상에서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작업물이다.그거면 됐다.그냥 나답게 살려고 음악하는거라고 말하면 조금은 작가의 마음과 같을까.


모든 서사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문장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이 문장을 참 좋아한다.

시끄럽게 오가는 말들 위에서,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센스는 음악가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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