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는 무슨 재미로

올해 초에는 무슨 재미로




해 초에는 무슨 재미로 사셨어요? 묻는다면 나는 짝이랑 밀회보는 재미요




복학을 앞두고 쌀쌀한 날씨는 내 마음도 훵 하게 만들더라.본래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긴 한데 일년동안 잘 쉬다 다시 빡빡한 학교로 돌아가려니 마음이 참 질척거렸다.누군가를 만나볼까 하는 생각도 2주정도 가면 오래 가는 편. 혼자가 편하긴 편하다 생각하면서도 외로움을 타니 완전 아이러니.


14년이 되기 전 13년의 끝자락 쯤에는 호감을 표하는 남자들도 여럿. 그런데 내가 마음이 동하지 않으니 어쩌겠나. 나도 참 그들이 애석한게 그 마음 모르는게 아니다. 내가 맘에 드는 사람은 나를 맘에 안들어하는 머피의 법칙 나도 많이 겪었으니까. 입장 바꿔보면 참 그렇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래서 그런가 지옥같은 스케줄을 끝내고나면 항상 방에들어와 하는 일 첫번째 짝 보기. Btv가 여간 좋은게 아니다. 짝 1회부터 쭉 봤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결국 제 짝찾아 구애하고 표현하는건 똑같다. 그 기분때문이었을까?


'나도 썸타고 싶어'

'넌 니가 싫다고 다 쳐내잖아'

'호감이 안가는데 어떻게 만나'

'일단 만나봐야 호감이 생기지'

'아 몰라 몰라'

'내가 너라면 고백받고 바로 사귀었다 으휴'


이게 룸메이트와 나의 주 된 대화.

더군다나 그 당시 알콩달콩 남자친구와 잘 만나고 있던 룸메이트는 내 염장을 지르기에 받고있는 사랑이 충분한 상태였고 나는 그 옆에서 공허함만 토로하곤 했다. 솔로만 안타깝다.


이래서 컨텐츠가 참 좋다는거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재밌게 즐길 수 있으면서 동시에 출연자와 같은 선택권을 가진듯한 느낌. 예를 들어 내가 짝을보면 그 밀당과 묘한 사랑쟁취전에 같이 뛰어든 출연자가 되는 기분. 이게 상당히 재밌는거다. 나는 몇번 남자가 괜찮은거같아, 저 여자 내가 봐도 참 매력있다. 기타등등 재밌는 이야기거리가 많이 오갈 수 있으니까. 아쉽네 프로그램 보는 재미로 살았었는데 불미스럽고 안타까운일로 짝은 폐지했다.애청자 입장에서 정말 아쉬우나 일이 일이었던지라 별 수 없었다.


짝은 폐지를 했고 그 다음엔 어떤 프로그램으로 내 맘을 훈훈하게 뎁혀야 할까. 언젠가 밤늦게 룸메가 드라마를 보더라. 유아인이 나오는 드라마였는데 나에겐 유아인이라는 배우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이미지가 가장 강력하게 남아있는 배우. 잠깐 흘깃한 화면에는 어두컴컴한 가로등밑을 지나고있는 유아인이 보이는데, 어 이거 쫌 그 영화같은 느낌이네? 그 생각에 룸메 옆에 앉아서 한참을 재밌게 봤다. 그게 2화였나. 그 뒤로 쭉쭉 달리고 달려서 마지막회까지 보는데 2주 좀 넘은것 같다. 정말 보기 잘했다.


내게 명작으로 남아있는 드라마는 케세라세라가 원톱인데 밀회 덕분에 투톱이 될 정도로 정말 잘 만들었다. 나중에 짬내서 열심히 리뷰한번 해야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을 쓰고싶게 만들고 칭찬 한마디라도 열띄게 하고싶게 만드는 드라마. 고마울 수 밖에 없다. 열정과 사랑 야망 삶의방식 그리고 진정한 자유 그럼에도 마냥 달지않은 이유 등 녹아있는 치열한 삶의 요소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클래식에 관심이 부족했던 내가 요즘 찾아듣는 음악이 모짜르트 베토벤이라면 이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 물론 밀회ost 앨범으로 접근한거지만. 



요약 한마디 

마음이 허 하면 짝과 밀회를 재탕하세요.느끼는게 많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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