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식염수로 머리를 씻어내기

차가운 식염수로 머리를 씻어내기


어지럽고 잡념 가득한 머리를 세척한다.목적은 세척이다.기쁨이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척을 위해서다.목적과 동기가 같아야한다.다른이유없이 그냥 씻어낸다.씻어내야만한다.


작지 않은 머리통을 요리조리 굴린다.도마위에 한참을 굴리다보면 모난곳도 동글동글 각이 사라져간다.내 머리통이 그렇게 밀반죽이면 좋으련만.사실은 그렇지가 않으니 일단 내가 개고생이다.내가 고생이야.빡빡 문질러 씻어낸 바닷가 돌은 그저 감상말고 무엇이 되어줄까.위로가 되어줄까 돈이 되어줄까.해운대 근처 조개찜가게에서 먹은 홍가리비를 기념이라며 칫솔로 싹싹 문질러닦아 서랍장에 보관하면 그건 뭐가될까.긁지않은 복권? 동화속 인어공주가 잠자는 침대? 아서라.궁핍하다.


내 머릿속이라는게,내 잡념과 내 재능이라는게 사실 그정도임을 알고있다.꽉 닫은 아가리를 칼로 쑤셔 열어봤자 진주가 아닌 흙먹고 죽은 조개시체만 널부러져있을테다.고작 그런거.그래도 그런거를 좀 인정하고 사는거.조금씩 분수를 알아가고 또 도전해보려고하는거.그게 인간과 조개의 다른점 아닐까.근데 조개도 바닷속에선 잘 날아다니더라.


자, 쉽게 생각하기로했다.일단 내가 당장 할 수 없는것들은 일단 포기.평생 포기가 아니라 일단포기.1보 후퇴.예를들어 우리 엄마가 날 위해 서울 논현동에 고급빌라를 얻어줄확률.또는 그런 환경의 친구들이 옆에 있어도 재빨리 남의떡이라고 받아들이는 자세.당장 내가 얻을 수 없는 조건의 무언가라면 일단 다 까놓고 부러워하지말기.자격도 안되는데 부러워하는건 단순 부러움이 아니라 그냥 궁상이다.궁상떨지말자.그렇게까지 추잡해질거야 너? 그러니까 차가운 식염수에, 흐르는 폭포수에 머리를 씻어내자.내 더러움과 불순물이 모두모두 떠내려갈 수 있게.어쩌면 다시태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일단은 번다.먹고사는 문제는 내게 너무나도 중요하다.내 생명과 직결된문제.

꿈, 그래 꿈은, 꿈은 어쩌지.

먹고사는 단계 다음에 따라올래? 원래 허울좋은것들은 당장 생계 뒷꽁무니만 쫒아다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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