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서 읽을 수 없을정도여야 한다

슬퍼서 읽을 수 없을정도여야 한다


당신이 내 아픔을 이해하려면 슬퍼서 내 글을 읽을 수 없어 도중에 멈춰야한다.그정도는 되어야 나만큼 아팠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주변에 참 소중한 친구들이 많고,좋은 어른도 많지만 그렇다해서 이들이 나만큼 아팠거나 혹은 나처럼 아프진 않았을것이다라본다.마음껏 아파할 자유마저 박탈당한 어깨에 짐을 올려놓은 맏딸은 부지런히 그 역할을 수행해야했고, 비교대상은 늘 나보다 불행한사람들.늘 그들과 비교하며 나는 그래도 나은거라며 내 아픔을 무시하고 그 사람들을 무시했다.참 오만하게도 그런것들이 위로이고 각성제인줄 알았다.생존수단과도 같았다.나는 뒤를보면 안되니까 앞을 봐야 하니까.


전에 이 블로그를 동생에게 알려준적이 있었다. 동생은 새벽 동안 우느라 글을 두개 이상 읽기 어렵다고했다.너무 슬퍼서 읽을 수 없다고 말했다.나는 생각컨데 그 뒤로 동생은 내 블로그에 들르지도 않았을거라 본다.나도 과거에 썼던 글을 쭉 읽어내려갈땐 정말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글들이 있다.


타인은 타인이지만 적어도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쓰는 모든 말들이 비수처럼 아파서 머릿속을 괴롭혀서 읽을수가 없어서 읽을 수 없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있다.왜냐하면 나는 여지껏 단 하루도 쉬지않고 그렇게 아파왔으니까.어렴풋 짐작만으로 상상하는 통증말고,숨이 가빠 가슴 한켠이 뻐근하고,그 원인을 생각하고 싶지않아 생각하지 않는,그 정도의 통증으로 당신과 내가 공감했으면 좋겠다.누군가는 말한다 내글이 덤덤하게 와 닿는다고.하지만 깨닫고 나면 다를것이다.나는 언제나 격동하고 부숴지고 깎아가며 한글자 한글자 눌러쓴다.얼마나 체했는지도 모를 찌꺼기들을 입벌려 쏟아낸다.내 글이 담담하다면 당신은 타인이다.당연하지만 남이다.나도 알고있다 당신은 남이라는걸.


일상이 무너진채로 살았다.너무 오래되어서 기억 할 수 없다.빈 자리는 매쓰거운 감정과 두려움만이 가득채우고 이것들은 내 우위에서 날 가지고 놀았다.생각과 사고가 아니라 그냥 감정이었다.날카로운 칼을 손에 들지 않아도 내 감정이 나를 찌르고 자해했다.속에서부터 그렇게 죽어나갈 수 있다니, 그러면서 동시에 모든게 다 의지박약이라며 스스로 나를 더 다그치고 채찍질했다니.


이제와 생각해보면 내가 현재에 다다라서 이렇게까지 이기적으로 변한이유는 딱 하나다.이젠 더 이상 내가 나한테 남이기 싫어서 그렇다.나한테만큼은 내가 나여야만 한다.나를 돌보고 관리하고 헤아려주는 단 하나뿐인 나여야한다.유통기한 지난 아픔,이미 썩은우유는 남들에게 작품이 될 수 없는 쓰레기라지만 나는 내 영광의상처로, 상처의상처로 보존하고 곱씹으며 굳은살 수백겹을 만들것이다.


이제 속에서부터 난도질당해도 절대 찢어져 피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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