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는 악몽

자주 보는 악몽



악몽을 본다고 표현하는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생생해서 이렇게 쓰고싶다.보통은 꿈을 무의식의 발현이라고들 한다.틀린말은 아닌것이 악몽을 보고나면 스스로 왜 이런꿈을 꾸게 되었는지 내면에서 근원을 찾으려한다.지나간 시간속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그래도 정확히 어떤 연유로 이 악몽을 보게 되었는가는 확답할 수 없다.


악몽도 그 종류가 여럿이지만 내가 보는 악몽은 주로 '침범'이다.나의 공간,나의 집,나의사람에 대한 침범과 약탈.몇개 풀어써보자면 침대에 누워 자고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깊은 밤이다.아무도 올 사람이 없기에 나는 숨을 죽인다.쾅쾅,문이 부숴질듯 흔들린다.가빠지는 숨을 참고 현관 문으로 다가가 렌즈구멍을 통해 내다본다.처음보는 남자다.얼굴은 정확히 기억나지않지만 그사람은 내가 아는사람이 아니다.그 남자가 손에 무언갈 잡아쥐고 문을 내리찍는다.도끼같다.온 힘을 다해 내리치는 손에는 광기가 서려있다.나는 도망갈수도 계속 집에 있을수도 없다.그렇게 공포에 질식 해 죽는가 싶을때 나는 이것이 꿈임을 알아챈다.귓가에 폭력적인 소음이 때려박히고 낮선남자가 안으로 쳐들어오기 전에 주기도문처럼 깨야한다 깨야한다를 되뇌인다.그렇게 처음처럼 누워자고있는 모습으로 악몽에서 깬다.


다른 하나는 복도식 아파트에 혼자 살고있는 내가 있다.친구가 놀러온다.문을 열어준다.친구가 웃으며 들어오고 현관문을 닫는다.분명 잘 닫히는 소리까지 났다.친구가 바닥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어도 나는 문이 신경쓰인다.이상한 불안감이 심장을 격타한다.예상은 적중한다.그 누구도 문을 건드리지 않았지만 스스로 열린다.아주 천천히 벌어지는 문 사이로 어떤 여자의 소음이 들린다.타타닥 맨발로 뛰어오는듯한 소리도 함께.짧은순간이지만 나는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느낀다.내가 느끼기엔 그 소리는 복도끝에서 전력질주로 달려오지않으면 날 수 없는 빠르기의 소음이었기에.친구에게 제발 문 닫으라고 울면서 내지른다.친구는 이해하지 못하는듯 하다.결국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간다.문고리를 잡아 당기는 순간 좁은 틈새로 미친여자가 부딪혀온다.잠금장치를 돌리지만 밖에서 억지로 당기는 악력이 무섭기만하다.그렇게 토할것같은 씨름을 하다 꿈에서 깬다.


악몽의 빈도가 높은것은 아니지만 악몽을 본다면 이럴 확률이 9할이 넘어간다.오죽하면 하루종일 키워드를 잡아 검색도 해봤다.악몽,침입,괴한,공포,강도,낯선사람 등등.꿈 풀이가 워낙 제각각이더라.그래서 넘겨버렸고 결국엔 생각하는 수 밖에 없었다.왜 대체 왜.공황장애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지금 그 시기는 다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악몽을 한번 꾸고나면 더럽게 찝찝하다.아직까지 병적인 불안감이 이런식으로 표출되는것인지.스스로 나약하게 느껴진다.그냥 개꿈이라고 넘기면 되는데 그 정도의 불안감을 느끼며 산 경험이 있기에 잘 넘겨지지않는다.본래 성격도 한 몫 하는것같다.원래가 내 사적인 공간에 대한 보호가 강한편이다.그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사물과 공간을 포함해 볼 수 없는 말과 행동 사고와 논리까지도 적용된다.한마디로 나는 내적인 공간까지도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아마도 다치는게 무서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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