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는것을 배우는것

놓는것을 배우는것




주위를 둘러봐도 알겠지만 겉보기와 다른 사람이 참 많다.나는 그 대표적 예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남들은 나를 알고보면 참 인정많고 허허실실거리는 속좋은 사람으로 보는게 대다수다.속은 좋지.이정도면 착하다고 자부한다.중요한건 그 너머의 단계에 있다.내가 남들에게 속좋은사람이 되면 그들은 날 쉽게 믿을 수 있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보다.비밀도 맘껏 털어놓고 고민상담도 엄청나게 해 온다.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것 역시 행복한 일이다.하지만 가끔 외롭다.이 사람들은 나정도의 사람도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구나.그런데 나는 누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고는 하지?내가 믿을만한 사람의 기준은 누구길래 남들은 다 있는데 나에게는 그런 사람이 없을까.하는 따위의.


내가 생각하는 나는 엄청나게 불완전한 사람이다.학창시절엔 공부를 못하진 않았지만 빼어나게 잘 한적은 없었고 미술은 뭐,잘했다.내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잘 했다.내 윗사람들도 내 그림을 부러워하고 질투느끼고 배우려고 물어가는게 일상다반사였으니.그런데 난 아무리 해도해도 만족이 되지 않았다.자기비하가 심했고 옆에서 지켜보는 내 또래친구들은 위로하면서도 속으로 재수없어 했었다.쟤는 잘그리면서 왜저래.


자기만족이 쉽게 되지않는 유형이 바로 나다.허허실실 욕심없이 살것같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욕심있고 깡으로 버티는 근성도있다.있었다.라고 말하는게 더 적합하겠다.열정은 좀 무뎌졌지만 아직도 욕심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적어도 내가 하고싶어하는 일이나 내가 하고자하는 일에는 완벽주의자 성향이 너무나 짙어지는데 사실 힘들다.결과가 바라는대로만 나온다면 더할나위없이 기쁘지만 세상일이라는게 그렇게 내맘대로 되는것이 아니더라.욕심부린만큼 해답을 얻지못할때가 더 많았다.그러면 나는 거기서 많이 좌절한다.도약하기까지의 시간이 남들보다 더 걸렸다.왜?준비를 너무 오래 꼼꼼하게 해오다보니 한번 넘어지면 데미지가 큰것이다.


사소한것 하나도 내 선에서 이해가 되지않거나 충족되지않거나 완벽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상 나는 쉽게 넘어가질 못한다.그림을 그릴때만 해도 그랬다.아주 사소한거지만 이것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어서 내 머릿속에 어떠한 체계로 자리잡지 않는이상 나는 유려하게 사고할 수 없는 인간이다.몸도 마음도 많이 고단하다.정말 고단하다.마음이 먼저 지치고 뇌가 먼저 지친다.


더 살다보니 느끼는것 한가지는 완벽주의자 성향이 나쁘다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해서 모든일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사실 그럴수도 없거니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 투성이더라.시야가 좁아짐을 가장 두려워해야하는데 그 위험군 1순위가 바로 완벽주의라고 생각한다.깊게 파고 들다 주변을 못보게 되는것이다.아직도 내 머릿속에 나는 맡은일 척척해내는 슈퍼우먼같은 여자여야만하지만,그런 허상과 욕심을 천천히 버려나가기로.불완전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행복할 수 있는 여자가 되자고 계속 다짐하는 중이다.


놓는것을 배우는것은 참 어렵더라.지금당장만 보아도 졸작을 친구와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속 내욕심을 부리고 싶더라.당연하지만 지금은 내 능력치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의견교환을 해야하는데 나는 이상이 너무 높아서 정해놓고 따라잡기 위해 헉헉대다 지쳐버린다.알면서도 또 욕심이 나는걸 보면 천성이 쉽게 변할 수 없나보다.나는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 스스로 많이 배울것이라 생각한다.내 목표는 누가봐도 멋진 작품을 뽑아내는것이 아닌 많은것을 포기하며 스스로를 중화시키는것을 배우는것이다.그게 2015년 나의 목표가 되길 바란다.우선순위가 뒤바뀌지 않도록 스스로 잘 달래가며 한 해 잘 마무리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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