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자식 이기는 부모 없음을 알고있었다




이거 엄마한테 미안한 이야기인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쓴다.


지금 내 스스로 귀여워 웃고있는데 남들 눈에는 영악해보일 수 있겠지.

때는 정확히 기억안나지만 8살 남짓이었겠다.초1때까지만 강원도에서 학교를 다녔고 이 일은 강원도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나는 일찍 애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가정환경에서 자란터라 무언가 갖고싶어도 떼를 쓴적이 없었다.아픈 이야기지만 미술을 정말 배우고싶다,학원에 보내달라 말할 수 없이 그냥 시간이 흘렀다.그리고 나는 한번도 포기해본적이 없었다.미술아닌 다른길을 걸을거란 생각도 없었고 그냥 그게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부모님도 변변한 뒷바라지를 해줄 수 없어 내게 항상 미안해하셨다.그럴것이 마음을 다 아는데 애가 떼를 쓰지도 않으니 그게 또 부모입장에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거지.


6살때부터 꾸던 꿈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접혀있어야 했다.


겨울이었다.1학년 교실에 책 장사꾼이 왔다.그 아저씨가 그러더라.이 책 전권을 사면 게임CD와 미술도구 중 하나 선택하는것을 준다고.게임이 들어올리는 없고 난 미술도구가 엄청 눈에 들어왔다.반아이들에게 모두에게 나눠준 책 신청서를 받아들고 집까지 갔지만 나는 그것을 차마 엄마앞에 꺼내놓고 사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한번은 그게 너무 원통했던것같다.누군가는 고민없이 적어서 선생님 드릴텐데 나는 왜 망설여야하지.내 기억으로는 그날 늦게 잠들었던것같다.


그럴것이 책 전권이라는게 보통가격이 아니었다.20만원 가까이 하던걸로 기억했으니까 쉽게 사달란말이 나오지가 않았다.거기다 그 미술도구는 어찌나 좋은지 이마트같이 큰 마트에가야 볼 수 있던 물감+색연필+크레용 전부 2단으로 포장된 정말 좋은 미술용품이어서 더 마음에 걸렸다.나는 그림을 제대로 그려보고싶었다.그냥 그때는 내가 그 도구를 가지고 그려야 무언가 시작될것같은 예감이 들었나보다.


하루를 끙끙 앓다 엄마에게 말했다.엄마 나 이거 학교에서 책 신청할 사람 하라고 준건데 이거 보고싶어.돌아온 대답은 지금도 책 많은데 이거 살 돈이 어딨냐 이랬겠지.어쨌거나 내 바람은 역시 예상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차마 책이 목적이 아니라 딸려오는 물건이 목적이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고 읽고싶은책이라고 떼를 썼던것같다.역사 아닌가.이제와 생각하면 나는 떼를 쓸 권리나 배경이 충분히 있는데.처음으로 그렇게 떼를 쓴것같다.나는 그 물건이 너무 갖고싶었다.먹고살기 빠듯함을 알면서도 징징대던 나는 그날 엄마에게 아픈 딸래미가 되었을것이다.끝까지 사주신단 말을 안하더라.엄마 시중을 그렇게 모르냐며 혼났던것 같다.


내가 머리가 잘돌아가는게,엄청 상처받은척했다.사실 엄청 상처받지는 않았다.이미 예상했었으니까.방으로 들어가서 문 닫고 엎어져있다 책상에 앉았다.그리고 신청서에 그냥 내 이름과 집전화번호등을 적고 절취선 부분 잘라서 엄마 아빠 잘때 안방 문턱밑에 갖다놓았다.거기에 눈물방울 일부러 떨어뜨려 글씨 번지게 냅뒀다.그리고 일부러 꼬질꼬질하게 더 구겼지.그러고 문앞에 떨군것이다.엄마보라고.


아침에 밥먹는데 엄마가 신청서를 주시더라.거기엔 학부모싸인란이 있었다.그대로 학교에 가져다 냈다.그리고 나는 몇주 지나서 책 전권과 미술용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 막상 마음이 좋지 못했다.사실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도.엄마 마음을 어떻게 후벼파야 나에대한 미안함이 저 선물로 이어질까.나는 너무도 잘 알고있었고 그 물건이 갖고싶어서 일부러 꾸며냈고 설계했다.그게 8살 때 나의 영악함인지 반항심인지 억울함인지는 잘 모르겠다.뭐 좋게얘기하면 어렸을적부터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능이 아주 출중했던거고 그간 안써먹다가 저때 한번 써먹은거다.이것도 좋게얘기하면 컨트롤 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으려나.때와 장소를 가려 이익을 취하는 아주 지혜로운 방법일수도.


사실 이 이야기는 엄마는 기억도 안날 이야기다.꼬맹이의 죄책감이 성인이 될때까지 미약하게 남아있는것뿐이니.그래도 왜 저때의 내가 왜 귀엽냐면 착하니까 나답게 느껴지니까.엄마 미안! 사실 그동안 이기는 법 다 알면서도 내가 봐준거야 물론 그날 엄마도 그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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