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사랑!

사랑?사랑!





어쩌면 조금은 쌀쌀맞은 이야기일 수 있겠다.나 사랑못해요 이런이야기는 20대 여자가 하기엔 너무 낯설다는것.하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그런 여자들 은근 많다.사랑 못해먹겠네 이런 여자들.그러니까 사랑이 어렵다는 말인데,나는 과정이 어려운게 아니라 시작이 어렵다.누가 딱딱 공식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남녀관계라는게 공식으로 풀어지는 문제가 아니니 나도 답답할뿐이다.그래서 요즘 나름대로의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뭐냐.그냥사랑하지말고 살아야지.


이거 되게 남들한테는 우스갯소리일 수 있는데 나에게는 나름의 신념이 될지도 모르는일이다.그니까 최대한 나를 보호하고 아끼는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면 난 정말 소극적인 사람임에 틀림없다.이런 천성을 허들뛰기처럼 뛰고 달리고 떠안으면서까지 도전하고싶게끔 만드는 남자가 없다는 이야기다.난 굳이 남자가 아니어도 생각 할 거리,맡은 일 너무 많으니까.바쁘다고 핑계대는건 아니고(이런 이야기를 하면 꼭 전쟁통에서도 애는 낳고산다라는 말로 초치는 사람들 꼭 있단말이지) 내가 할일보다 우선순위에 놓여지지 않는 대상이 남자,사랑이라는 것.어찌보면 나도 참 매말랐다.그런데 내 맘에 대상이 놓여지지 않는게 내탓은 아니지않나.스스로 애잔한 감정을 제3자가 바라보듯 쯧,혀 한번 차고 말 정도로 끝내는 나니까.이런 경우는 긍정적인건지,비관적인건지.


내가 살아온 과거 흔적을 쭉 훑어보며 왜 내가 남자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나름의 근거를 대고 분석해야겠다.사실 어느정도 알것같다.아버지의 영향일테지 뭐.앞서 말하자면 내 아버지는 객관적으로 좋은아버지가 못 된다.그거 본인도 잘 알고계신다.그리고 나는 16살에 아버지와 이별했다.이것만으로도 좋은아버지는 아니지.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꼬마 애한테 물어본적이 있다.너는 왜 다른애들처럼 예쁜연애 한번을 안하니?뭐가 그렇게 두렵니?그랬더니 그 애가 그러더라.낭떠러지같다고.남자 한번 잘못만나면 내 인생 바닥끝까지 추락해 절대로 되돌릴 수 없을것같다고.그게 내 아버지를 통해 배운 남자라는 존재다.어머니에게 아버지는 그런 남자였으니.내가 경계심을 가지는건 당연한 일이다.남자를 만난 여자의 인생? 내가 보고배운 기억은 그 뿐이다.


남성혐오증을 가지고있냐 무식하게 이런질문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던데,그거랑은 다르다.싫어하는것과 겁이많은건 분명 다르지.


그래도 역시 알콩달콩 연애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는 부럽다.특히나 내 가장가까운 친구는 일년에 열댓번은 남자를 갈아치우는데(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지만) 그 나이에 불나방처럼 자신을 던져가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친구가 대견스럽다.박수 쳐 줄 일이다.그 뜨거운 젊은이들의 열애현장에서 나는 철저한 관람자일뿐이다.그리고 그 관람석은 내가 돈주고 산거고.별다른 뜻 없고 참관하고싶어 참관한다는 이야기 그 뿐이다.나는 나를 못던지겠다.정말로 정말로 나를 못 던지겠다. 내가보기엔 제대로 사랑하며 사는 사람도 별로 없는것같던데 내가 너무 냉소적인가.


이 글은 내가 god 노래가 듣고싶어져 옛 앨범을 뒤적거리다 <사랑?사랑!>이라는 노래를 다시 듣게되었기 때문에 쓰게 된 글이다.가사보면 알겠지만 내 마음상태는 딱 1절 랩파트 그 가사에 멈춰있다. 그니까 <사랑?>의 상태에서.

이거 가사 되게 재밌다.



'나에게 사랑이란 관심조차 없는걸요 
쓸데없는 고민과 괜한 시간 낭비 일뿐 필요 없는거죠'

'난 정말 여자와 사귀며 구속당하며 기분 나쁠까봐 비위맞추려 
마음에도 없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굳이 여자와 사귀는 게 정말 웃겨 
나 이해 못해 왜 그럴까 대체 그렇게 여자때문에 고생하네 참 딱해 
하지만 나도 가끔 외로움에 지쳐 있는 나를 애써 숨기려고 하네 '



내가 딱 여기까지만 멈춰있는거지. 노래가 몇분짜리 노래더라.적어도 한곡이 4분은 될텐데 저부분이 1분은 넘으려나.아직도 사랑을 하려면 3/4은 더 가야하네.갈 에너지나 있으면 말이다.

특히 뒷부분 진짜 예술이다.하지만 나도 가끔 외로움에 지쳐있는 나를 애써 숨기려고 하네.

그래서 내가 남자 안만나겠다고 못 박은거 아닌가.


근데 장도리는 박힌 못도 빼낼 수 있다지?

그래 뭐...... 망치들 사이에서 장도리 한번 찾아나 봐야지.

못 찾으면 말고 아쉬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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