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순 : 실전보다 치열한 연습

용순 : 실전보다 치열한 연습

Yongsoon, 2017

신준



열여덟살, 모든게 서투르고 미숙한 나이.그러나 모두에게 아름답게 회상되고 추억되는 그 시절.용순은 평범하지만 비범한 캐릭터이다.질기고 무서운 고집도 있고 질릴만큼의 집착도 가지고있다.전 글에서 가볍게 <용순>을 본 이야기를 썼었다.그 글에서 나는 용순이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에 쉽지않을 캐릭터일거라고 말했다.지금도 그 생각에 큰 변화는 없다.우리가 글자 그대로 기억하는 청춘과 열여덟은 조금 더 햇빛이 내리쬔다고 생각하겠지만, 돌이켜보면 아집과 후회로 얼룩진 단면이 있을것이다.그래서 성장통이라는 말이 존재하는것 아니겠는가.

교복입고 학교에 다니던 시절,용순처럼 선생님을 연모하던 경험은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닐것이다.용순 또한 체육선생님을 좋아했다.어른이 느낄 수 있는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무기로 선생과 100일까지 반강제로 기념하게 되는 등 용순의 고집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봐 불안했던 심리에서 오는것이었다.어린시절 병든 엄마가 첫사랑과 떠나는것을 지켜봐야했던 용순은 장례식에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옷깃이라고 한번 잡아보고 매달려보지 못헀다는게 후회가 된 용순은 그렇게 자신의 첫사랑인 체육선생을 끝까지 붙잡으려 애 쓴다.영화 후반부, 빈 교실 한 가운데에서 벌어진 라이벌 아닌 라이벌이었던 영어선생과의 난투극은 안타까워 눈살이 찌푸려졌다.다 커버린 성인들의 세계에서 용순이 할 수 있는건 어린아이처럼 거짓말을 하며 사랑을 묶어놓고 수습할 수 없는 감정때문에 주먹질하는것으로 표출되었을것이다.

그러나 그게 비단 미성숙한 열여덟 용순만의 모습일까.첫사랑은 이루어질수없다는 말이 있듯, 용순은 그 앞에서 약아빠질정도로 치열했다.꽤 일방적인 첫사랑이지만 한여름의 공기처럼 뜨겁다.숨쉬는것이 치열해지는 과정.무더운 여름과 달리기는 서로 닮았다.그 뜨거운 아집과 뜨거운 공기속에서 쉬지않고 달리는 용순의 모습은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날을 위해 고단한 연습을하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편하게 읽어내릴 수 있는 소설책 같았다.용순과 찰떡같이 붙어다니는 빡큐와 문희는 용순의 가족사도 알고있을정도로 절친하게 그려진다.말도안되는 작전을 세워서 임무수행하는 셋의 모습은 어설펐지만 단단해보였다.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영화는 아니다.용순의 주변인물들을 더 중요하게 느낄 수 있도록 첫사랑이라는 관문을 용순에게 과제로 주었다고 볼 수 있다.적대시했던 몽골인 새 어머니.어릴때는 사이가 좋았지만 클수록 멀어진 아버지와의 관계.용순을 짝사랑하는 빡큐.빡큐에게 설렘을 느끼는 문희 등.체육선생보다 정말 더 중요했던건 용순을 위하던 그들일것이다.

선풍기를 다시 손보고 벽에 걸어주는 아버지와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용순은 자신의 폭력적이었던 순수함에 많은 감정을 느낀다.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첫사랑에게 보내기까지 얼마나 깊은 아픔이 있었을지 알게된다.부녀의 유대관계가 상실이라는 줄로 다시 연결되었다.용순은 육상부활동을 하며 계주때문에 그냥 운동장을 뛰었었다.허나 엔딩에서 용순은 끝까지 매달려서 무언가 해보기위해서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것을 느끼기위해서 운동장을 뛴다.바톤을 물려줄 주자가 없어도 뛴다.그 어느때보다 더 치열하게 달리는 용순은 지난날의 서투름과 자신안에 자리했던 비뚤어짐을 상기했을것이다.그 깊숙한곳에는 상처라는것도 있었을것이다.아무렴 어떤가.때로는 실전보다 연습이 더욱 값질수도 있다.